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오늘 약속을 잡아놔서 하루종일 우울해 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오늘 약속은 지난주 지나가는 말로 했던 약속을 그냥 말뿐인걸로 넘겨버리기 싫어서 어제 연락을 해서 확정지어버렸다. 잘한 것 같다.
ㅅㅎ언니랑 일할때도 별로 대화나눈 적도 없고 친하지않은데 어색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진않았다. 혼자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는 100배 나을테니까.
Civic에서 언니를 만나 같이 버스를 타고 타카푸나로 넘어갔다. 솔직히 굳이 나 혼자 다닐 수도 있는 관광지들을 친하지도 않은 한국인과 와야하나.. 그런 생각도 하긴 했었는데 의외로 나쁘지않았다.
언니 성격이 정말 좋았다. 언니도 정말 많은 일을 해보고 신나게 놀았던 것 같다. 놀줄고 알고 기도 센 사람이었다.
타카푸나 마켓에서 핫도그 사먹으며 한번 둘러보고 비치로 가서 걸었다. 해변가가 그리 길진 않았다.
정말 답답한 마음에 언니에게도 크리스찬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ㅋㅋ 언니는 정말 쿨하게 걍 그남자 버리고 다른 사람 만나란다 ㅋㅋㅋ 그러면서 이렇게 자기한테 말하는 거면 아직 잘해보고싶은 마음 있는 거 아니냐면서 그러면 먼저 막 들이대버리란다.
내 지난 남자들과 한동안 남자 못만난 이야기들을 해줬다. 서울에 있는 동안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많이 하면서 내 관심사가 이상하게도 내면, 철학, 이런쪽로 빠지는 바람에 외모는 껍데기에 불과하기때문에 그런 남자들에게도 관심을 딱 끈었었다고. 여우짓이 뭔지 다 까먹었다고.
그러면서 친구들에게 늘 하듯이 그동안 내가 깨달은 것들을 이야기하는데 언니가 완전 쿨하게 한마디했다.
뭐가 그렇게 깨달은게 많냔다 ㅋㅋㅋㅋ 도대체 뭔책을 읽었길래 그러냐며 그책 읽지 마란다 ㅋㅋㅋㅋㅋㅋㅋ
이 언니 너무 재밌다 ㅋㅋㅋ
언니의 지난 과거들, 남자들 이야기도 하면서 진짜 보통 언니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친하게 지내면 좋을 것 같다.
원래 계획엔 없었지만 보드카 캔을 사와서 땡볕아래에서 먹었다. 여자들끼리 노는게 너무 좋다며 다음번엔 보라씨와 함께 와이헤케 놀러가잖다. 이렇게 뉴질랜드의 마지막 3개월을 한국인들이랑 지내도 되나 싶은 생각도들었다.
각자 4캔씩을 마시고서야 자리를 일어섰다. 나는 정말 오랜만에 완전 만취 상태가 됬다 ㅋㅋㅋㅋㅋㅋㅋ 하늘이 빙빙 돌았다.
술기운에 또 크리스찬에게 연락을 하고야 말았다. 단도직입적으로 오늘 저녁에 만나자고 했다. 그랬더니 하필 축구하는 날이란다.... 여기서 포기할 수 없어서, 그러면 언제 시간되냐고, 시간되는날 보자고 했다. 그랬더니 다음주에 Try 한번 해보잖다. 참나, Try?????
집에와서는 아직도 해가 쨍쨍했지만 도저히 이 헤롱헤롱한 기분으로 버틸 수가없어 샤워만 한 후 바로 침대에 누웠다. 몇시간을 숙취로 고생한 것 같다. 다시는 술 먹지 않겠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