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눈이 떠졌고 꽤 상쾌해서 처음으로 우리 타운 하우스를 한바뀌 쭈욱 돌았다. 명상을 할 목적으로 나온거였는데 잘 되지가 않았다. 오늘 할 알바들 생각으로 가득찼다. 거기다 저녁엔 지슬랭까지 드디어 남섬에서 돌아오니...
여유롭게 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으며 카페에서 받은 레시피를 훑어 봤다. 뭔말인지 하나도 머리에 들어오질않았다ㅠ
사키도 준비를 끝내고 내 옆에앉아 밥을 먹었다. 여전히 꼴도 보기싫었다. 인사만 나눈후 이어폰을 귀에 꽂아버렸다.
밥을 다 먹고 사키가 집을 나서며 인사를 하는데 오늘도 티비를 켜둔채로 나가길래 바로 말했다. 끄고 가달라고. Please는 붙였지만 내 표정은 그게 아니었을거다. 아니 왜 항상 지가 켜놓고 안끄고 나가는거야? 난 심지어 보고있지도 않는데.
시티에 30분 이상 일찍 도착해서 오전의 여유를 만끽했다. 윈야드쿼터 지역은 정말로 아름답고 좋았다. 이번에도 명상은 잘 되진않았다. 광합성만 열심히하고 일하러 들어갔다.
일한지 고작 이틀 되었는데 정말 시간이 잘 안갔다. 3시간밖에 안되는데;;; 실비아파크랑 좀 달라서 속도가 안붙는다ㅠ
어후... 나 자신도 답답하다ㅠ
어찌저찌 일 끝나고 점심도 먹고가래서 배불리 먹었다. 커피머신 사용법도 배워야한단다. 여기 마치고 또 일하러 가는 곳이 카페인줄은 꿈에도 모를듯 ㅋㅋㅋ
카페에 도착했다. 못보던 외국인 남자 스탭이 한명 더 보였다. 인사를 나누고 바로 일을 시작했다. 하... 오늘은 정말 멘붕이었다ㅠ 커피 메뉴들도 아직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가만있지말고 빨리빨리 하라고 재촉을 해대는 통에 더 정신이없고 눈치가 보였다. 영어로 말하니까 머리속에서 한번더 필터링 거치느라 시간이 배로 걸리고 손에 익지도 않은 커피도 빠른 속도로 만들어야지.. 진짜 오늘 너무 힘들었다ㅠ
한번은 아이스커핀가? 암튼 내가 뭘 잘못하고있었는지 테브랑 다른애랑 둘이서 동시에 나를 쳐다보며 막 영어로 외쳐대는데 진짜 그 모습이 웃기기도하고 정신 나가는줄 ㅋㅋㅋㅋ
여기 뉴질랜드와서 좋은게 여유를 되찾을 수 있어서였는데 키위들이랑 일을 해도 이렇게 쉴틈없이 급하게 움직여야하다니... 뭔가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는 기분이다.
그치만 이 모든걸 감수하고서도 여기 일하고 싶어서 지원한건 나니까 정말 열심히 해야한다. 왠지 내가 마음에 안들면 언제든지 짜를생각인 것 같다ㅠㅠ
열심히하는 모습보다도 잘 하는 모습이 지금은 더 중요한 것 같다. 이번주 목요일까지 레시피 외워오랬으니 무슨일이 있어도 능숙하게 다 외워가야지...
6시가 다되갈쯤 카페로 들어오는 지슬랭이 보였다! 와 ㅋㅋ 4개월이나 못봤다는게 믿기지 않을만큼 그대로였다. 남섬에서 막 돌아와 잘곳이 없는 지슬랭에게 우리 집에서 잘 수 있도록 벨라와 쉐인에게 양해를 구해뒀다. 잠시후 일이 끝나고 지슬랭과 함께 카페를 나왔다. 여전했다. 전혀 어색한감도 없었다. 오히려 애가 좀더 차분해진 기분?
함께 집에와 사키와 인사를 나누고 좀있다 장보러갔다 돌아온 벨라쉐인 커플이랑도 인사를 나눴다. 지슬랭이 맡겨뒀던 짐도 다 빼고 좀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울 집 애들이랑 다같이 먹으면 좋을 것 같았지만 둘이 나왔다.
어디갈까하다가 no1 chicken을 가기로했다.
치킨을 먹으며 그동안 밀린 수다를 나눴다. 남섬이 그렇게나 좋단다. 내가 꼭 가봤으면 한단다. 거기에서 정말 relax한 생활을 보내다가 오클랜드로 오니까 기분이 너무 이상하고 답답하단다. 나는 여기도 충분히 여유롭고 평화롭다고 느끼고 있는데 남섬은 더 하다니까 왠지 거기는 나한테 좀 지루하고 외로운 곳이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좀 들었다.
돈 없다는걸 알기에 저녁은 내가 샀고 보답으로 지슬랭이 아이스크림을 샀다. Movenpick!!! 다행히 11시까지 한대서 앉아서 이야기도 더 나눌 수 있었다.
함께 처음으로 사진도 찍었다. 여기 처음 도착했을때 앤마리 집에서 봤던 첫 인상이 아직도 생생하게 나는데 정말 많이 편해졌다는 생각이들었다.
피곤이 몰려왔다. 집으로 돌아오니 거실엔 불이 다 꺼져있고 조용했다. 벨라 방에 노크를 하고 extra bed가져와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했다. 창고에서 침대와 이불 등등을 꺼내 거실에 세팅을 했다. 고맙다고 인사하는 지슬랭. 늘 내가 지슬랭에게 신세만 져왔는데 뭔가 전세 역전된 듯한 기분.
(+) 2021.03.14
한번 싫다고 낙인 찍은 사람은 극도로 싫어했구나.. 저렇게까지 사람을 혐오할 이유가 있었을까.
'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꾸 없어지는 물건.. (0) | 2021.03.15 |
---|---|
이젠 내 나라같은... (0) | 2021.03.15 |
첫 출근! (0) | 2021.03.14 |
마음 부자 (0) | 2021.03.12 |
동성애자에 대한 내 생각 (0) | 2021.03.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