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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유이와의 마지막 날

by noopy00 2021.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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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시집에 드디어 노티스를 냈다. 그만 두기 2주 전에 말을해야하는 계약조건대로 다음주까지만 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걸 지금 말하면 어쩌냐며 화를 낸다. ㅇㅎ도 그만두는 마당에 캐셔자리까지 비어버리면 사람을 한꺼번에 다 어떻게 구하냐며. 솔직히 그러든 말든 별로 신경안쓰였다.

 

 오늘은 정말 하루종일 기운이 쳐졌다. 이게 다 크리스찬때문인 것 같다. 남자새끼 하나때문에 내 기분이 이렇게 오르락내리락하다니... 예전 일기에도 분명히 썼던 말 같은데... 어쩜 이렇게 시간이 지나도 똑같은지. 아직까지도 내 마음하나 컨트롤하기가 어렵다니.

 


 유튜버 에스더 인스타를 보다가 호주를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드니에 살고있는 듯한 에스더의 인스타 피드는 너무나도 멋진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유튜브 영상에서 보면 어린 나이에도 생각이 깊고 차분하고 여유있는 성격이었는데 인스타에서도 그런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있었다. 최근엔 남자친구도 생겨서 남자친구에게 받는 사랑을 마구마구 표현해놨는데 너무나도 꿈꾸는 삶이다...
시간있을때 호주 어느 지역에서 사는게 좋은지 각 지역별 특징 좀 알아보고 집값이나 일자리같은 것좀 알아봐야겠다...

 


 요즘 바이런이 정말 열심히 일해서 부딫힐 일이 없었는데 이제는 닉 그 한국인새끼가 지랄이다... 어찌나 말이 많은지 입만 살아가지고 일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놓고 시키는건 죽어도 안한다. 뭐가 그렇게 핑계와 이유가 많은지... 완전 짜증나는 성격이다. 하필 마사 다음으로 이런새끼가 들어와가지고는...

 


 카페 퇴근 시간에 맞춰 유이를 보기로했다. 어제 낮에 연락을 했는데 왠일인지 저녁에 연락이 와서는 오늘 시간되냔다. 그래서 타카푸나에 집보러 가기 전에 잠깐 보기로 했다. 아마 요맘때쯤 일본으로 돌아간다고했던 것 같은데 만나서 물어보니 이번주 목요일 이란다. 이런저런 서로 안부를 묻고 얘기하는데 애가 자꾸만 나한테 뭔가 잘못한게 있는 것 같은 표정을 짓길래 너무 불편했다. 걱정거리가 있는건진 몰라도 예전처럼 시시콜콜한 얘기도 편하게 못하는 모습에 너무 짜증이나서 그만 나도 그동안 서운했던 이야기들을 꺼내버렸다. 왜 그동안 연락도 안하고 내가 연락해도 피했냐고. 일본친구들이랑만 어울려 다니면서 나한테는 늘 바쁘다는 핑계로 피해다녔냐고. 나보다 한참 어린 애한테 한마디로 투정을 부린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얘기 꺼낼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나도 참... 외로웠나보다.
 이런 내 반응에도 애가 아직 어려서인건지, 영어가 편하지않아서 그런건지 아님 이야기하기가 싫은건지... 도통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지않는다. 그렇게까지 되고나니 솔직히 나는 담담했다. 그런데 얘는 뭐 때문인건지 눈시울까지 붉어진다. 말을 안하니 속을 알수가 없다. 계속 자기는 연락 자주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며, 동시에 여러개에 집중을 잘 못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내가 보기엔 오히려 이것저것 전부 신경쓰느라 너무 산만하고 현재하고 있는 일에 집중을 못해 보였다. 뭐가 그리 불안한지... 나도 예전에 그랬던 적이 있어 아예 이해를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다.
 결국 그냥 못들은거로하라고 하고서는 다른 주제로 얘길 돌렸다. 그냥 좀 정이 떨어졌달까. 그래도 또 이렇게 나쁘게 끝내고싶지는 않았다. 좋게좋게 대화를 이어 나가는데 갑자기 유이가 나에게 타카푸나는 언제까지 가야하냐며 물었다. 아까부터 계속 폰을 보고 메시지를 해대더니... 약속시간이 가까워져오나보다. 더이상 아무말 않고 내가 먼저 이제 일어나자고 말했다. 더이상은 인연에 질질 끌려다니고 싶지않았다. 당황한 유이 모습이 살짝 보였지만 애써 무시했다.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준 유이와 버스올 때까지 정말 가벼운 이야기들을 좀 더 나눴다. 한국인 룸메와 같이 3달째 사는 중인데 서로 별로 얘기를 안한단다. 그러면서 걔랑 친구가 될 사이는 아니라는 말에 충격을 먹었다. 같은 방, 같은 공간을 3달동안이나 써왔으면서 어떻게 서로 아직까지 서먹한 관계일 수가 있는거지?
 내가 타야하는 버스가 도착해서 인사를 했다. 오늘이 나와 만나는 마지막날이라며 "It is the last day"라는 유이의 말에 "In NZ"라고 한마디 붙였다. 행운을 빈다며 언젠가 한국이나 일본, 아니면 캐나다에서 만나자고. 그러고 포옹을 하고 버스에 올라타는데 결국 유이가 눈물을 보였다. 버스가 출발을 하고 마지막까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는데 마지막에 우는 유이의 모습이 마음이 참 아팠다. 나도 참 냉정하지... 한참 어린애가 눈물을 보이는데 이렇게 담담할 수가있나..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어째 달래줄 생각도 안했을까싶은 생각이 든다. 마지막인데 나 서운했던 얘기는 그냥 꺼내지말고 좋은 이야기만 할껄, 괜히 미안해졌다. 뉴질랜드 생활 초반엔 유이와 정말 즐거웠는데..

