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트라이얼 하는날!!!! 이런 행운이 나에게 앞으로 얼마나 올지 모르는 일이다 ㅎㅎ 행운이 찾아왔을 때 최선을 다해야지.
시티가는 버스안에서 어제 공부했던 영어표현들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커피 내리는 법도 머리속으로 한번 그려보았다. 그러다 든 생각이, 어차피 내가 아무리 연습을 한다해도 실수할 건 당연한 일이기에 그것보단 친화력과 personality로 승부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알바 경험으로 이거하나만큼은 자신있으니까.
카페에 도착했다. 당연한거지만 손님으로 오던 때와 기분이 정말 달랐다 ㅎㅎ 직원들의 얼굴도 다르게 느껴졌다. 일을 시작하고 영어를 못알아 들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별 문제없이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지금생각해보면 완전 신기하다 ㅋㅋ
예상했듯이 가자마자 에스프레소 기계 써본적 있냐고 물어본다. 당당하게 대답했다. 한번도 써본적없지만 어떻게 하는지는 않다고했다. (어제 유튜브보고 공부했으니깐) 그랬더니, 괜찮단다. 알려줄거란다. 역시 키위ㅠㅠ 너무 감사했다.
여기는 스피드가 생명이라며 무조건 빨리빨리 움직이고 할게없는지 계속해서 찾아봐야한단다.
멍청해 보이지않으려고 엄청 노력했다. 무엇보다 영어 못알아듣는 것처럼 보이지않으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너무 긴장하고 있는게 느껴졌다. 얼굴도 점점 굳어가고... 이러면 안될 것 같았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침착하게 주변을 둘러봤다.
Tev가 일하는게 너무 웃겼다. 혼자서 정말 신이나는 듯 노래를 흥얼거리고 심지어 춤까지 춰가며 일을 했다. 뭘하든 리듬을 담아 몸을 움직였다. 내가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일을 배울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걸 하고있는 것 자체가 설레고 신기하고 신나는 일 아닌가? 그렇게 꿈꿔왔던 키위들과의 일인데 내 직감대로, 느낌대로, 내 몸이 원하는대로 따라가면서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이 조금 편안해질때쯤 Tev가 이쯤하면 된 것 같다며 계약서를 작성하잖다....... 와....ㅠㅠ
나보고 일을 참 빨리 배운단다 ㅎㅎ 30년 평생 눈치밥먹고 살았는데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ㅋㅋㅋㅋ
한시간정도 트라이얼을 한 후 드디어! 테브가 계약서를 꺼내왔다ㅠㅠ 감개무량... 속에선 기뻐날뛰고있었지만 겉으론 태연한척 했다. 테이블에 마주앉아 계약서를 작성하기시작했다. 내 포지션에 적힌 글자를 보고 깜짝 놀라 다시 설레기시작했다. Barista. 감격스러웠다ㅠㅠ
Tev에게 은근슬쩍 칭찬을 했다 ㅎㅎ 선생님이 너무 좋아서 빨리 배울 수 있었다고. 그랬더니 민망한건지 부덤스러운건지 학생이 똑똑해서 잘 알아들은거란다 ㅋㅋ 살짝 지슬랭이랑 비슷한 느낌이다. ㅋㅋㅋ
계약서 작성 후 베이커리 담당 폴에게 인사를 하고오면 커피한잔 만들어주겠단다 ㅎㅎ 아마도 폴이 꽤 높은 직책인가보다. 올라가서 인사를 했더니 반갑다며 함께 잘 일해보자며 악수를 청하더니 뜬금없이 자기 여자친구도 한국인이라며 사진을 보여준다. 몸매가 좋은지 전신사진을 굳이굳이 찾아서 보여주는데 하필 속옷만 입은 뒷모습이다 ㅋㅋㅋ 겁나 말랐다. 생긴건 마치 필리핀 사람같았는데 한국인 맞단다. 왠지몰라도 한국이름을 싫어한단다 ㅋㅋ
암튼 그렇게 인사를 하고 내려오니 Tev가 커피를 쥐어주었다 ㅎㅎㅎ 뭔가 멋있어보였다ㅠㅠ
원래는 트라이얼 끝나고 카페에 앉아 공부를 하려고했는데 왠지 그러기엔 뻘쭘할 것 같아서 인사하고 바로 나왔다.
