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opy00 2021. 2. 1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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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1

 

너~~무 피곤해서 평소보다 한참 늦게 일어나서 후다닥 준비하고 나왔다. 근데 버스 내리자마자 눈앞에서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 손님들이 나 말고도 많이 있었는데 하.. 참나 문도 안열어주고 한참을 그냥 서있더니 가버렸다. 그래.. 카페가서 건너뛴 아침이나 먹자싶어 올라갔는데 주말이라 쉬는날이다. 근처에 KFC가 있었지 싶어 갔는데 10시부터 오픈이다.... 젠장 이놈에 나라... 결국 건너편 버거킹으로 갔다. 시간이 빠듯했지만 일단 주문을 했다. 와퍼주니어 온니 버거로. 카드를 내밀었는데 내가 거의 첫손님이라그런지 한참이다ㅠ 결국 캐쉬로 내겠다고하고 빨리 만들어달랬다. 기차시간까진 9분밖에 안남았다. 다행히 엄청 빠르게 버거를 받아들고 길도 바로 건너서 뛰어왔는데 기차가 들어오는거!!! 한입남은 햄버거를 급하게 종이봉투에 쑤셔넣고서 와씨 뭐지 그사이 배차가 하나 더 있었나싶어 바로 뛰어들어왔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Britomart가는거라고!!!! 다행히 바로내렸다ㅠㅠ 아니 무슨 반대방향 가는 기차가 이리로 와??? 여긴 룰이라고는 없나? 어이가없어서ㅠㅠ 진짜 큰일 날뻔했네ㅠ
내려서 남은 햄버거 먹으며 한숨 돌리니까 또 바로 기차가 들어왔다. 맘놓고 타려는데 전광판을 보니 여전히 Britomart행이라고 적혀있는거!! 타려다말고 급하게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맞대서 문닫히는데 뛰쳐들어왔다ㅠㅠ
오늘 얼마나 좋은 일들이 있으려고 이렇게 아침부터 맘고생인지ㅠㅠ

아침부터 완전 정신없었다. 캐셔는 고작 한명 넣어두고 프렙에는 왜케 사람을 때려넣는지... 가자마자 나와있는 스시들과 쌓여있는 창고오더 물건들. 최대한 마인드 컨트롤하며 하려고애썼다. 유나언니 얼굴이랑 목소리가 넘 꼴베기싫어서 참기가 너무 힘들었지만.
어제 저녁 마감도 제대로 안되있어 더 스트레스였다. 지예가 10시에 왔다. 내일 은혜만나면 꼭 마감제대로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오늘 우리둘이냐며 놀라면서 묻는다. 얘도 오늘 고생길이 눈에 보이나보다. 시간표를 봤더니 어느새 나는 5시 퇴근으로 변경되어있었다. 참나. 한마디 말도없이. 뭐 린다언니 만나기까지 2시간 붕떴었는데 돈도 벌고 잘됬지뭐.
쉬러 가야하는데 아침에 넘 바빠서 오픈이 제대로 안되있는 터라 바로 갈 수가없었다. 20분 더 있다 더이상은 안될것같아 매니저에게 말했더니 지금 가란다.
밥먹으려고 핫푸드에서 얼쩡거리니 당연하게도 음식이 준비되어있지않았다. 눈물까지 날 것같았다. 일할때 밥 안챙겨주는게 세상 억울한 일이다. ㅎㅅ오빠랑 ㅌㅎ오빠가 고맙게도 말이라도 위로를 해줬는데 순간 내가 감정을 못참고 오빠들에게 살짝 화풀이를 한 것같아 미안하다. 나도참... 그러지말아야지.
다행히 ㅎㅅ오빠가 크랩샐러드 남은걸 줘서(그것도 넘 많이) 15분동안 해치웠다.

유나언니같은 저런 얌체같은 스타일을 난 정말 싫어하나보다. 윗사람한테 알랑방구끼며 똥꼬빠는 년들 반반한 얼굴만 믿고 남자 후리는 년들...