 


 곧바로 타카푸나 집은 어떨지 생각에 빠졌다. 버스로 생각보다 금방이었다. 지도를 보니 타카푸나 비치 바로 근처에 집이있었다. 이번에도 집은 정말 찾기 쉬웠다. 환하게 웃는 얼굴의 일본인 여자가 나를 반겼다. 집은 정~~말 좋았다. 이제 막 입주해서 페인트 칠 하고 이것저것 꾸미는 중이었다. 내가 묶게될 방은 창문도 크고 방도 크고 너무 좋았다. 화장실도 세개나되고 너무 다 마음에 들어서 가격을 물었더니 210불... 지금 집 보다 10불 더 비싸다 ㅋ 그래도 집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당장 하겠다고 결정을 하고 다음주에 이사 들어오기로했다.

 

 


 기분 좋은 맘으로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타카푸나 비치를 가보기로했다. 15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타카푸나 비치는 롱베이 비치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정말 좋았다. 훨씬 더 아늑한 느낌 이랄까. 한참 감상하던 중에 문자 하나가 왔다. 방금 본 집 주인이었다. 딸이 외국인은 싫다고해서 안되겠단다. 젠장...

 


 갑자기 너무나도 서글퍼졌다. 외로웠다. 이게 다 크리스찬 때문인 것 같다. 분명 크리스찬이 나타나기 전까지만해도 혼자서 씩씩하게 외로운것도 모르고 열심히 살았었는데... 지금껏 남자때문에 외롭거나 힘들어본 적이 없는데 뭐가 문제인거지? 마치 쉬지않고 연애를 하던 사람이 갑자기 혼자가 되어, 남자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고 사는게 아무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기분이랄까. 집에가는 버스안에서 내내 생각을 했다. 이 더러운 기분의 원인이 뭔지 알고싶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무시당하는 것을 참지못하고 거절당하는 것이 내 존재 자체가 거절당한 것처럼 느끼고 있었다. 특히 사랑받지 못한다는 기분이 들면 극도로 좌절감에 빠진다. 어떻게 해결해야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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