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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219

D-1 오클랜드에서의 마지막 날 이상하게도 눈을 뜨고 일어나기가 너무 싫었다. 단지 게으름인 것일까.. 오늘이 뉴질랜드에서의 마지막날인데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우선 밥부터 먹었다. 정리하고 청소해야할게 산더미인데도 겨우겨우 폰에서 눈을 떼고 11시가 되어서야 움직였다. 원래 계획은 밤까지 집에 머무르다 마지막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치만 어제 하루를 날려버린탓에 계획도 짜야했고 또 오늘 하루도 집에만 있고싶지않았다. 그래서 시티 나갔다가 친구좀 만나고 저녁에 다시 들어와야겠다고 생각하고 모에게 짐을 좀 부탁했다. 짐을 엄청 버렸다. 멀쩡한 옷들도 엄청 버리고 식기류도 엄청 버렸다. 대부분이 여기서 구입한 것들이다. 앞으로는 진짜 물건을 살 때 정말 필요한 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살것같다. 특히나 여행중일때에는... 2021. 5. 24.
D-3 좋은 사람들 ㅈㅇ이를 만날까말까 엄청 고민하다가 그냥 시티나가서 할거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나가려는데 전화가 왔다. 별로 만나고싶어하지않을것같아서 연락도 안올줄알았는데 왜 연락이없냐며 언제볼거냐고묻는다. 결국에 타카푸나로 향했다. 은행계좌 정리도 오늘 해버릴계획이어서 은행부터 들렀는데 결과적으론 2천불만 호주달러로 바꾸고 나머지는 그대로 뒀다. 호주에서도 같은 은행이있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ㅈㅇ이와 밥먹으면서 이야기나누는데 은근히 웃기고 착하다는걸 새삼 느꼈다. 아직 생각하는 건 한국인 마인드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1년 외국에서 살면서 우리나라의 비정상적인 부분들을 많이 깨달은것같다. 영어가 부족해서 외국인 친구들은 거의 없었고, 한국인 친구들이랑도 별로 가깝게 지내지못한 것 같다. 오로지 함께 .. 2021. 5. 22.
D-4 마무리 중 일어나서 염색 마저하고 ㅈㅇ이랑 낮에 보려고했는데 늦잠 자는 바람에 염색도 못하고 약속도 틀어져서 또 집에서 내내 잠만 잤다ㅠㅠ 하... 물건 파는 사이트에 안뜯은 생리대 팔려고 올려놓은거보고 연락이 왔다. 바리바리 챙겨들고 약속 시간에 딱 맞춰 시티에 도착했다. 한인 미용실하시는 분이었는데 남자분이 받아가서 놀랬다 ㅋㅋ 그래도 30불 벌었다. 이불도 팔고 가고싶은데 되려나 모르겠다ㅋ 마지막이라는게 왜이렇게 슬픈지 모르겠다. 서울에서 거의 7년을 살다가 다 정리하고 내려왔을때도 이렇게 슬프지않았던것같은데.. 만감이 교차한다. 이렇게나 정을 많이 줬던가... 집에와서 늦은시간이었지만 염색한다고 펼쳐놓은거 얼른 정리해버리고싶어서 마저 염색을 했다. 두번째 탈색이 망해버려서 내가 원한 색깔이 안나왔다ㅠㅠ 돈낭.. 2021. 5. 21.
D-5 떠날 준비 이제 정말 얼마 안남았다. 해야할게 엄청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다보니 할수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빨래건조대도 팔았다. 혹시나하고 올려본건데 1시간도 안되서 팔려버려서 돈을 좀더 높게 올렸어야했나하는 욕심도 들었다. 짐을 싸는데 우체국 제일 큰 박스로 4개가 나올 것 같다. 호주에 바리바리 다 챙겨가는 것보다야 낫겠다싶어서 한국에 보내려고 일단 다 싸고봤는데 택배비가 50만원 정도가 든다는걸 알고선 부랴부랴 짐을 줄였다. 버린다고 버리는데도 3박스 이하로는 줄어들지가 않는다ㅠㅠ 하.. 새 물건을 살 때는 하나를 버리고 하나를 산다는게 무슨말인지 알겠다. 한참 전에 사뒀던 탈색, 염색 약들을 오늘은 꼭 사용하려고 귀찮음에도 시간내서 했는데 망했다. 산화제가 부족했던건지 지난번.. 2021. 5. 20.