엄청 바빴던 만큼 시간이 금방갔다. 3시 퇴근인줄 알았는데 5시로 바껴있었지만 어차피 두시간동안 쇼핑만했을꺼 차라리 잘됬다 싶었다. 지예 덜 힘들게 나름 열심히 마감을 도와주고왔다. 3시에 퇴근하려는데 이매니저가 갑자기 뜬금없이 내 출근시간을 걸고 넘어졌다. 지각하거나 매번 1분 전에 온다나 뭐라나... 어이가없어서 못참고 한마디 해버렸다. 정말 늦기라도 했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항상 10분전에는 도착해서 준비하는데 알고나 말하는건지. 앞으로는 이제 딱 정각에 도착해야겠다며 큰소리로 어이없어하니까 일못하는 새로온 부매니저가 한 말이 더 기분이 나빴다. 희선이 다른 일 하니까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러나보다고. 지랑 뭔상관인데 참견이람.

시간 딱 맞춰 ㄹㄷ언니를 보게됬다. 화장실에서 윗옷만 갈아입고 커피클럽앞에서 만났다. 한국에서 머리도 자르고 오늘은 쉬는날이여서인지 깔끔하게 하고 나오셔서 못알아볼뻔했다. 내 돈 벌려고 알바한건데 밥까지 얻어먹는게 부담스러웠지만 린다언니와 더 이야기나눠보고싶은 마음에 빼지않았다.
판뮤어에 베이징덕 중국식당을 갔다. 한국 가기전에 봤을때는 좀 어둡고 여유없어보이는 얼굴이었는데 오늘 이야기나눈 언니는 꽤 밝고 긍정적이고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었다. 한국에선 부자동네 영어강사로 일하다 학원 원장까지 했었단다. 그러면서 전형적인 한국의 외모중심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살다가 뉴질랜드 남자와 만나면서 함께 넘어오면서 가치관이 많이 달라졌단다. 남자친구와 헤어져 혼자있는 시간이 생기면서 책을 읽고 여유로운 뉴질랜드 생활을 하며 깨달은게 많단다. 여기에서 살면서 남들 얘기, 미디어에 현혹되지않고 내 자신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면서 진심으로 내가 하고싶은 일을 찾아서 내가 원하는 길을 걷게 되었단다.
뉴질랜드에서 한국을 바라보면 정말 여유없고 항상 늘 돈에 쪼달리며 살아가는 모습이라 왜 그땐 그렇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단다. 예전엔 어떤 사람이 언니에게 이런 자기 성찰과도 같은 말을 하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뭘까 그러면 “너 그런 생각하는거 보니까 먹고살만한가보다?”라는 말이 가장 먼저 튀어나왔었단다. 사실은 요즘 세상에 먹고살기 힘들정도로 돈에 쪼달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부다 상대적 빈곤인건데 그 욕심만을 쫓아가다보면 끝도 없는 것이다. 먹고사는데 전혀 문제없고 부족한 것 없이 살수 있음에도 평생 가난하게 살게되는 것이다.
또 이번에 한국에서 결혼한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는데 언니 친구들 전부다 하는 얘기가 가족얘기, 시댁얘기, 애기얘기 뿐이었단다. 자기 자신에 관한 얘기는 전혀없었다고. 평생을 죽기 전까지 함께 가는건 남편도 자식도 아닌 자기자신인데 왜 남을 위해서 살고 정작 자신은 불행하게 사는걸까?

