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이기적이게도 살아왔던 것같다. 내가 세상 가장 불행하고 외롭고 착하고 순수하다고 착각아닌 착각을 하면서.. 최근 남자때문에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내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외로움에 대해 깊이 생각하다보니 이젠 남들의 외로움과 소외감, 이런 감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이런 송별회때 닉 혼자 1층에서 일하도록 내버려두고 다들 피자와 맥주를 즐기는데 예전같았으면 닉이 어떤 기분이든 닉은 자신의 할 일을 하는 것뿐이고 나도 그동안 힘들었으니 이기적이게도 지금은 내가 즐길때라고 생각했을거였다. 남을 신경쓸 마음에 여유도 크기도 안됬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아마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닉이 얼마나 서운할지, 소외감을 느낄지가 느껴졌다.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나였으면 그랬을게 분명하고 그 기분이 얼마나 더러운지 알기에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그런 기분을 느끼게하고싶지가 않았다.
5월에 비자가 만료된다는 나의 말에 로리가 데리나에게 work visa 요청을 해보라고했다.
로리는 워홀비자로 와서는 워크비자를 신청해서 머무르다가 테브와 함께 살면서 파트너쉽 비자를 받아 지내고있단다. 가장 처음 느낀 욕구는 늘 그랬듯이 로리는 여기 생활을 어떻게 느끼는지를 물어보고싶었다. 그치만 이번엔 물어보지않았다. 나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지내왔고 다른 생각과 목표를 가지고 다른 성격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에게 지금 나의 상황에대한 기분을 물어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않을거라는걸 알았다. 너무 바보같은 질문이라는걸.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을 얻어야할때란걸 알았다. 생각이 많아졌다. 이게 진정 내가 원하는 건지. 카페에 일하면서 친구도 가족도 없는 이 작은 도시에서 살고싶은건지. 과연 여기 생활을 몇달 또는 몇년 연장하면서 It 관련 회사 면접을 보며 이직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그걸 이룬다고해도 그게 과연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일까. 그렇게 살면서 과연 행복할까?
깊이 생각할 혼자만의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이번 쉬는날에 통가리로나 어디든 트레킹을 다녀와야겠다.
ㅎㅂ가 딱 퇴근할 시간에 카페에 와서 시간을 보내게되었다. ㅇㅅ이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줬다. ㅇㅅ이가 ㅎㅂ에게 호감을 가졌지만 ㅎㅂ와 너무나도 달랐다. 오늘 대화를 나눠보니 ㅎㅂ는 생각보다 정말 어른스러웠고 나보다도 인생사는데 더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남자 얘길하다보니 필리페 이야기까지 하게되었다. 정말 많이 힘들었었는데 이젠 좀 많이 괜찮아졌나보다. 이야기하는동안 별로 크게 마음의 동요가 느껴지지않았다. ㅎㅂ도 연애하면서 받은 상처가 많다보니 내 아픔에 엄청 많은 공감을 해주었다. ㅎㅂ의 마지막 연애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눈물을 흘렸다. ㅎㅂ의 아픔까지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아픔을 나누니까 정말 뭔가 치유되는 기분이들었다.
버스타러가면서 필리페와의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랬더니 남자가 자존심이 상한거였다고. 그대로 잘 지냈으면 잘됬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ㅠ 그 얘길 듣는데 너무나도 아쉽고 역시 내 잘못이 맞았구나싶었다. 내가 너무 서툴렀고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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