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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카페 첫 회식

by noopy00 2021.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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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녁 7시에 카페 애들이랑 모이는 날이다. 다같이 피자를 먹기로했는데 왠일인가싶었다.
필리페도 오늘은 레스토랑 일 안가고 같이 참석한단다. 바이런과 필리페는 일이 일찍 마쳐서 7시까지 앉아서 기다리기로했다.
오늘따라 카페가 정말 한가했다. 덕분에 바이런이랑 한참 수다를 떨었다. 한달정도 더 일하다 퀸즈타운으로 넘어갈거란다. 바이런이 연주하는 기타에 대한 이야기도하고 서로의 풀네임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그만둘때가 다 되서그런가 더이상 나에게 이것저것 시키지않고 나름 열심히 일하니까 요즘은 서로 부딫힐 일이 없다.

닉이랑은 여전히 별로 말 섞고싶지가않다. 감정 안섞고 딱 일적인 부분만 서로 얘기하고 그외엔 아예 무시하고있다. 그때 생각하면 아무리생각해도 여전히 기분나쁘다.
미팅 시간이 되어 다들 하나둘씩 모였다. 카미만 빼고 다 모였다. 폴, 테브, 대리나까지. 이게 이렇게 대단한 건줄 몰랐는데 나중에 들으니 이런자리는 정말 있을까 말까한 일이라 정말 귀한 시간이었단다.
일하느라 왔다갔다하는 사이, 폴과 바이런이 큰소리로 언쟁을 벌이고있었다. 쉬는 시간을 주지않는 카페에 불만을 내보이는 바이런과 그말에 또 불만을 표하는 폴... 테브와 로리, 나머지 일행들은 다 조용히 지켜만보고있었다. 대리나가 가끔 중재하려하긴 했지만 폴이 좀더 위인것같았다. 그러다 나와 닉에게 “너희 쉬는시간 가질 수 있는거 알지?”라며 쉬고싶을땐 알아서 쉬면 된단다.
솔직히 다같이 일하는데 쉬고싶다고 혼자 나가서 쉬고오는 것도 웃긴일이다 ㅋ 결국 바이런이 이렇게 이의 제기하는건 당연한 일이다. 보다못해 대리나에게 “아무도 이런 얘길 해준 사람이 없어서 문제였던것같다”라고 말했다. 그랫더니 계약서에 이미 명시되어있단다. 참으로 계약서대로 우리들에게 일 시켜온것처럼 말한다 ㅋㅋ
중간중간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폴이 언성을 높혔었는데 어쨌든 마지막엔 폴이 바이런 팔을 들며 오늘에 승자라며 외치고는 다같이 박수치며 대화를 끝냈다. 그리고선 곧바로 폴과 대리나는 카페를 떴다. 폴에게는 이 자리가 크게 의미있는 자리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일개 직원이 비지니스 운운하며 훈계하려한다고 생각했으려나.

이후 한시간정도 나머지 사람들과 더 이야기를 나눴다. 테브와 로리는 여기 일한지가 벌써 각각 5년, 4년됬단다. 만약 자기들이 폴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냈더라면 훨씬더 난리가 났을 거란다. 예전에 비하면 폴 성격이 엄청 죽은거라며 오늘의 20배는 됬단다. 그럼에도 테브는 폴을 존경하는 듯했다. 들어보니 5년전 첫 사장이 정말 쓰레기같은 사람이어서 자기에게 커피만드는 법 따위는 절대 알려주지도 않고 점심쯤 출근해서 구석자리에 앉아 폰게임만 하루종일 하다가 저녁때쯤 조용히 퇴근하는 사람이었단다. 그 당시 카페 매출이 지금의 5분의 1이라고... 그러다 폴이 사장으로 왔는데 자신에게 커피를 알려주고 그때부터 카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한결같이 의욕넘치는, 오클랜드에서 가장 활기차고 장사잘되는 카페로 이어져왔단다.

오늘 테브와 로리의 나이도 알게되었다. 그동안 궁금했었는지 로리가 먼저 물어왔다. 대답할까말까하다가 31살이라고 말해줬더니 역시나 엄청 놀란다. 자기는 26살이란다. 내 나이를 못들은 테브가 다시한번 물어본다. 테브도 궁금했었나보다 ㅋㅋ 내 나이를 듣고는 역시나 또 놀란다 ㅋㅋㅋ 자기랑 동갑이라고...ㅎㅎㅎㅎ
로리랑 진짜 둘이 사귀는건지 오늘 올때도 같이 오고 둘다 무슨 데이트하고 온것마냥 여기 일할때랑은 스타일이랑 분위기가 달랐다. 테브는 참 볼수록 잘생긴 것 같다. 뭔가 자유롭게 나도 대화에 끼고싶었는데 쉽지않았다.

자리가 끝나고 바이런과 함께 걸어가게됬다. 오늘 자리 어땠냐고 묻길래 폴과 바이런의 언쟁에 마치 바이런이 이 자리 만든 줄 알았다고했다. 그랫더니 맞단다. 엥. 최근에 이런저런 일때문에 폴과 부딫히면서 크게 몇번 싸웠단다. 그래서 폴, 대리나, 테브를 한자리에 앉혀놓고 이런 얘기를 하고싶었단다.
신호등에서 테브와 로리가 함께 걸어가는걸 보고는 바이런이 다른쪽으로 가자며 날 이끌었다 ㅋㅋ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내내 오늘 이야기를 했다. 자기는 여기 카페의 안좋은 분위기를 바꾸고싶었다고. 그래서 처음엔 좋은 말로 이 카페에 일하게 된건 정말 영광이고 이 팀에 들어와서 정말 행복하다며 시작했단다. 그치만 쉬는 시간이며 급여문제며 직원들의 편의를 전혀 봐주지 않는 폴과 대리나에게 지적해주고싶었단다.
길가에 서서 거의 30분 이상을 이 이야기로 떠든 것 같다. 그러면서 내 생각에 폴이 변할 것 같냔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닐 것 같았다. 어차피 바이런은 일개 직원인데다 몇년씩 오래 있을 사람도 아니고 길어야 몇달 있다 갈 사람인데 정작 오래 일하는 테브와 로리는 한마디도 못하는데 바이런 말 하나로 변한다고? 사업이 가장 중요한 폴같은 사람은 정말 변하기 힘들 것 같다.
바이런에게 어차피 넌 곧 떠날거지않냐고 그렇기때문에 폴은 안변할 거랬다. 그랬더니 자기는 카페를 떠나지만 폴 마음에 남아있을거란다 ㅋㅋ I will leave but I will stay in his mind. 맞는말이다 ㅋㅋㅋ

바이런이 처음 카페에 와서 배울 때 폴에게도 커피를 배웠었나보다. 그 때 상황을 얘기해주는데 너무나도 차가운 사람이었단다. 심장이 없는 것처럼 바이런을 대했단다. 그래서 폴이 1층에 내려올때면 테브나 자기나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못느꼈냔다. 참 오늘 새로운 걸 많이 알게된 날이다 ㅋ
그간 바이런에게있던 나쁜 감정들도 많이 없어졌다. 그냥 인간적으로는 참 괜찮은 사람이었구나싶다. 더 이야기하고싶었지만(바이런은 그런 것 같았다) 시간이 너무 늦어 헤어져야했다. 꼭 안아주고서 다음주에 보자며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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