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집 매니저께 다행히 다음주까지만 하라고하셨다. 에흉.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씀하시니 마음이 좀 불편했다ㅠ
ㅇㅎ는 이제 내일이 마지막이다. 토요일날 바로 떠난다는데 송별회같은건 하지도 못하겠다.
오늘 asb 직원 Tom도 이번주가 윈야드에서 근무 마지막이란다. 다음주부터는 뉴마켓 지점에서 근무한다고 실비아파크에서 보자길래 더이상 거기서 일 안한다고 했다. 그럼 여기로 보러 오겠다는데 뭐 당연히 빈말이겠지. 하... 뭐가 다들 이렇게 떠나냐 ㅋㅋ
카페에서 필레페와 둘이 있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장난도 치고 애가 재밌다 ㅋㅋ 칠레에서 은행에서 일하다 때려치우고 새로운 경험과 영어 실력을 위해서 왔단다. 여기 6개월 살면서 키위 여자친구도 사겼단다. 능력도 좋다 ㅋㅋ
닉 얼굴을 어떻게 보나 어제부터 계속 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서로 감정이 진정되서 그런지 오늘은 딱히 부딫힐 일이없었다. 사실 내가 같이 있기 싫어서 2층올라와서 한시간동안 베이컨을 하긴했다. 겨우 두시간 같이 일하는데 한시간을 2층에 있었으니 ㅋㅋ
자기가 그렇게 잘나셨으니 혼자 알아서 하라고 딱 내가 해야할것만 하고는 퇴근해버렸다. 나도 내가 유치하지만 어쩔수가없다.
오늘도 잡아놓은 flat을 보러 퇴근 후 마운트 이든으로 갔다. 첫번째 집을 보러가는길.. 늘 그랬든 가는 길에 있는 집들이 정말 삐까뻔쩍하고 좋다. 저게 내 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내 가족들과 함께 저런 집에서 살고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부러움에 사무쳐서 구글 맵을 따라 가는데 역시나 내 목적지인 집 앞에 오자 분위기 급 반전 ㅋㅋㅋ 지나쳐온 화려한 집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집이 눈앞에 서있다. 지난주에 봤던 집들도 그랬고 역시나 예외가 없었다 ㅋㅋ
오늘 본 첫 집은 컨테이너로 여러 가구들이 모여사는 곳이었다. 해당 집을 찾아 들어갔는데 어라? 안은 생각보다 깔끔하고 좋았다. 방하나에 거실 주방 딸린 집인데 거실을 파티션으로 나눠 방처럼 쓰고있었다. 나쁘지않았다. 깨끗해서 벌레도 없을 것같고 싸기도하고. 그런데 내가 5월 전까지만 머무를거라고하니까 미안하다며 자기는 6개월 이상 머무를 사람을 찾는단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 다음 집으로 찾아갔다. 두번째 집은 번지수로 찾기가 좀 힘들어서 헤매었다. 전화통화 끝에 찾아간 집은 정말 으리으리했다. 계단 한참 올라간 집 문 앞에 백인 할아버지 John이 웃통을 까고 내려다보며 손을 흔들고있었다. 일단 비주얼에 충격이었다. 뉴질랜드와서 느낀 몇 안되는 외국느낌이었다 ㅋㅋ 할배가 엄청 쿨하게 나를 반겼다. 조금만 더 쿨했으면 그 상태로 허그까지 할것같았다 ㅋㅋ 통성명을 하고서 앞장서 걷는 할아버지 뒷모습에 두번째 충격 ㅋㅋ 흘러내린 바지에 존 할아버지의 똥꼬를 확인할 수 있었다 ㅋㅋ 걷는 것 조차 힘들어보였는데 집 주인은 홍콩사람으로 따로있고 존은 이집 매니저란다. 숨을 가쁘게 내쉬며 집안 곳곳을 소개시켜줬다. 방이 총 23개란다. 마치 기숙사같은 저택이었다. 생각보다 관리가 잘 되어있어서 괜찮겠다싶은 와중에 내 방으로 가는데 갑자기 엄청 좁고 높은 계단을 올라가더니 공기마저 달라지는 꼭대기층을 보여준다. 일단 너무 더웠고 방은 넓었지만 마치 다락방을 연상캐했다. 1층과는 달리 살짝 좀 더러운 느낌이 있었다.
1층에는 빈방 없냐니까 딱 어제 다 차버렸단다. 이후로도 주방, 세탁공간 등을 소개해주고는 나왔는데 3개월 이상 살지않으면 bond비를 못돌려받는다는 말에 결국 이곳도 안녕이었다. 할아버지는 마지막까지 my friend라는 말을 붙이며 아쉽지만 자기는 내가 bond비 못받고 떠나는거 싫다며 여기 홍콩 주인이 꽤 까탈스럽단다. 아쉬웠지만 할아버지는 참 정감가는 사람이었다. 진짜 외국에 와있는 느낌이랄까 ㅋㅋㅋ 할아버지 운동만 시켜드린 것 같다.
