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ㅂ가 또 찾아왔다. 지난주에 하던 필리페 뒷 이야기를 더 듣고싶은 모양이었다. 이제 겨우 괜찮아져가는데 또 기억을 끄집어 내고 싶지 않았고 캐나다 비자 관련해서 알아봐야할것들도 있었지만 차마 오지말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ㅎㅂ랑 5시간 반 동안 수다떨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선 ㅎㅂ와 나는 정말 다른 성격을 가지고있으면서도 왠지모르게 편안했다. 스시집 사람들이 나와 ㅎㅂ가 닮았다고한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까.
1.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오빠가~” 또는 “언니가~”라는 말을 붙이며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자신들이 더 잘 한다는 느낌으로 뭔가 해주는걸 싫어하는데, ㅎㅂ는 완전 정반대로 이런게 다정하게 느껴져서 정말 좋아한단다.
예전같았으면 절대 이해못할 거였을 거 같은데 최근에 힘들고 난 이후 여러가지를 깨닫고나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이해하는 능력이 생겼는지 ㅎㅂ의 말이 어느정도 마음에 와닿기시작했다. 정말 말 그대로 상대방을 아끼는 마음으로 그런 말을 붙이며 신경써주는 행동을 할때 그게 진심일 수도 있겠구나..하고.
2. ㄹㄴ언니와 ㅅㅎ언니 이야기도했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않는 ㄹㄴ언니를 ㅎㅂ는 그닥 나쁘게 보지않는 것 같아서 계속 마음 한편이 찝찝했었는데 역시 그게 사실이었다. 내가 좋게 본 ㅅㅎ 언니를 ㅎㅂ는 반대로 불편하게 생각하고있었다.
예전같았으면 내 기준에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다른 어떤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않는 다면 그건 그사람이 틀렸고 내 도덕적 기준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다른 어떤 사람도 나와는 맞지 않는 사람으로 판단하고 더이상의 이해는 없이 멀리하고 지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려고 노력(?)하다보니 그사람을 이해할 순 없어도 최소한 나와 다르다고해서 틀린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되었다. ㅎㅂ와 내가 각각 ㄹㄴ언니와 ㅅㅎ 언니를 더 편하게 느꼈던 건 한성격하는 그들을 각자 컨트롤하기 쉽다고 느끼는 사람이 달랐던 것이다. 나는 ㅅㅎ언니를, ㅎㅂ는 ㄹㄴ언니를 내 사람으로 만들기(?) 더이상 그들이 화를 내지않게 만들기 쉬웠던 것이다. 그건 나와 ㅎㄴ가 자라온 환경, 성격, 만나왔던 사람들이 달라서 비슷한 듯 다른 두 언니들을 서로 엇갈리게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다.
3.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것도 정 반대였다. 늘 타인에게 관심이 없고 연대감, 유대감이라고는 그게 뭘 뜻하는 건지도 모를 정도로 감정적으로 문제가 있어왔던 나. 그러다 외로움으로 죽을 수도 있겠다고 느낀 최근 필리페와의 문제 덕분에 다른 사람들의 외로움과 감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타인의 감정이 느껴지기도 하면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사랑에 메말라 있었는지 알게되었다. 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물론 타인을 사랑하는 것 조차 오랜 세월동안 잊고 살아왔던 것이다. 일 마치고 방에 혼자 들어오면서 밀려드는 외로움이란 감정에 도대체 이건 어디에서 오는 걸까 해답을 알 수 없어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냈었는데 결국엔 평소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진심을 담은 사랑으로 대해야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ㅎㅂ는 정말 완벽하게 반대였다. 전생에 개였나 싶을 정도로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길가다 모르는 사람에게조차 인사하고 모든 사람들과 친해지고싶어하던 아이. 알고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표정이 안좋거나하면 원인이 꼭 자신이 아닐지라도 연락해서 물어보고 기분을 풀어줘야 마음이 편했고 또 누군가 외로워보이면 다가가서 꼭 말을 걸어야했단다. 늘 이런 삶을 살아오다보니 사람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최근들어 사람에게 주던 관심을 자기 자신에게로 돌리게 되었단다. 그랬더니 일단 마음이 너무너무 편해졌고 굳이 애를 쓰지않아도 가까워질 인연은 가까워지게되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나와 정말 완전히 반대인 셈이다. 특히 정말 친한 친구도 아닌데 외로워보인다고해서(그걸 캐치하는 것도 신기) 그걸 풀어주기위해 말을 건다는게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게 가능하다는게 정말 신기했다.
이렇게 달라도 5시간 넘게 대화하는 동안 정말 재밌고 대화가 잘 통하는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내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고 받아드릴 수 있다는게 너무 좋았다. 거기다가 내 이야기 또한 있는 그대로 들어준다는 걸 느끼니 정말 마음이 벅찬 기분이었다.
'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울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 (0) | 2021.05.03 |
---|---|
미래에 대한 계획 (0) | 2021.04.29 |
고향 (0) | 2021.04.27 |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 (0) | 2021.04.25 |
마음상담 (0) | 2021.04.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