알람을 맞춰 놓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같은 시간에 눈이 떠진다. 어제밤에 몇시쯤 잠들었더라... 심리상담 영상 들으면서 스스르 잠든게 10시 즈음이었던 것같다. 한것도 딱히 없는데 어제밤엔 잠이 꽤 쏟아졌던것같다.
요즘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렸었다. 뭐가 시발점이었는진 몰라도 갑자기 모임을 주최하는 호스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스타일 넘치는 모습이 부러웠고 어디에서든 사교성있게 친해지고 분위기를 밝게 전환시키고 늘 열심히 성실하게 사는 르네, ㄷㅇ이, 얼마전 새로 알게된 치히로까지 과거에 스쳐지나간 사람들이 부럽게 느껴졌다. 그들이었으면 지금 상황에 나처럼 바보같진 않았을텐데.. 훨씬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들어갔을텐데... 자꾸만 비교하게됬다.
그러다보니 지금 내가 하고있는 모든 것들이 의미없이 느껴지게되었고 하루하루가 재미없어져버렸다.
매일 새로운 단어 몇개, 새로운 표현 몇개씩 익혀가던 일본어도, 매일 퇴근 후 두세시간씩 투자해서 업무효율을 높이는데 뭔가 노력한다는 것이 즐거웠던 개발 공부도, 사소한 것 하나까지 나 자신을 케어한다는 즐거운 기분으로 준비하던 매끼니들까지 의미도 잃고 흥미도 잃어갔다.
그냥 유튜브 속 멋있고 재밌게 사는 유튜버들의 삶을 보는게 좋았고 내가 좋아했던 가수의 결혼 생활을 들여다보며 내가 저 와이프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저런 남자를 남편으로 맞으려면 저정도로 예뻐야하는 거겠지? 라는 세상 바보같은 생각에 빠져있었다.
뉴질랜드에 있을 때만해도 친구들이며 연예인 그 누구의 삶도 부러워하지않고 내 삶 자체에 만족하며 그 순간을 즐기면서 살았던 것 같다. 만족할만한 삶이어서 그랬던 걸까?
그 힘들었던(정신적으로) 호주에서 돌아왔을 때만해도 **내가 ‘나’라서** 너무 좋았다.
지금은 왜 내 자신이 이토록 마음에 들지않는 걸까?
### Be myself
- 멍때리기의 중요성
3일에 한번쯤은 최소 20분 멍때리기가 필요한 것 같다. 다시 말해, 정신없는 생활에서 내 자신으로 돌아오는 시간. 나는 나로 살아가고있었는지 스스로 물어보는 시간이다.
아침에 생각 정리를 하고나서인지 오늘은 하루종일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잘 보낸것같다.
일본어 공부도 끝내고 햇살 받으며 한시간 넘게 책을 읽었다.
자리를 옮겨 Jquery 공부를 하는데 어느 순간 옆에 앉은 할아버지가 자꾸 내 책을 힐끗힐끗 보는게 느껴졌다. 나도 그 할아버지 핸드폰을 힐끗 봤는데 영어로 된 글을 읽고있는 듯 했다. 내 착각인가싶어 무시하고 계속공부하는데 영상통화를 거는 폰을 보니 분명히 영어로된 이름이 적혀있었다. 한참 시도를 하다가 마침내 걸린 통화에서 영어로 대화를 하셨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너무나도 유창한 발음으로 제대로된 영어를 하셨다.
그뒤로 할아버지한테 말을 걸고싶어서 책에 집중이 안됬다. 뭐라고 말을 걸어봐야하나 괜히 말 걸었다가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까 별별 생각을 다 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그냥 책에 집중하기로 했다.
잠시뒤 할아버지랑 눈이 마주쳤다. 슬쩍 ‘Hi’하고 인사를 건넸다. 알고보니 할아버지도 나와 이야기 나누고싶으셨던지 말문을 트셨다. 그렇게 한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눈것같다.
37년생인 할아버지는 성인이 되기전까지 일본에서 국제 학교를 다니다가 미국으로 대학교를 가셨단다. 그후 미국에 있는 항공사에 취직하셨고 파리에 있는 에어프랑스에서도 잠깐 일하시다가 일본 지사로 오셔서 쭉 계셨단다. 일본에서 다니던 학교 친구들 중 한명이 한국의 대한제지 기업 대표 양승학이라며 그분 초대로 12년 전 서울 워커힐에 머물었던 적이 있단다. 구글에서 검색하니 떡하니 사진이 나왔고 보여드렸더니 이사람 맞다면서 신기해 하셨다 ㅋㅋ 아직도 살아계시다는걸 알게되어 조만간 연락해봐야겠단다 ㅎㅎ 학교 친구들이 이제 네명밖에 남지않으셨다길래 너무 오래되서 연락이 다 끊기셨냐고했더니 다 돌아가셨단다..ㅠ
우린 그렇게 라인연락처를 교환하고 인스타 친구까지 맺고 사진도 함께찍었다 ㅋㅋ 할아버지 친구들 사진도 많이 보고 젊은 시절 사진도 구경했다. 젊을때 꽤나 잘생기셔서 여자 많이 울리고다니셨을것같았다 ㅋㅋ 와이프와 별거중이라는 사실까지 알게되고 노란머리 젊고 이쁜 서양 언니들이랑 같이 찍은 사진까지 나한테 들키셨다 ㅋㅋㅋ
할아버지는 나와 더 이야기 나누고싶으셨던 건지 손수 커피한잔을 더 사오셨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저녁까지 함께 먹으러갔다.
다음에 할아버지가 나고자란 요코하마라는 곳도 구경시켜주시겠단다. 할아버지는 생긴건 동양인이지만 속은 완전히 서양인이셨다. 우리나라 37년도생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전혀 꿈도 못꿨을 삶을 사신 것 같다. 여러 국적의 사람들과 영어로 소통하며 함께 수업을 듣고 미국이라는 나라로 건너가 대학생활이라는 것을 하고 항공사에 근무를 하셨다니.. 마치 다른 세계의 이야기 같았다. 37년 생이시면 우리 할머니와 비슷한 나이실텐데..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할아버지 덕분에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신종코로나로부터 별탈 없으시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현재 한국의 신종코로나 상황을 확인했다. 확진자 833명... 삽시간에 이만큼 늘어나다니... 이젠 정말 겁이난다. 집엔 별일 없는건지... 어쩜 이렇게 연락한통이 없을까.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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