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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카페 사람들

by noopy00 2021.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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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서 폰을 봤더니 ㅎㅇ이한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와 있다. 출근 하기 전까지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눴다. 지난 번에 마지막으로 연락을 한 이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나보다. 

 지난번에 여동생이랑 같이 영국에 여행 간다던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 후에 인테리어 회사에 취직을 해서 상사와 함께 영국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인테리어와는 전혀 상관없는 비서 일만 하고 있다고. 그 것도 그냥 비서가 아닌 ㅎㅇ이를 오피스 와이프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온갖 성희록적인 말과 행동들을 하고 회사, 집 구분없이 일을 시켜댔다. 사무실에 자리까지 깔아놓고 24시간 함께 생활하면서 숙식제공+학교 등록금 지원까지 내세우며 가스라이팅을 했다. 정작 당사자인 ㅎㅇ이는 힘들다고는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건지 알수가 없었다. 혹여나 본인 스스로 너무 자책하지는 않을까, 아주 조심스럽게 조언을 해줬다. 다행이 지금은 그만두겠다고 말해놓은 상태란다. 하.. 세상엔 참 별 쓰레기같은 인간들이 많은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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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에서 러쉬를 한바탕 치고 나서 나는 설거지를, 테브는 주변 정리를 하고 있었다. 테브가 싱크대 옆 테이블 위에 있는 물기를 싱크대로 쓸어 내리다가 내 팔과 옷에 조금 튀었다. 순간 놀라서 큰소리로 “아!”하고 테브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장난으로 “Thank you.”라고 말했다. 나도 내가 그렇게 말을 할 줄은 몰랐다. 테브는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내가 널 다치게했어? 어디 피라도 났는지 나한테 보여줄래?”라고 똑같이 장난치길래 “응. 내 마음”이라고 맞받아쳤다. 확실히 New Year's Day 이 후로 많이 편해진 것 같다.

 


 테브가 퇴근 후 나와 바이런만 카페에 남았다. 바이런이 마감하는 날이다. 그런데 바이런은 오늘도 정말 일 할 생각이 없는 듯 했다. 특히 설거지. 러쉬가 몰아닥치고 나면 한 사람이 카페 전체 테이블 정리를 하고 오는 동안 나머지 한명은 쌓여있는 설거지정도는 하고 있어야하는데 바이런은 절.대. 안한다. 손에 물 묻히는 걸 원래 엄청 싫어하나? 이젠 더이상 매니저도 아닌데 보스놀이 하던 때처럼 틈만나면 폰만 보고 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은 전혀 생각도 안하고, 테브나 폴만 없으면 이때다 싶어 계속 놀기만 한다.

오늘은 진짜 언제까지 설거지 안하나싶어서 일부러 다른 일부터 하고 설거지는 내버려둬 봤다. 믹서기 통 4개 전부 다 나오고, 더이상 설거지거리 둘 자리가 없어질 때까지 안하고 내버려뒀다... 하... 진짜 어이가 없었다. 결국 내가 다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한참 설거지하고 있는데, 마사였으면 충분히 혼자서도 했을 주문을 굳이 나를 부르며 자기를 도우라고 시킨다.
 혼자서 마감을 해야하니 나 퇴근전까진 쉬게 내버려둘까 싶다가도 너무 괘씸해서 오늘은 나도 대놓고 티를 냈다. 나중엔 바이런도 내 기분을 알아챈 듯, 무슨일 있냐며 물어본다.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모르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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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밤 우리 카페 앞에서 어떤 남자가 팔에 자해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출근 길에 보니 카페 앞 인도에 피자국이 엄청 떨어져 있었다. 오후 늦게 되서 갑자기 경찰들이 나타나서는 바리케이트를 치기시작했다. 어제 밤 그 남자, 알고보니 엄청난 마피아 조직의 일원이었다거나, 사실은 자신의 팔이 아닌 남의 팔을 찔렀다거나 그런거였을까? 경찰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다. 단순히 핏자국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카페 메인 출입문은 폐쇄되고 옆집 편의점과 연결된 통로로 손님들을 받았다. 이 나라는 작은 일 하나하나에도 엄청 크게 반응하는 것 같다.

