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면접
아침에 겨우 몸을 일으켜 일하러 가기전에 면접보기위해 윈야드점으로 향했다. 출근, 등교 시간이라서그런지 버스 안에 사람이 가득했다. 버스는 벌써부터 에어콘을 키기시작해서 좀 추웠다.
평소와 다른 길을 걷고있으니 기분 전환되는 느낌이었다. 핸드폰을 일부러 보지않으려고 애썼다.
면접시간 맞춰 윈야드점에 도착했다. 면접보러왔다고 큰소리로 외치니 다들 쳐다보는게 뻘쭘했다. 언제쯤 이런게 아무렇지 않아질까 ㅋㅋㅋ 남들에 비해 나는 꽤 많이 경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ㅋㅋ
일단 매니저 첫 인상은 괜찮았다. 처음 여기 구경왔을때 있던 뚱뚱한 여자가 매니저인줄 알고 긴장됬었는데 전혀 다른 아줌마였다. 나도 인상이 괜찮았는지 일단 실비아파크점 매니저랑 얘기해보고 오란다.
면접은 순식간에 끝이났고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한시간동안 뭘 할까 하다가 오랜만에 유이한테 연락을 해보았는데 안받는다. CBD로 다시 가는 길, 지난번 왔을때 보기만했던 컨테이너속 도서관이 눈에 띄었다.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없길래 들어가서 책한권을 꺼내들었다. 아~주 얇은 책자 ㅋㅋ 인터넷이란 무엇인지 아이들이 알기쉽게 쓰여진 교육용 책이었다. 내가 읽기에 딱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책을 읽는거였다. 소리내서 읽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말소리가 들려 멈췄다. 노부부가 조깅하다가 나처럼 여길 발견하고서 사진을 찍으며 들어오는 거였다. 나보고 직원이냐고 묻는다 ㅋㅋ 하긴 옷이 좀 직원같긴하지..ㅋㅋ
할머니는 여기가 참 맘에 들어하는 것 같았는데 할아버지는 금새 흥미가 떨어지셨는지 밖에서 서성이셨다. 요즘 영어에 자신감이 떨어져서 대화를 이어갈까 두려워 쇼파에 자리를 잡고 앉아 책에 얼굴을 파묻었다. 한동안 책을 고르시던 할머니는 나가면서 영어공부 하는 거냐며, 좋은 하루 보내라고 하셨다 ㅎㅎ 기분좋은 짧은 만남이었다.
이 책은 다 읽고 자리를 떠야겠다고 마음 먹고 집중해서 읽었다. 한 15분 걸렸나, 기분좋게 일어났다. 지난번 왔을 때 들렀던 곳들을 다시한번 돌아봤다. 그땐 오후시간대라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오늘은 조용하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요가하는 곳도 텅 비어있었지만 그 나름대로 평화로워보였고 시끌벅적했던 HQ bar도 또 다른 분위기가 있어 좋았다.
이렇게 다 돌았는데도 시간이 남고 남았다. 커피가 너무도 마시고싶었지만 돈을 아껴야한단 생각에 꾹 참았다. 바로 실비아파크로 향했다.
가는길 창밖 햇살이 너무 좋았다. 피곤해서 눈이 너무 따가웠다. 실비아파크엔 또 금새 도착했다.
일찍 도착한 김에 지난번 생각했던 Tank 음료를 ㅊㄹ이에게 사주고 나도 마셔보기로 마음먹었다. 탱크앞에 가서 메뉴 사진을 찍고 ㅊㄹ이에게도 고르라며 보여주고는 다시 주문하려고 탱그 앞에 섰는데 그순간! 갑자기 엄청 크게 쿵!하는 소리가 들리며 탱크 매장 안에 있던 직원한명이 쓰러졌다. 마오리로 보이는 여자가 뒤로 벌러덩 자빠져서는 눈이 뒤집히며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같이 일하던 여자는 무서움에 벌벌 떨며, 내 주문을 받으려던 남자에게 도움만 요청했다. 그러나 이 남자도 충격을 받았는지 쓰러진 여자만 들여다보며 어찌할바를 모르는 것 같았다. 내가 안되는 영어로 911에 신고하라고 외쳤지만 둘다 내 목소리는 들리는 것 같지않았다. 어쨌든 결국엔 security에게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뭔가 조치를 취하려 했다. 그동안에도 여자는 그대로 누워서 눈은 돌아간채로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너무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너무도 걱정되는 마음과 순간 구역질이 나올 것같은 기분이 동시에 들었다. 몇분 후 여자가 다시 경련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다행히 의식이 돌아온 것 같았다. 돌아 누우며 한참을 얼굴을 감싸고 그대로 있었다. 상황을 파악해보니 여자가 일을 하다 손을 베었는데 그 순간 쓰러졌다는 것이다. 자기 피를 보고 충격을 받아서 쓰러진 건가했는데 그러기엔 너무도 경미한 상처였다고한다.
어쨌든 정말 다행인건 여자가 무사히 깨어났다는 거고 휠체어를 가져온 Security와 함께 병원으로 갔다는 것이다. 혹여나 그자리에서 더 나쁜 일이 일어났다거나했다면 정말 평생 트라우마로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참... 별 일을 다 겪는다.
어쨌든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주문한 탱크 음료는 정말 맛났다.
오늘도 일은 안바빴지만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여기 일이 점점 익숙해져가다보니 지겨운건지 견디기가 힘들다. 의미없는 단순 노동의 반복... 손님들과 주고받는 가식적인 웃음.
뒤쪽 주방에서는 내일 inspection나온다고 하루종일 다들 대청소하기 바쁜 것 같았다. 캐셔인 나는 다행히 별로 딱히 할게 없어서 편하긴했다. 그래도 나름 할만큼 하려고 노력했다.
매니저에게 평일 못나온다고 최대한 빨리 말하는게 좋을 것같아 오후에 딱 말해버렸다. 그저께 시급 물어본 이후라 역시나 시급얘길 하긴했지만 결론은 못올려준다는 것. 별 미련 없기에 다음주까지만 평일 나오겠다고했다. ㅇㅈ도 그만두고 ㅇㅎ이도 곧 노티낼거라 한꺼번에 빠지는 거지만 20년동안 일해온 매니저에겐 이런건 일상일 것이다. 별로 엿먹일만한 거리도 못되는 듯.
완전 그만두는 거 아니고 평일만 안나오는건데도 ㄹㄷ언니가 말했던 이상한 정이 뭔지 알 것만같다. 그렇게 싫던 이매니저, 부매니저, ㅎㅅ오빠가 ㅊㄹ이나 ㅇㅈ보다도 내 기억에 많이 남을 것같다. 이건 어떤 심리일까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