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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휴가 D-Day

by noopy00 2021.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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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집을 나서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는 우울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어두운 길거리엔 아무도 없었고 혼자 버스 정류장에 서있는데 살짝 무섭기까지 했다. 공항으로 친구를 데리러가기위해 먼저 렌트카 샵에 들렀다. 어제 미리 렌트를 해두었더라면 집에서 바로 출발 했을 테지만.. 다시 갔다. 이번엔 카드 제대로 챙겨서. 

 친구를 만날 생각에 설레임보다도 운전을 해야된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더 앞섰다. 무사히 렌트를 하고 직원과 함께 주차된 차가 있는 지하로 내려갔다. 차 외관 검사가 끝나고 키를 넘겨받았다. 이제 출발이다...ㄷㄷㄷ 시동을 켜고, 크리스찬과 연습했던 감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엑셀을 밟았다. 가장먼저, 뱅글뱅글 도는 입구를 통해 지상으로 올라가야하는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터졌다. 크게 커브를 돌아 입구로 진입을 해야하는데 여전히 왼쪽 조수석 감이 안잡혀 벽에 긁을 뻔했다. 다행히 입구로 걸어내려오던 마오리? 아일랜더? 남자 아이둘이 손짓으로 알려준 덕에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예상시간보다 훨씬 더 걸려서 공항에 도착했다. 집에서 일찍 나오기도 했고 입국심사하는데 30분 이상이 걸려서 주차장에서 기다려야했다. 

 오클랜드 공항에 다시 오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딱 반년만 전 이 공항에 내려 게이트로 나오던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11번 게이트로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어학원에서 연계한 픽업 직원을 만났었다. 더듬거리던 영어로 인사 나누던 기억이 난다. 

 

 한참동안 설레는 마음으로 게이트 앞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고작 6개월만에 만나는 건데 얼마나 반갑던지.. 한숨 돌릴 새 없이 바로 차로 갔고 일단 내일 하루 먹을 음식들을 사기위해 마트로 향했다. 아침부터 구름이 잔뜩끼어있더니 장을 마치고 집으로 갈때쯤엔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친구에게 화창하고 아름다운 뉴질랜드의 모습을 보여주고싶었는데 아쉬웠지만 곧 갤거라고 믿고 있었다. 집에 오는 길에 두번이나 마주오던 차와 부딫힐 뻔하고 같은 길을 몇번이나 빙빙 돌아야 했다...ㅋ


 집에 도착하니 쉐인이 늘 그렇듯 거실에 혼자 앉아 게임을 하고있었다. 와.. 내 한국 친구를 우리 플랫메이트들에게 소개를 하는날이 오다니! 그 순간엔 아무렇지 않았는데 지나고 보니 뭔가 감정이 벅차다. 쉐인과 인사를 시킨 후 우리는 바로 꽃단장을 시작했다. 우리들의 첫 목적지는 이미 크리스찬과 사전답사를 했던 프레치 마켓. 

 

 역시나 언제 비가 온 듯 하늘은 금새 맑아졌다. 그치만 오랜 비행에 지친 친구는 버스만 타면 졸았다 ㅋㅋ 가볍게 프렌치 마켓을 돌고 리조또와 아보카도 토스트를 주문해서 자리에 앉았다. 이 아름다운 나라에, 너무나도 이국적인 사람들로 가득찬 프렌치 마켓에서 내 친구랑 앉아 한국말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함과 함게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다.

 

 

 두번째 목적지는 오클랜드의 시티.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장소들로 안내할 생각이다. 주로 비아덕트 주변으로, 아름다운 바다와 요트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내가 좋아하는 Bar에가서 맥주도 한잔하고, 드디어 Lime도 처음으로 함께 타보았다. 

 처음 Lime에 올라탔을 땐 생각보다 빠른 속도감에 나와 내 친구 모두 놀라서 소리를 꽥꽥 질렀다. 원래 계획은 Lime을 타고 근처를 구경다니는 거였는데 내가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같다. 아니 내가 나를 과대평가한거였다. ㅋㅋ 결국 연습만 실컷하고 사진만 실컷 찍고는 제자리에 얌전히 두었다. ㅋㅋ

 

 

 

 세번째 목적지는 기념품 샵이다. 스시집 출근길 Habour 쪽에 항상 지나치는 기념품 샵이었는데 처음으로 들어가보게 되었다. 이것 저것 재밌는 것들이 많이 보였지만 아직 여행할 날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우리들 것은 나중에 사기로하고 일단 오늘은 마사를 위한 선물을 샀다. 저녁에 있을 마지막 술자리에서 서프라이즈로 줄 생각이다. 

 저녁으로는 역시 내가 좋아하는 말레이시아 식당에 갔다. 우리 둘다 오랜 다이어트로 위가 너무나도 줄어있었다.ㅠㅠ 꽤 배고픈 상태였는데 엄청 남겼다. 집으로 다시 돌아온 우리는 저녁 술 약속 시간까지 잠깐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친구는 눈을 좀 붙이기로 했고 그 사이 나는 내일 여행 계획을 좀더 세세하게 정리했다. 


 마사와 닉 둘다 연락이 없길래 혹시 취소되는건가했는데 다행히 시간 딱 맞춰 연락이 왔다. Provador에서 만나기로 했다. 닉은 카페 일 마치고 오기로 했고 마사와 셋이서 먼저 만났다. 내일이 마사에겐 뉴질랜드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나는 마사가 떠난다는 사실이 아쉬워 죽겠는데 마사는 여전히 쿨했다. 닉이 일을 마치고 합류했다. 다같이 영어로 대화하는데도 다행히 내친구도 잘 어울렸다. 닉이 오고나서 드디어 낮에 기념품샵에서 구입한 내 선물을 공개했다. 뉴질랜드 트레이드마크 고사리가 그려져있는 맥가이버 칼과 E컵 여자 가슴을 움켜쥐고 술을 마실 수 있는 술잔이었다. 특히 E컵 여자가슴 술잔에 꽤나 만족하는 눈치여서 흐뭇했다^^

 

 

 

 짧은 술자리를 뒤로하고 마사와 마지막으로 허그를 나눈뒤 우리는 우버를 탔다. 뒷자석 차문을 여는 순간 왠 강아지한마리가 앉아 있어서 깜짝! 놀랐다. 흰색 푸들이었는데 정말 너무너무 귀여웠다ㅠ 처음보는 사람한테도 딱 붙어서는 허벅지에 얼굴을 괴고 얌전하게 앉아있는게 하루이틀 하는 솜씨가 아니었다.

아 정말 강아지 키우고싶다ㅠ 어릴땐 어른이 되면 언제든 강아지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른이라고 뭐든지 마음대로 다 할 수는 없다는 뼈아픈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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