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끝난 후라서그런지 삶에 의욕을 상실했다. 영어공부해보려고 책도 펴보고 운동복도 챙겨가보고했지만 다 실패.. 목표가 없으니 5분이상 의욕이 지속되기가 힘들다. 일도 마찬가지.. 그동안 벌어놓은 돈 실컷 쓰고왔으니 이젠 다시 벌어야하는데 다 너무 재미가없다ㅠ 카페 일마저.... 하긴 카페는 내가 커피를 만드는게 아니니 재미없을만 하다.
아침에 준비를 다 끝내놓고 앉아있는데 출발전 20분 정도 남은 시간을 뭘로 보내야할지를 몰랐다. 공부를 해볼까도 했지만 집중안될거 뻔하니까 그냥 그만뒀다. 이제 뉴질랜드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개월. 카페에서 일한지도 벌써 3개월이다. 참 시간 빠르다. 남은 3개월을 뭘하면서 지내야 가장 최선일까.. 진지하게 고민해봐야할 문제다. 그냥 이대로 지내면서 돈이나 모을지, 원래는 여행이 계획이었지만 일주일 다녀온걸로 충분한 것 같기도하다. 다시 회사를 한번 알아볼까? 캐나다 가는건 어떻게해야하지.. 크리스찬 생각도 안할 순 없었다. 비자 연장이 안된다면 크리스찬과는 헤어져야하는걸텐데.. 그것때문에 억지로 이 나라에 취직하는것도 좀 아닌 것 같고.. 또 다른 길은 없을까?
문득 ㅎㅇ이가 생각났다. 여행하면서 올린 인스타 사진에 계속 하트 눌러주던데.. 뭐하고지낼까. 왠지 나와 비슷한 삶의 길을 걷고있는 ㅎㅇ이랑 얘기하다보면 내 선택에 도움이 되지않을까 싶었다.
간만에 연락한 ㅎㅇ이는 여전히 그 쓰레기같은 놈 밑에서 비서일을 하고있었다. 요즘엔 밤까지 새가며 일한단다. 으휴...
암튼 ㅎㅇ이도 지금 이왕 한국 나온거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지않을 방법을 찾고있단다. 여행비자로 머물면서 캐쉬잡으로 돈벌고 구직활동하는 것도 나쁘지않을 것 같다며. 대학원 들어갈 생각도 하고있나보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나와 정말 비슷한 길을 걷고있다. 그러면서 나보고 유럽쪽도 한번 생각해보란다. 같이 한국들어가지말고 해외에서 자리잡자고. 뭔가 힘이생기는 것 같았다.
여행에서 돌아와 일 시작하자마자 스트레스가 치솟는다. 어제는 또 바이런때문에, 오늘은 ㄹㄴ언니때문에.. 이 언니는 도대체 왜 사람이 부를 때마다 대놓고 짜증난 얼굴과 목소리로 대꾸하는걸까? 본인 스스로는 전혀 모르고있겠지? 하... 실비아파크 이매니저 때와는 달리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지지가 않는다ㅠ 이미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고, 시간지나면 얼마든지 익숙해질 일인데 나보다 단지 먼저 시작했다는 이유로, 나를 화풀이 대상으로 여기며 잔소리를 해대는 태도에 너무나도 답답했다. 또 다짐했다. 빨리 내 전공 살려서 다시 회사에 들어가야겠다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 아무 연락이없는 크리스찬에게 먼저 연락을 해봤다. 연휴 잘 보냈냐고하니 로토루아에서 돌아온날 밤 콘서트에가서 불꽃놀이를 봤단다. 그러고 어제는 그냥 집 근처에만 잠깐 나가고 쉬었다고. 하.... 도대체 콘서트는 누구랑 갔으며 불꽃놀이는 누구랑 본거? 어제는 하루종일 집에 있었으면서 연락한번 없고 보자는 말도 안해? 2주째 못봤는데? 아무리 피곤하다해도 관심 있다는 여자랑 2주동안 안보는거면 그게 관심있는게 맞나? 하....
진짜 별에 별 생각이 다 들면서 기분이 확 상했다. 더이상 대화하고싶지않았지만 오늘따라 왠지 바쁜척 안하고 길게길게 대화를 이어가는 바람에 나도 그냥 못이기는척 간간히 연락을 주고받았다. 외국인이니 이러는게 정상인가 싶기도하고... 아직 공식적인 관계는 아니니까.
집에와서도 몇시간 텀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러던중 스페인에있는 회사에 전화를 해야한단다. 왠 회사? 라고 물었더니 자기는 오클랜드가 좋아서 있고싶은데 친구가 자기를 마드리드에 있는 회사에 소개를 시켜놔서 통화를 해야한단다. 그말은 스페인에서 다시 일할 생각이있다는 것?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날 가지고 노는건가? 이 얘길 왜 나한테 하는거지? 내가 더이상 여자로 보이지않고 그냥 친구로 지내겠다는 건가? 아니면 아직 아무사이도 아니니 떠보는건가?
스페인 다시 가서 일하고싶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니라고 자기는 여기있고싶다고말하지않았냔다. 그래서 “더 좋은 회사는 싫고?”라며 장난을 쳤다. 더 좋은 회사인지 아닌지는 모른다며 진지하게 대답하는 크리스찬... 장난이라고했더니 알겠다며 이번 주말에 아마 만날수있을거라며 잘자란다.
별에 별 생각이 다들었다. 처음엔 우선 기분이 너무 나빴다. 그치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도 결국엔 3개월 뒤 떠나야할지도 모르는 입장이다. 자의든 타의든간에. 전 여자친구가 자기 나라로 돌아가 결국 헤어지게 되었을 때 많이 힘들었다던 크리스찬의 말이 떠올랐다. 오늘 크리스찬의 그 말 한마디에 내 가슴이 쿵 내려앉고 기분이 나빴던 것 만큼 상대방도 그럴수있겠구나싶었다. 연애의 감정하나에 떨려서 쉽게 사람을 만나는건 서로를 위해 좋은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든다.
아직 아무런 관계의 진전도 없는 사이인데 너무 깊게 앞서나가 생각하는건 아닌가도싶긴하지만... 모르겠다. 아직은.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안그래도 연말정산은 잘 끝냈는지 궁금해하고있었는데. 이것저것 내 근황을 묻는다. 여행은 잘 다녀왔는지, 플랫은 옮겼는지, 몸은 어떤지. 아마 지난번 통화에서 마지막 내 말에 신경이 쓰여서였겠지. 연말정산은 다행히도 동생이 잘 해줬단다. 여기는 설날같은건 없냐며 1월 1일날 전화할걸 그랬단다. 내 눈치를 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묻는 엄마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병원장은 이번에 휴가쓰고 일주일간 뉴질랜드를 간단다. 엄마는 1주일 휴가 못쓰냐고 물으니 말도안되는 일이란다... 하... 그렇지. 한국은 아직이지ㅠ 다들 병원장 욕을 한다며 하소연을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내가 얼른 성공해서 엄마 호강시켜줘야하는데 이 나이먹고 뭘하는건가 싶다ㅠ 언제쯤 엄마가 편하게 쉬엄쉬엄 일하고 돈걱정, 시간걱정없이 여행다니게 해드릴수있는 날이 올까?ㅠㅠ
(+) 2021.04.09
잠깐 만난 남자하나에 저렇게까지 집착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다니 이 당시 내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는지 알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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