사과 씨앗 바이런 떠날때처럼 대리나가 롤링페이퍼를 준비했다. 케일라, 필리페 그리고 나. 늘 그렇듯 진심을 다 해 썼다. 필리페에게는 사실 할 말은 많았지만 그냥 짧게 썼다. “나에게 상처를 많이 줬지만 너는 좋은 사람이라는건 알아. 니가 어디에 있든 꼭 행복하길 바라고 그럴거라고 믿어. Goodbye. Shival” 정말 친구로라도 남지 못할거라는걸 확신할 수 있었다. 뭐... 정말 오랜 시간이 흐른다면 또 모를까. 이번에도 다같이 모여 피자와 맥주를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세명을 위한 송별회라는게 무색할만큼 다들 필리페 떠나는거에 열광했다. 거의 오늘 모임의 영웅이었다. 예전같았으면 시샘에 난 왜 저런 사람이질 못할까 또 자괴감에 빠지고 어떻게든 주목받고싶어서 애썼을텐데 이젠 그런건 다 의미 없다는걸 알았다. .. 2021. 5. 14.
한명씩 인사 Kayla도 이번주가 마지막이란다. 나도 가는 마당에 다들 줄줄이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씁쓸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어디에가든 새로운 사람을 만나겠구나라는 희망도 보였다. Kayla가 5시까지 대신 일해주길 부탁했다. ㄹㄷ언니와의 약속을 몇시간 미루고서라도 그러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필리페와도 둘이 일할 수 있고 돈도 더 벌고. 근데 그냥 마음을 바꿔먹었다. 필리페는 아니라는걸 이미 몇번이고 다짐했는데 또 남자때문에 내 소중한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는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따라 왜 이렇게 잠이 오는지... 일도 너무 힘들어서 돈이고뭐고 더이상 하고싶지않았다. 필리페는 오늘 10분정도 지각을 했다. 평소 지각하는 애가 아닌데 왠일인가싶었다. 그런데 표정을 보니 전혀 미안해하는것같지.. 2021. 5. 12.
차별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짜증이 급 밀려왔다. 새 직원중 한명인 Maddy라는 키위랑 테브랑 셋이서 일하는데 나한테는 4달째에나 우유스팀을 시켜주더니 이 여자는 지금 일 시작한지 얼마나됬다고 벌써부터 우유랑 다 하고있다. 푸드 쪽은 아예 모르는걸보니 평소에도 첨부터 계속 커피만했나보다. 나는 곧 그만두고 이 여자애는 앞으로 계속해야하니까 가르치는건 알겠는데... 잡일이나 청소도 아직까지 나만 주구장창 시키는데에서 제일 열이 받았다. 그동안은 진짜 암말않고 기분좋게 뭘 시키든 열심히 해왔었는데 오늘은 정말 너무 짜증이났다. 그렇다고 뭐라 할수도 없는 상황이라 더 답답하고 당장 그만두고싶었다. 아무리 테브 입장에서 이해해보려고해도 이건 차별이라고밖에 생각이 되지않았다. 그와중에 걸음이 느리다느니 잔소리까지 시작되.. 2021. 5. 11.
해외생활으로부터 성장한 것 카미도 정말 남자한테 관심이 많다.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ㅋㅋ 며칠 전부터 보이는 못보던 손님이 귀엽다며 자꾸만 나에게 말한다. 내가봐도 매력있게 생기고 스타일도 괜찮았다. 한국나이 24살정도면 충분히 관심이 넘칠 나이긴하다. 그러고보면 난 정말 관심이 많이 떨어진것같다. 나도 분명 카미처럼 모든 남자들을 이성으로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괜찮은 남자보이면 어떻게든 관심을 사려고 애쓰고... 근데 이제는 카미가 말하기전까지 그 손님을 보고서도 아무런 관심도, 매력있단 생각조차 못했다는게 신기하다. 카미는 바로 앞에 남자친구가 앉아있는데 그 손님 얼굴을 보며 얼굴빨개진것도 모르고 입이 찢어져라 웃어댄다. 안드레스가 이번 주말에 뭐하냐며 시간되면 서바이벌 게임이나 오토바이 타러가잖다. 물론 다같이. 오예... 2021. 5. 11.
