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02 수
일 마치고 집에와서 벨라와 세시간동안 수다를 떨었다. 오늘따라 영어가 잘 나와서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다. 애기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나이 많은 키위 남자랑 결혼해서 팔자 핀 벨라 친구이야기, 부모님의 노후 걱정, 우리들의 미래 이야기(각자의 나라로 돌아가게된다면 무슨 일을 하면서 살게될지..) 등등.
벨라는 어려서부터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가정환경과 주변에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들 속에서 자라왔다. 그래서 그런지 돈이나 사업 관련해서 나보다 훨씬 넓은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만약 어쩔 수 없이 한국에 돌아가야한다면 이곳에서 배운 바리스타 경험을 가지고 카페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그말을 들은 벨라는 "여러 나라 살면서 다양한 경험도 있고 영어도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남 밑에서 일하려고 그래?"라며 내가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한 얘길 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인도네시아에 돌아가게된다면 학생들을 위한 하우스 렌트 사업을 해보고 싶단다. 학생들 특유의, 학생들만이 가질 수 있는 그 라이프 스타일이 너무 좋아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 관심이 많단다.
벨라와 대화하며 나의 대화 방식에 대해 깨달은게 있다. 나는 늘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하는 식으로 대화를 이어가길 좋아하고 있었다. 일부러 언쟁을 유도해서 토론하기를 좋아했다. 어쩌면 이게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어서 나와 거리를 두게 만들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벨라가 임신한 것을 가지고 나보다 어른행세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무의식 중에 그걸 꺽으려고 하다보니 살짝 서로 감정이 틀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딱 거기서 멈췄다. 내 의견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보다 대화 자체를 즐기고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것 같았다. 내 자존심 지키겠다고 상대의 의견을 굴복시켜봤자 관계에 있어서 남는 것은 찝찝함 뿐인 것같다.
사람이나 사물 등, 세상을 보는 관점에 따라 그 해석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나는 늘 사람들을 관찰하길 좋아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신기했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또 한창 인물 사진 찍는 것에 관심이 있을 땐 어떤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의 자연스러운 예쁜 모습을 찾으려고 애썼다.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을 관찰하지만 이제는 상대방의 단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언젠가 나를 배신할 만한 사람은 아닐까 판단하는데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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