다시 버스를 타러 가는 길... 기분이 착찹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내가 타야하는 버스를 조금 늦게 보는 바람에 손을 들었지만 칼같이 무시당하며 놓쳐버렸다. 그렇게 30분을 기다렸나... 갑자기 미친듯이 외로워졌다. 세상에 나 홀로 있는 기분이었다. 내가 이 먼 타국에와서 뭘하고있는건지.. 이 다음에 호주 갈 생각을 하고있었는데 호주는 여기랑 다를게 뭐가 있을까 갑자기 두려워졌다. 주변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그들이 너무 부러웠다. 이곳에 삶의 터전을 두고 가족 친구 모두 함께 사는...
첫번째 집에서 거절을 당하고 버스 기사에게도 거절당하고.. 크리스찬에게도...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미치도록 무섭게 무기력해졌다. 아무것도 할 의지가 없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참 거절에 약한 사람이었다. 이 기분은 정말 싫었다. 집에가면 또다시 누워서 유튜브만 볼 것 같았다. 그렇게 한두시간 그냥 보내버리고 내일 아침이 되면 또 억지로 일어나 가기싫은 일을 가야겠지. 집에 돌아오면 또 정신적으로 번아웃 되서 유튜브 보고... 그렇게 며칠 바닥을 치다보면 다시 기운을 찾긴 하겠지만 지금 나에게 남은 뉴질랜드의 생활은 그렇게 시간을 보내기엔 너무도 짧았다. 잘은 몰라도 방법을 찾아야했다.
일단 집에가자마자 샤워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거의 한시간 반이 걸려 집에 도착했다. (망할 놈의 버스 기사..ㅠㅠ) 오는 길에 갑자기 몽골 고비사막이 떠올라 검색하면서 침대에 널부러져있다가 다시 정신차리고 샤워를 했다. 샤워하는 내내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지금 이 기분에서 극복할 수 있을까? 평생 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휘둘려서 살아야하는 것인가...
그러다가 몽골 고비사막부터해서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다니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비자로다니면서 다 경험해보는...
일단 남은 뉴질랜드 생활동안 뭘해야하나 생각하다가 나중에 못해서 후회할만한 것들을 떠올려봤다. 그동안 일하느라 미루고 미뤘던 가보고싶었던 곳, 해보고싶었던 것들을 남은 기간동안 쉬는날 마다 하나씩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샤워 끝내고 나오자마자 노트에다가 썼다. 노트북을 켜서 버킷리스트도 갱신했다. 기존에 있던 목록중 뉴질랜드와서 이룬것들을 체크하고 날짜를 써넣었다. 2019년에 새롭게 추가된 버킷리스트도 적었다.
내일이면 또다시 기분이 다운될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은 오늘대로 최선을 다했다.
그동안 도대체 명상이란 무엇인가 감을 잡기가 정말 어려웠었다. 1. 단순 힐링 명상, 2. 마음 비우기 명상, 3. 한가지 생각에 집중하기 명상 중에 1,2번은 성공했지만 3번은 도대체 어떻게, 왜 하는건지 몰랐었다. 그런데 오늘 샤워를 하며 어느정도 깨달았다.
내적으로 힘들때마다 누군가 내 인생의 멘토가 있어서 물어볼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그게 부모님인 사람들도 있겠고 친구나 선생님 등등인 사람들이 있겠지만 전부다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그냥 내 하소연 털어놓는게 할 수 있는 최대한 이었다.
그러다 요즘, 내 질문에 대한 답은 계속 묻다보면 결국 나 스스로 해답을 가지고 결론이 나온다는것을 깨달았다.
처음 내렸던 해답은 아빠를 꼭 언젠가 만나야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것이었다. 사회통념상, 도덕적으로 따라가기보다 그냥 내가 만나고싶은 마음이 들때 만나면 된다는 것이었다.
두번째는 남자들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을때쯤 그 남자들의 행동이 변하게되면 엄청난 시련을 겪고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힘들어하는 이유이다. 원인은 어릴적부터 수많은 시간 엄마에게 거절당해온 기억때문이었다.
3번째 명상 방법인 한가지 생각에 집중하기. 꼭 해야만 하는 명상이란걸 깨달았다. 오늘같은날에도 만약 집에와서 고통스러운 마음을 그냥 유튜브나 예능을 보면서 달래고 말았더라면 해결되거나 내가 성장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분명 또 같은 고통이 반복되었겠지.
대신 계속해서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덕분에 문제 원인을 알 수 있었고 해결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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