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녁에 운동을 가기로 하고 토요일의 오전 루틴(빨래돌리고 청소)과 아침을 먹고 준비해서 나왔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3일 연휴중 하루는 어딘가 놀러가야겠다는 생각에 30분을 검색한 끝에 도쿄의 서쪽 외곽에 위치한 오메라는 마을을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도쿄 여행지는 검색을 해봐도 쇼핑이나 맛집 리스트 말고는 도통 나오질 않아서 무작정 지도에서 예뻐보이는 카페가 있는 곳으로 가기로했다.
전철로는 총 1시간 거리에 떨어져있는 오메마을은 구모토리 라는 산의 입구에 위치해 있다.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전혀 감도 오지 않는 상태에서 일단 책이랑 노트북, 어제 만들어놓은 아보카도 샌드위치, 간식들을 챙겼다.
다행히 가는 루트는 단순해서 이번엔 헤매지않고 잘 갈 수 있었다. 최근에 또다시 유튜브에 빠지는 바람에 정신을 못차리는 것 같아 다시 머리좀 씻겨낼려고 일부러 폰은 쳐다도 안봤다.
다들 마스크한 모습을 보니 새삼 코로나가 살짝 신경쓰이긴 했지만 사태가 장기화 되다보니 무뎌진것같다.
입벌리고 한참 자고일어나니 전철 안은 텅텅 비어있었고 마침내 오메마을에 도착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내려서 돌아가는 차편 시간부터 봐뒀다. 멀리 떨어진 마을이다보니 도쿄까지가는 전철이 한시간에 두세대뿐이었다.
낯선 동네의 풍경을 보니 뭔가 진짜 여행을 온듯한 기분이들었다. 마을은 우리집 베란다에서 내려본 풍경처럼 집들이 다 난쟁이 들이었다. 엄청 시골분위기를 기대했는데 그냥 도쿄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조용한 동네 느낌이었다. 일본이 워낙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우리나라 8~90년대 모습이다보니 외곽이라고 딱히 더 오래된 느낌은 안들었다.
이 동네는 80년대 영화관이 유행했었나보다. 사진찍을 스팟이 꽤 많아서 누구라도 같이 왔었으면 좋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지도상에 근처 강이 있어 한번 가보기로했다. 가다보니 자꾸만 아래로 내려가서 나중에 돌아올때 생각에 도중에 포기할까하다가 이왕 온거 끝까지 갔다. 도착하면 ‘오길 잘했다’란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갔는데 큰 다리 아래로 펼쳐진 강을 보니 와... 역시 오길 잘했다...ㅎㅎ
가족 단위로 나와서 고기도 구워먹고 강에 발도 담으고 놀고있었다. 나도 돌밭까지 내려가서 강 바로 앞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ㅎㅎ
내 바로 옆에 세 가족이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전부 여자 아이들이었는데 강을 보자마자 신발을 벗어던지고 물에 들어갔다. 그중 한 아이만 물 밖에서 처음부터 계속 돌맹이를 강에 던지고있었는데 여자애 한명이 그 앞으로 천천히 물에 들어가다 돌에 얼굴을 맞아버렸다. 일부러 그런건 아닐꺼라고 생각하지만 뻔히 앞에 있는걸 봐놓고도 정통으로 얼굴을 맞히다니...
더 충격인건 맞은 아이가 펑펑 울고 그 아이 아빠와 다른 애 아빠가 와서 괜찮냐고 달래고 난리인데도 정작 돌던진 애는 얼굴색하나 변하지않고 사과는 커녕 괜찮냐는 말한마디없이 자리를 옮겨 계속 돌을 던지며 놀았다.
내가 일본어만 됬어도, 아니 한국이었으면 당장에 저 아이가 던진 돌에 맞은거라고 알려줬을텐데..
분명히 그 아이도 자기가 던진 돌에 맞아 아파한다는걸 알았을텐데 어떻게 그렇게 얼굴색하나 변하지않고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걸까.... 좀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일어를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나중엔 맞은 아이가 말을 해줬는지 아닌진 몰라도 어른들 중 아무도 돌던진 아이에게 한마디 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과자까지 한봉지 다 까먹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섰다. 검색해둔 카페로 향했다. 일찍 와서 다행히도 아직 시간이 2시밖에 되지않았다. 그런데도 왠지모르게 마음이 조급했다. 황금같은 주말을 이렇게 보내는게 과연 잘하고있는 건지 자꾸만 의심이 들었다. 유튜브에 빠지고나면 항상 이런다. 뭔가 하고있으면서도 불안하고 아무것도 안하고 여유를 즐겨도 뭔가 나 자신한테 죄책감같은게 들면서 불안해진다. 그래서 오늘 지워버렸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전부다. 이번엔 제발 오래갔으면 좋겠다.
카페는 완전 일본 분위기로 나무로된 낡은 건물에 오밀조밀 뭔가 많이 들어가있었다. 클래식 음악을 배경삼아 라떼를 마시면서 챙겨온 구몬을 풀었다ㅋㅋ
그렇게 한참을 앉아있다가 전철 시간표를 보고 일어났다. 너무 늦기전에 집으로 돌아가서 아직 해가 떠 있을때 또 다른 것들을 하고싶었다.
전철 타기까지 한시간정도 여유가 있어서 오메 마을 구경을 좀 더 했다.
그러다 역 바로 옆에 모스버거가 있는 걸 발견했다. ㅇㅈ이랑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던 후쿠오카가 떠올랐다. 그때 같이 먹은 기억이 나서 사진을 찍어 보냈다.
버거집 위치를 못찾아서 길가던 젊은 남자에게 ‘모스버거와 도꼬데스까?’라고 물었는데 못알아들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일본인들은 ‘모스바가’라고 해야만 알아듣는다고...
집에 돌아오는 전철도 당연히 한가할줄 알고있었는데 왠걸! 어느 동네에서 오는 사람들인지 전철 가득 꽉 차있었다. 결국 나카노에 내릴때까지 겨우 마지막 한정거장만 앉아올 수 있었다. 그래도 계속 앉아왔으면 또 입벌리고 잤을텐데 그 대신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언어의 온도’.. 갈수록 내 스타일은 아닌 것같다.
집에 오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운동을 갔다. 오늘은 유산소 운동만 하는날. 근데 요즘들어 무릎 통증이 더 심해지는 기분이다ㅠ
집에 들어오기전 마트를 들러 마늘을 샀다. 바로 꽁치김치찌개를 만들기위해서다!!!
처음으로 도전해보는 건데 유튜브도 지워서 요리에만 집중했다.
모스바가를 먹어서 배가 별로 고픈 상태는 아니었지만 꽁치김치찌개를 보니 안먹을 수가 없었다ㅠ
와... 맛이 정말 기가막혔다. 조미료 하나도 안넣었는데 어쩜 이렇게 맛있을 수가... 배부른줄도 모르고 밥 한공기 뚝딱해버렸다.
noopy00
2021. 9. 2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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