트라이얼 하는 동안 바빠서 개인적인 이야기는 많이 못나누었지만 간단하게 뉴질랜드에 무슨 목적으로 있는거냐 묻길래 일단은 가장 우선적인 것은 영어고 그 다음은 취업하고 싶다고했다. 사실 여기서 몇년 더 살고싶어서 워킹 비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장난처럼 남자만나는게 빠르지않겠냔다 ㅋ 우리 카페에 키위들 많이 오는데 한번 잘 찾아보라는 식으로 ㅋ 그때 옆에서 듣고있던 여자 직원이 Tev에게 너는 어떠냐고 말을 한다 ㅋㅋㅋ Tev는 민망한지 말을 돌렸다. 여자친구 찾고있나보다 ㅋㅋㅋ
카페를 나와 어디갈까 고민하며 걸어내려왔다. 날씨도 너무 좋았고 카메라를 켰는데 내 등뒤에 보이는 스카이타워 배경이 너무 멋있어 보여 사진을 찍었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ㅇㅈ이한테 카톡이왔다. 왜케 행복해보이냐고. 길가다 또 날 본건가했는데 그냥 내 카톡프로필 보고 하는 말이었다. 정말 행복할때 이런 연락이와서 신기했다. IT 일 구했냐고 물어본다. 최근 몇달간 회사생각은 거의 하지않고 살았다. 그냥 지금 이 순간순간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생각하고싶지가 않았다. ㅇㅈ이는 이번주부터 인턴을 시작했단다. 무급인데 심지어 900불이 넘는 돈을 오히려 지불해야하는 그런 인턴이었다. 전에 취업박람회에서 만났을 때 얘기한 기억이 나는데 그때도 왜 그렇게까지 해야하나하는 생각이 들긴했다.
새벽엔 청소, 낮엔 인턴으로 회사나가고 오후엔 잠깐 운동갔다가 밤 12시까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한단다. ㅇㅈ이도 참 나만큼 빡세게 산다 ㅋㅋㅋ 그런데 ㅇㅈ이는 한국에서처럼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내 소식도 전했다. 방금 카페 알바 붙고오는 길이라고. 한인잡인지 물어보길래 키위잡이랬더니 바리스타 경력있는 애들도 구하기 힘든 일을 정말 운이좋았던거란다. (한국인들은 왜다 하나같이 운이좋았던거라고 하는걸까?ㅋ)
오랜만에 연락오니까 좋았다. 지금 내 기분이 좋아서 더 그랬던건진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했는데 말을 계속 돌리는게 만나기 싫은 것도 같다.
카페에서 내려오는 길에 할아버지가 기타치며 노래부르는 버스킹을 발견해서 벤치에 앉았다. 거의 한시간은 앉아 있었던 것 같다. 목소리가 완전 내 스타일에 선곡도 너무 좋고 날씨까지 환상적인 조화였다. 팁으로 가지고 있던 동전 2.10불을 던져주고 덤으로 엄지척 해주고 왔다ㅋㅋ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카페갈까하다가 도서관으로 갔다. 자리에 앉았는데 너무 들뜬 상태여서일까 공부는 하나도 못하고 딴짓만 실컷했다. 배가고파졌는데 원래 오늘 ㅇㅎ이랑 보기로했던 날이라 연락해보기로했다. 전에도 연락한대놓고 내가 먼저 연락했던 적이 있어 자존심상해서 안하려다가 했는데 이번엔 약속을 기억조차 못하고있었다. 오히려 나보고 잘못들은거아니냐는... 기분이 정말 나빴다. 결국 자기 머리아프다며 다음에 보자며 얘길 마무리했다.
기분 나쁜건 금방 털어버리고, 혼자서 뭘먹으러갈지 고민하다 얼마 전 블로그에서 우연히 발견한 미고랭 맛집을 가기로했다. 갔다가 판뮤어에 운동이나 갈 생각을하고 Civic 앞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오늘 무슨 인도 축제가 있는지 전통의상을 입은 인도인 행렬이 이어졌다. 그 행렬에서 왠 할아버지가 나에게 빵을 나눠줬다. 곧 밥먹으러 갈거라 한입만 베어물어봤는데 생긴게 좀 찝찝해서 그렇지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정류장에 서있는데 왠지 낯이 익숙한 여자가 보였다. 며칠전 스시집에 면접을 보러온 애였다. 반가운 마음에 아는척을 했다. 친구와 같이 있었다. 친구는 남섬에서 몇달 살다 최근 오클랜드로 넘어왔고 면접본 애는 이제 막 워홀을 시작했다는데 둘다 왜케 안색도 안좋아보이고 분위기가 우울한지... 면접본애는 뉴질랜드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렇게 시골인줄 몰랐다며 일찍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도 하고있단다. 정말 내가 느끼는 뉴질랜드와 다른 한국인들이 느끼는 뉴질랜드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오네항가에서 둘이 살고있고 면접 보러 왔던 애는 이제막 일자리를 구하러다니기 시작했단다. 근데 확실히 웃지를 않으니 인상이 좋아보이질 않았다ㅠ 그러니까 더더욱 좋은일도 안생기고 이 아름다운 도시가 그저 그렇게 보이나보다. 기분이 안좋더라도 최대한 밝고 긍정적으로 웃고다니면 복이 온다는 옛말이 틀린게 없는 것 같다.
스시집에 대해 물어보길래 0.1초 고민하다 사실대로 다 말해줬다. 여기서 즐겁게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 내일 트라이얼 하기로했다며 그것도 가야하나마나 고민 중이라길래 일단 하루는 가서 일해보고 직접 판단해보라고했다.