 

 

 퇴근 시간이 되었다. 바이런과는 1초도 퇴근시간을 넘기고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칼퇴하고 나왔다. 집에 가려는데 마사에게서 연락이왔다. 술한잔 하겠냐고 묻는다. 어제 일로 얘랑 더이상 술마실 일은 없겠구나 했는데 연락이 와서 좀 의외였다. 간당간당한 폰 배터리로 겨우 마사가 있는 곳을 찾아갔다. Hobor의 선착장이었다. 왠 한국인 남자랑 키위 할아버지랑 셋이서 피자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 한국인은 백팩커스에서 알게된 애고 나이는 의외로 나랑 비슷한 31살. 이때 다시 듣게된 마사의 나이 23살. 정말 믿겨지지가 않는다 ㅋㅋㅋ
오늘따라 마사가 너무 괜찮아보였다. 사복이라 생긴것도 그랫지만 하루종일 바이런에게 시달렸더니 마사가 그리웠나보다.
프로바도로 자리 옮겨서 셋이 수다를 떠는중에 그저께 있었던 일이 생각나 직접 물어봤다. 왜 나한테 그런식으로 물어봤냐고. 내가 돈 더 벌려고 한시간씩 더 있다 가는건줄 아냐고. 그랫더니 엄청 당황해하며 전혀 그런 뜻이 아니었단다. 테브가 자기에게 내 퇴근시간 결정권을 넘겨줬기때문에 바쁘면 얼마든지 더 일하게 할수있단다. 그래서 항상 퇴근시간에 바쁜지를 파악해서 나에게 말을 해줘야 했었고 그저께는 공휴일이라 1.5배 더 받는 날인데 혹시 더 머물 생각 있으면 더 있으면서 1.5배로 받으라는 의미에서 한 말이었단다. 내가 느꼈던걸 말하니 too much thingking이라는...ㅋ 암튼 완전하게 오해였던 것이다. 이 얘기를 하면서 어찌나 당황해하던지...ㅋㅋ 오늘따라 왜케 귀여운거야ㅠㅠ 알고보니까 수염을 밀었단다 ㅋㅋ
그래서 더 어려보이고 귀여워보였던 걸수도 있고 아니면 이제 정말 편해지고 친해져서 일수도있다. 심지어 자고싶다는 생각까지 잠깐 들었다.... 술이 들어가니까 또 이성이 약해져가지고 ㅋㅋㅋㅋ
오늘따라 흰옷에 수염까지 없으니까 자꾸만 안기고싶었다ㅠㅠㅠ

술집에서 셋이 이야기나누다 마사가 잠깐 화장실을 갔는데 그러고나서도 한국애랑 계속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첨엔 인식못하다가 갑자기 왜 우리가 영어로 대화를 하고있지? 깨닫고선 너무 웃기기 시작했다 ㅋㅋ 왠지모르겠지만 한국 사람둘이서 엄청 능숙하지도 않는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있다니 너무 웃겨서 웃음 참고 듣느라 죽는줄알았다 ㅋㅋㅋㅋ 이렇게 대화가 된다는 것도 신기하고 서로 편한 한국말로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까먹고있다는게 웃겼다 ㅋㅋ 그러면서도 동시에 내 영어가 많이 늘긴했나? 하는 생각이들었다. 늘기는 커녕 오히려 퇴화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잘모르겠다. 엄청 쉬운 표현들만 사용하고있고 늘 하던 표현만 반복하고있는거라 실력이 늘었다고는 볼수없는데.
영어는 확실히 하고싶은 말이 있고 생각이 뚜렷해야 막히지않고 더 잘 나오는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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