언니가 이야기해준 이매니저 얘기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예전 언니 일할때도 이매니저는 똑같이 사람들을 갈구고 트레이닝이란 명목하에 화풀이를 해댔단다. 실비아파크점에선 그당시에도 자기가 왕이었단다. 한번은 점심시간에 직원들 다같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데 아줌마 직원들이랑 신나게 수다 떨며 이매니저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즐기고있었단다. 근데 그때 사장님이 갑자기 볼일이 생겨 근처에 왔다가 연락도 없이 불쑥 나타났단다. 그리고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이매니저 뒤에서 “이매니저는 밥이 맛있나봐?”라고 말을 했고... 그 순간 이매니저가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부리나케 화장실로 뛰어 가버렸단다. 제시간에 아무런 문제없이 점심을 먹고 있었던 건데도 반사적으로 그런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 20년의 시간동안 사장한테 얼마나 지속적으로 정신적인 학대를 해왔던 것인지 짐작하게 해준다. 이 후 점심시간이 끝날때까지 이매니저는 나타나지않았단다. 아마 자신의 자동반사적인 행동에 스스로도 놀랐을 것이라고.. 그때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생생하고 소름이 돋는단다. 듣기만 한 나도 이정도로 소름이 돋는데 당연하지. 이매니저는 늘 누군가 직접적으로 자신에게 대항하거나 공격하면 숨어버리고 한참동안 나타나지않는단다.

언니가 말한대로 스시집에서 더이상 길게 일해선 안될것같다. 돈도 꽤 벌고 일도 이젠 익숙해져서 괜찮다 싶던 차였는데 언니 생각엔 다른 일도 해보는걸추천한단다. 우선은 사람들이 다들 우울하기때문에 나도모르게 거기에 영향을 받기 쉽고 영어도 전혀 늘지않는단다.
당장 내일 CV 다시 준비해서 근처 카페에 지원을 다 해봐야겠다.

언니와 정말 오랜시간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마커스 얘기도 털어놓았고 언니의 다양한 외국인 연애담도 들었다.
한국인들은 사귀면 처음 몇달간 거의 매일 보거나 주말은 항상 연인들과 보내는 시간으로 정해져있다. 서로의 스케줄은 항상 보고해야하며 주말을 말도없이 개인 스케줄로 시간을 보낸다는건 있을 수도없는 일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서로 편안한 관계가 되면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고 서로에대한 구속도 점점 잦아들게 된다.
그러나 외국인은 정반대인듯했다. 처음엔 오히려 서로 가볍다. 여러 이성들과 만나 데이트를 즐길 수도있고 서로를 남친여친으로 규정하기 전까진 단지 서로 알아가는 단계일 뿐인 것이다. 물론 섹스도 포함해서. 그러다 서로가 잘 맞고 신뢰가 쌓이고하면 이제 그때부터 서로를 지인들에게 애인이라며 소개하고 더 자주 붙어있게된다. 사실은 이게 더 자연스러운 관계란 생각이 들지만 오픈마인드인 나조차 막상 그런 상황이되면 받아들이기가 쉽진않을 것 같다.

ㄹㄷ언니가 뉴질랜드에 와서 가장 크게 변한 것은 본질을 볼줄알게 된 것같다. 한국은 수많은 미디어와 주변 사람들의 기대, 요구들로 본질을 볼 수 없게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다시 한국에 돌아가면 예전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냐는 내 질문에, 다시 학원 강의를 하고 부자동네에 들어가서 생활 할 순 있겠지만 이제는 다른 시각으로 보게될것같단다.
뉴질랜드 오기전 1년 쉬면서 여러가지 일을 해보면서 나도 많이 느꼈다. 극단에서는 예쁘고 멋진 것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고, 수학학원 보조로 일할땐 전교등수로 아이들을 보는 기준이 가려졌다. 학원강의할 땐 쇼맨쉽이 중요해 보였다. 실제 실력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자신을 가꾸고 보여주느냐가 인기를 크게 나누었다.
한국 사람들은 노후대비를 위한 명목으로 저금을 하고 집을 사고 투자를 한다. 자식을 키우는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경제력이 좋고 좋은 직업을 가진 배우자를 찾는데 애쓴다.

그러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자기자신의 건강을 위해 운동은 하지않고 매일같이 술자리를 가지고 매일같이 배달음식을 시켜먹는다. 자기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눈을 직접 마주치며 마음을 나누는데 시간을 보내기 보다 맛집에가서 사진을 찍어대기바쁘고 sns 보느라 핸드폰에만 눈이 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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