나홀로 투어 어제 하루 집에서 영화만 두편보고 유튜브만 보다자다 그래서인지 새벽에 일어나는데 어렵지않았다. 간만에 좀 설렜다. 정말 가보고싶었던 아그로돔도 가고 나름 알찬 투어인것같아서 ㅎㅎㅎ 이 새벽시간에 스카이타워 근처를 카페가 아닌 여행때문에 오다니 어색하다 ㅎㅎ 간식과 물을 받아들고 버스에 올라탔다. 이전에 갔던 투어들과 달리 인원이 30명 정도로 꽤 많아서 더 좋았다. 대부분 여행객들로 캐리어를 다들 끌고있었다. 나처럼 사는사람은 거의 없는듯. 와이토모 가는 동안 기사아저씨가 주변 설명과 뉴질랜드 역사에 대해 귀가 따갑게 방송을 해줬지만 완전 꿀잠 잔것같다. 와이토모 동굴은 우리나라 동굴과 크게 별다를게 없어보였다. 다만 배를 타고 동굴 안 물위를 떠다니며 동굴 벽에 붙은 반짝이는 벌레를 본다는게 특별했다... 2021. 5. 6.
블라도와의 마지막 3일간의 여행이 고되었는지 생각보다 푹 자고 일어났는데 블라도는 제대로 못잤단다. 얼마나 길어질지 모를 여행을 앞두고있고 다시 자기 나라에 갔다가 캐나다로 긴 취업을 위한 여정을 떠나야하기에 생각할게 많았다고 한다. 이제 블라도도 떠난다. 블라도마저 떠나면 어떤 기분일지, 얼마나 더 허전할지 상상하기도 싫다. 아침에 좀 일찍 눈이 뜨여서 자고 있는 블라도 옆에 가만히 누워있는데 문득 블라도가 날 안아줬으면 좋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 내가 정말 외롭구나. 블라도가 이성으로 좋아서도, 성적으로 끌려서도 아닌, 단순히 사람의 온기가 그리웠다. 전적으로 나의 편인 누군가가, 내 존재 그대로 좋아해주는 누군가가 따뜻하게 안아주는 그런 기분을 느껴본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연고 하나 없는 이 낯선 나라에서 최근.. 2021. 5. 5.
북섬 여행 마지막 날 - 웰링턴 새벽일찍 출발하려고했는데 피곤에 쩔어서 해뜰 때 쯤 겨우 눈을 떴다. 새벽되니 추워지고 자리도 불편해서 제대로 못자 몸이 찌뿌둥했지만 차에서 잔것치고는 나름 괜찮았다. 추워서 세수도 하지않고 화장실도 안가고 차를 끓고 나왔다. 완전 야생이다 ㅋㅋㅋ 날이 밝고 보니 어제밤 뒤뜰로 운전해서 들어온 골목길이 더욱더 좁아보였다. 그 칠흙 속에서 여길 지나왔다니 새삼 내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ㅋㅋㅋ 웰링턴까지는 꽤 긴 여정이다. 4시간을 달려가야했다. 중간중간 졸음도 몰려왔지만 쭉 뻗은 도로에서 틈틈이 180 km/h로 달려 30분 정도 일찍 웰링턴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정도 속도로 밟으면 한눈에 보일 정도로 기름이 닳는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보니 저 멀리 웰링턴 시티가 눈에 들어.. 2021. 5. 4.
북섬 여행 둘째날 - 차박 호텔같은 방에서 정말 편안하게 푹 잤다. 좀 더 일찍 일어났어야했는데 어제 너무 늦게 자는 바람에... Sam에게 눈치가 보여 준비하는 내내 조심스러웠다. 아침으로 사과와 컵라면을 먹었다. 챙겨오길 잘한 것같다. 서둘러 준비한다고 했는데 1층에 내려와보니 이미 출근 준비를 끝내고 커피한잔하며 나를 기다리고있다. 뭔가 고맙다는 표현을 좀 더 하고싶었는데 날이 가면 갈 수록 줄어드는 내 영어실력 덕분에 어색한 인사를 하고서 집을 나올수밖에없었다ㅠ 계획했던 시간을 훌쩍 넘겨 10시에 나왔더니 이미 대낮이다. 어제밤 무단으로 아무 곳이나 세워둔 차가 걱정이 되어 얼른 주차해둔 곳으로 갔다. 헉...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져있었다ㅠ 날이 밝고 보니 내가 주차해둔 곳은 어떤 집의 Driveway 위였다. 떡하니 남의.. 2021.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