뉴마켓에 있는 미고랭 맛집 Selera. 같이 사는 벨라가 인도네시아 사람인데 미고랭은 식당에서 첫경험이다.ㅋㅋ 직원들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이었고(당연히..) 자그마한 가게의 홀은 손님들로 꽉 찼다. 내 옆 테이블에 키위로 보이는 여자 한명이 메뉴판에서 그림만 보고 음식을 시켰는데 그게 엄청 매웠나보다 ㅋㅋ 헐떡거리며 연신 물을 들이키길래 안쓰럽게 쳐다보고 있었더니 눈이 마주쳤다. 너무 맵다며 나한테 하소연한다 ㅋㅋㅋ
헬스장 가려고 판뮤어로 넘어왔다. 스트레칭좀 하고 본격적으로 런닝머신을 뛰려는데 블라도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지금 리랑 맥주한잔 하려는데 나도 오겠냔다. 타이밍도 참...
결국 런닝머신 30분만 뛰고 또다시 시티로 향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카이타워 근처에 있는 Empire Tavern. 낮엔 스테이크, 파스타 등등 파는 레스토랑이고 저녁엔 술도 같이 파는 Bar가 되는 곳이다. 이미 블라도랑 리는 맥주 피쳐 하나를 비우고 있었다. 오랜만에 얼굴 보고 수다떨고 놀았더니 넘 즐거웠다.
리 안경 벗겨서 블라도랑 나랑 써보며 놀고 있는데 이번엔 벨라한테서 연락이 왔다. 쉐인이랑 지금 클럽갈려고 시티나가는 중인데 어디냐고. 시간은 이미 자정이 가까워져서 막차타고 집에 가기는 글렀다. 피곤했지만 나도 같이 클럽에 가기로했다 ㅋㅋㅋㅋ
K-road의 어느 한 스트립클럽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내 생애 첫 스트립 클럽이다!!!
K-road에서 만나기로 했다니까 이시간에 위험하다면서 블라도랑 리가 데려다 줬다. 빅토리아 스트릿에서 걸어가기에 거리가 꽤 있었다. 중간에 빅토리아 공원도 지나가야했다. 오클랜드는 밤에 특히 공원이 정말 위험하다고 한다. 살인사건도 많이 발생한다고.............
클럽 앞에 도착하니 쉐인이 마중 나와 있었다. 어색하게 블라도와 리랑 다같이 인사를 나눈 후 헤어지고 나는 쉐인이랑 클럽 안으로 들어왔다.
스트립 클럽이라고해도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 문란한 분위기는 나지 않았다. 붉은 빛의 조명에, 작고 아늑한 홀이 있고 중앙에 스테이지가 있었다. 밸라와 쉐인은 그 근처 테이블을 잡고 앉아 있었다. 거의 헐벗은 여자가 시간대 별로 나와서 폴을 붙잡고 스트립댄스를 췄다. 정말 신세계였다. 생전 처음 보는 스트립 여성들은 문란해보이거나 더러워보이지 않고 정말 아름다웠다. 한국의 스트립 여성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여기 스트립 여성들의 몸매와 춤은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정말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한참을 넋놓고 보고있었던 것같다.
한 스테이지가 끝나고 방금 춤을 춘 여자가 다음 스테이지 전에 잠깐동안 홀에 있는 전체 테이블들을 돌며 유혹한다. 돈을 쥐어주면 그 사람만을 위한 춤을 춰 준다. 벨라와 쉐인이 나보고 해보라며 계속해서 부추겼고 망설이다 결국 호기심에 못이겨 5달러를 쥐어줬다. 그랬더니 여자가 자기 가슴에 내 얼굴에 들이밀더니 파묻어버렸다ㅋㅋㅋㅋㅋㅋㅋㅋ
F컵 정도 돼보이던 가슴은 진짜였다. 재밌는 경험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스트립쇼를 감상하고 싶었지만 벨라와 쉐인은 지루했는지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고 재촉해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다음 목적지는 게이클럽..... 아니, 이렇게 트레이닝 복에 백팩매고 클럽을 여기저기 다니게 될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ㅋㅋㅋ
오늘이 무슨 날인 건지 가는 클럽마다 사람이 터져나갔다. 게이클럽은 2층으로 되어있었다. 우선 술을 사러 Bar에 갔고 우리는 와인을 한잔씩 주문했다. 입구에 있던 거대한 여장남자들과 사진을 찍고서 안으로 들어갔는데 순식간에 벨라와 쉐인이 사라졌다. 정신놓고 춤추러 뛰어갔나보다 ㅋㅋㅋ 나는 와인 잔을 들고서 홀짝거리며 주변에서 웃통 벗고 남자들끼리 춤추고 있는 몸매를 감상했다ㅋㅋㅋㅋㅋ 2층 테라스에서 1층을 내려다보며 구경하고 있었는데 잠시 난간에 와인잔을 올려둔다는게 어느새 사라져있었다. 아마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밀려 1층으로 떨어져버린듯... 레드와인이었는데... 죄송해요...
게이클럽이라 맘놓고 놀고 있는데 트레이닝복에 백팩매고 있는 나한테도 들러붙는 남자들이 있었다. 모르는 척 백팩으로 밀어버렸다.
(이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벨라와 쉐인의 애정표현에 나도 모르게 못참고 마커스한테 문자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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