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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불만덩어리...

by noopy00 2021.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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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9 월

 

ㅊㄹ이한테 일 그만둔다고 말했다. 저번주 매니저가 너무 빡치게해서 그냥 그만둔다고 말했다고했다. 사실은 윈야드로 옮기고싶은 마음이 커서 평일만 그만두는 거지만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나를 어떻게볼지, 뒤에서 욕하진 않을지 걱정되서 좀 거짓말을 보탠 것 같다.
정말 모르고있었던지 나중엔 ㅇㅈ까지와서는 언니 잘했다면서, 이번기회에 시급도 많이 올려버리란다.
윈야드에서는 연락도 없고 애들한텐 떵떵거리며 소리쳐놨고... 속이 타들어갔다.

그러다 ㅊㄹ이랑 둘이 속닥거리는걸 의식한건지뭔지 부매니저가 나오더니 큰소리로 “xx씨 윈야드 지원했다면서?”라고 말해서 깜짝놀랐다. 매니저들끼린 벌써 얘기가 다 돌았나보구나싶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ㅊㄹ이가 어떻게생각할지 걱정이되었다. 일단 아무렇지않은 듯 굴었더니 다행히 ㅊㄹ이가 먼저 말을 걸어와 주었다. 최대한 아무렇지않게 코리아포스트에 올라왔길래 지원했다면서 어쩐지 연락이없더라고. 뭐 사실은 사실이니까.
ㅊㄹ이 빼고 다들 그만둔다니까 이제 무슨 재미로 일하나 ㅊㄹ이가 많이 슬퍼했다.

나는 왜 이렇게 남 생각을 많이 하는걸까... 얘네들은 절대 내 생각 해주지 않을텐데...

점심먹고서 너무 일찍 들어온 바람에 5분정도 일하고있는 ㅇㅎ이 옆에 서서 수다를 떨었다. 그런데 갑자기 ㅎㅅ오빠가 뒤에서 큰소리로 정색하며 밥시간 끝났냐고 물었다. 그래서 시간남았댔더니 시간이 남든 안남든 들어왔으면 일을 해야지란다. 허 참 어이가없어서. 지가뭔데 이매니저랑 똑같은 지랄을 떠는건지. 그래서 “아 그럼 나갈게요”했다. 여기 사람들 하나같이 다 똑같은 것 같다. ㅎㅅ오빠는 사람이 갈 수록 더 별로다. 지 말 잘 들어주는 사람 옆에 붙어서 푸드코트가 떠나가라 큰소리로 허세부고, 잘난 건 하나 없으면서 주둥이만 나불거린다. 마감할때도 뒤에서 아줌마들이랑 수다떠는거보면 가관이다. 처자식도 있는 사람이 바람피는걸 아무렇지 않게 자랑해댄다.

마칠때까지 ㅎㅅ오빠의 지랄은 계속됬다. 별것 아닌것에 큰소리치며 자기 존재를 과시하려했다. ㅊㄹ이 말대로 배운 것 없고 피해의식만 가득한 사람들이라그런지 사소한 것을 트집잡아 물리적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한다. 마치 동물처럼.
주말도 어서 일을 구해서 나가고싶다.

 

이 사람들이 바뀔 일은 절대 없겠지. 이런 무가치한(돈을 번다는 사실 빼고) 일과 사람들에게서 벗어나는 방법은 내가 그만두는 것 뿐이다. 그러나 어딜가든 이런 곳은 있다는 걸 안다. 정말 알렉스 말대로 창의적인 나만의 일을 하지않는 이상 이런 스트레스는 평생 받을 것같다.

 



퇴근하고 트레인타러가면서 바로 윈야드 매니저에게 연락을 했다. 다행히 받았다. 출근에대해 물었더니 안그래도 이제 연락을 줄 참이었단다. 주말에 교회에서 부매니저를 만났단다. 그래서 얘기했단다. 나에대해 어떤 앤지 물어본다고. 이해한다. 자기 입장도 곤란할테니까. 사장한테도 말했더니 지금 브리토마트점이 더 시급한거 아니냐고 했단다 ㅋㅋㅋ 어이가없어서. 여기가 무슨 대기업도 아니고 자기맘대로 원하는 매장에 알바생 넣고싶다고 내가 들어가나? ㅋㅋ 그만두고말지.
어쨌든 윈야드매니저는 자기입장만고려했을 땐 그냥 자기 매장에 왔으면 좋겠단다. 다음주 스케줄 나오면 알려주겠다고하고 전화를 끈었다.
ㅇㅎ가 밟힌다. 막상 내가 거기서 일하기로 했다니까 불편한가보다. 시간이 해결해주겠지만 난 어떻게 처신해야하는 걸까...

ㅊㄹ이는 여기 일하면서도 그들에게 물들지말자고 항상 다짐한단다. 그치만... 매번 스트레스받고 비정상적인 사람들과 말을 섞다보면 내 정신상태에 영향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트레인 내리니 비가 막 쏟아질 것같은 하늘이었다. 헬스장 가려고 굳게 마음 먹었었지만.. 짐도 무겁고 결국 집에가는 버스를 타고야말았다.
집에오니 사키가 저녁먹을 준비를 했다. 나도 쇼파에 앉아 스시를 꺼내서 먹었다. 사키와는 별로 말을 섞고 싶지않았다.
저녁을 먹고나니.. 오늘 정신적으로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지 피곤이 몰려왔다. 침대에 눕고싶었다. 시간이 일렀지만 결국 폰가지고 놀다가 어느새 잠이들었다.
세시간 잤나보다. 12시에 잠이 깨서 씻고 다시 누웠다. 제발 잠이 다시 들어야할텐데. 빗소리가 엄청 굵다. 벌써 10월의 마지막날이다...

 


최근에 일하면서 손님들이 나에대해 좋게봐주는 경우가 많았다.
중동계 나라 가족이 와서 치킨스큐어를 사가는데 그 중 10살도 안되보이는 어린 손녀딸이 할머니한테 자기네 나라말로 귓속말을 했다. 그리고 할머니가 나에게 통역해줬는데 내가 너무 이쁘다고했단다 ㅋㅋㅋ 스시 유니폼에 머리 질끈 묶고 화장도 제대로 안해서 팅팅 부은 무쌍 눈을 하고 유독 내 외모에 자신 없는 날이었는데... 그 아이 눈엔 내 어떤 모습이 이뻐보였던 걸까?
또 한번은 손님 없는 틈에 뒤돌아서서 음료 정리하고 돌아봤는데 그 잠깐 사이에 어떤 키큰 남자 아저씨 외국인이 큰 얼굴을 들이밀고 서있길래 깜짝놀래서 눈 땡그랗게 뜨고서 한참을 쳐다보며 계산을 해준적이있다. 놀랬다는 말을 하고싶어서 계속 쳐다보며 머리속으로 영어문장을 정리하고있었는데 결국 하지못하고 계산을 끝마쳤다. 그런데 가면서 하는말이, 내 눈이 참 예쁘단다. 이날도 마찬가지로 마스카라없이 참 마음에 안들던 내 얼굴이었는데 이런 내 눈을 이쁘다고 해주다니...

아마... 그들을 대하는 내 태도와 마음가짐이 그들에게 이쁜 모습으로 비춰졌나보다.

 

(+) 2021.03.10

지금 생각해보니 내 태도보다는 단지 외모때문이 아니었을까싶기도하다. 한국에서는 못나보이는 내 얼굴이지만 여기선 전혀다른 미의 기준으로 내 작고 찢어진 눈과 땡그란 얼굴이 이뻐보였을 수도. 

중요한건, 그 당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던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던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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