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일요일에 크리스찬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정말 오랜만의 데이트라 어떤 대화를 나눠야할지 설렘반, 걱정반이다. Independent한 여자란 어떤 것일까? 지금까지 나는 지나치게 독립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어떤 면에서보면 전혀 아닌 것같기도 하다. 지금보다 20대 초반이 훨씬 더 독립적이었다. 늘 내 고집대로 살고싶어했고 내가 뭘 원하는지, 주장도 확실했다. 20대 후반으로 갈수록, 그리고 지금에 오기까지 나의 의견은 서서히 희미해지고 늘 주변사람들의 눈치만 살피는 조용한 사람이 되어갔다. 겸손해진건지 자신감이 없어진건지 모르겠다.
20대 땐 속에 든 것 하나 없이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만 치장하기에 바빴다. 30살 즈음이 되어서 그 모든것이 부질 없음을 느끼고 그때서야 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옷과 신발, 화장품을 사는데 돈을 쓰기보다 책을 읽고,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는데 돈을 썼다. 상대적으로 겉모습엔 신경을 덜 쓰게되었고 그런 상태로 서울 생활은 쉽지 않았다.
주변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생각하든 나만 아니면 된다고하지만 어쨌든 인생은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보니 어느정도 밸런스는 맞추고 사는게 중요할 것같다는 생각이든다.
-
카페 퇴근 후 ㅎㅇ이랑 영통을 했다. 한명은 영국 런던에, 한명은 뉴질랜드에서 통화하고 있지만 ㅎㅇ이와는 이런게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우리 두명 다 어디 정착하고 사는 체질이 아닌 것같다.
ㅎㅇ이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보니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난다. 어릴 때 나는 지금의 내 생활을 전혀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그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말도 안되게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꿈으로만 꾸던 푸른 들판이 펼쳐진 외국에서 살고 있는 것 뿐만아니라 내가 하고싶은건 얼마든지 내 의지대로 하면서 살 수 있다는게 정말 행복한 것 같다.
ㅎㅇ이는 지금 어떤 또라이같은 상사와 함께 일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있다. 암껏도 모르고 상사 말만 믿고 영국에 따라왔는데 괜히 왔다며 후회하고 세상물정 아직까지 잘 몰라서 상사한테 놀아났다는 사실에 후회하고.. 계속해서 후회만 하길래 내 생각을 말해줬다.
내가 볼땐 전부다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그런 상사를 만나서 이제는 세상에 그런 또라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배웠고 공짜로 영국까지가서 다른 회사에 이력서도 넣고 친구들도 만날수있는 엄청난 좋은 기회를 얻은거라고!
ㅎㅇ이가 만난 또라이 얘기를 들으면서 내가 만나온 엄청난 또라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미리미리 경험해서 이제는 스시집 이매니저같은 정도의 또라이쯤은 내 정신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질 못한다.
ㅎㅇ이한테는 내 인생 최대의 또라이 5명정도 만난것같다고 말했었는데 집에오면서 다시한번 생각해봤다.
가장 첫번째는 가족이다. 친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일이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먼저, 가장 오래 지속되는 상처를 준 사람들이다.
그 다음은 아웃백 점주. 그당시엔 사실 잘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히도 성격이 더러운 사람이었던것같다. 점주 눈에 띄지않으려고 엄청 조용조용 일만했던것같다 ㅋㅋ
네번째는 병원 접수대 언니. 그게 뭐라고 한번 버텨볼거라고 집에서 울기도 많이 울었었지..ㅋㅋ
다섯째는 내 첫 회사의 ㅈㅈㅇ 이사 ㅋㅋ 와... 내가 회사를 5년씩이나 다녔다는게 믿겨지지않을 정도로 까마득한 옛날 일같다.
지나고 나니까 다 추억이 되어버린다는게 정말 무섭다ㅋㅋㅋㅋ
'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리스찬과의 데이트 (0) | 2021.04.03 |
---|---|
쉬는 날 (0) | 2021.04.02 |
카페 사람들 (0) | 2021.04.01 |
나는 어떤 사람 (0) | 2021.04.01 |
오해 (0) | 2021.04.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