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에서 휴식
2018.12.10 월
11시 출근인줄 알고 침대에서 뒹굴던 중 10시까지라는 매니저의 연락을 받고 다행히 시간맞춰 갈 수 있었다. 요즘 피곤이 누적된건지 운동도 안가는데 매일 버스안에서 기절하듯 골아떨어진다. 그래도 모처럼 카페 일 없는 날이라 스시집만 끝나면 바로 집에와서 일찍 쉴 수 있다.
집에왔더니 벨라가 이제 막 늦은 아침을 먹고 거실에 앉아있다. 오랜만에 수다를 떨었다. 어제밤 그 어색한 분위기는 전혀없었다. 집에 오자마자 낮잠 자려고 했는데 2시간동안 벨라랑 수다 떨다보니 잠이 다 날아갔다.
내년이면 애기 엄마가 될 벨라와 서로의 아이 교육관에 대해서 한참동안 이야기 나누었다. 그러다 왜인지는 몰라도 생에 첫 야동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벨라는 결혼하고나서 쉐인과 함께 본 게 인생 처음이었다는 사실에 조금 충격이었다.
한참 야동 이야기 중인데 갑자기 문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마치 서로 짠듯이 입을 다물었다. 현관 문 있는 복도 코너에서 쉐인이 짠하며 놀래키 듯 들어왔다. 우리보고 왜 갑자기 조용하냐고 묻는다.ㅋㅋㅋ 혹시 너네 내 얘기하고 있었던 거냐며 ㅋㅋㅋ 우리가 오히려 자기를 놀래키려고 숨어 있는 줄 알았나보다 ㅋㅋㅋ
벨라가 나보고 뉴질랜드에 더 있을 수 있는 비자로 갱신할 생각없냐고 묻는다. 나중에 자기 애기 낳는 것도 보고 그러라면서..ㅠㅠ 아직 비자만료까지 몇달 남았지만 헤어질 생각하면 벌써부터 슬프다. 애기 키우는 벨라라니... 상상도 안된다.
비자 만료를 떠올리니 또 생각이 많아진다. 캐나다에서 살아보고싶기도 하고, 호주 워홀 나이제한이 만약 풀린다면 그 전에 호주에서도 살아보고 싶다. 호주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하며 돈 모아서 캐나다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 정착해서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왠지 캐나다는 대도시 느낌이라 두렵기도 하다. 서울 생활하며 나는 도시와는 맞지 않다는 것을 뼈져리게 깨달았다. 외국에 있으니 정말 내 나이는 점점 잊혀져가는 것 같다. 다시 한국에 돌아가게된다면 한국 사회의 인생시계에 맞춰 또 다시 무언의 압박에 시달리게 되겠지.
오늘은 모처럼 혼자 방안에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뭘 볼까하다가 예전에 봤던 Begin again을 다시 보기로했다. 극장에서 두번이나 봤던 영화다. 두번째 볼땐 소개팅하는 날이 었는데 소개팅남이 너무 지루하고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끝나고 혼자 영화관가서 볼 생각으로 소개팅 중간에 예매를 했던 기억이 난다.
돌려놨던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널어놓고, 방으로 돌아와 커튼도 치고 아늑하게 본격적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노트북 뒤에있던 창문 커튼이 움직였다. 순간 뭐지?싶었다. 창문 틈으로 바람이 들어오나? 아님 벌레인가!!!싶어 커튼 아래를 보니 어느샌가 미키가 내 방에 들어와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진짜 너무 깜짝 놀랬다. 커튼이 흔들릴 정도면 얼마나 큰 벌레인가 싶어서 두려움에 떨며 커튼 아래를 봤는데 벌레보다도 더 거대한 미키가 앉아있었다니 ㅋㅋㅋㅋㅋㅋㅋ
문 밖으로 쫓아 내고는 쉐인이랑 벨라한테 일러줬다. 다시 2층 내 방으로 올라오는데 계단에 아무렇지않게 누워있는 미키를 보고 괜히 괘씸한 생각이 들어 발로 장난을 치다가 그만 할퀴어서 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