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같은 방에서 정말 편안하게 푹 잤다. 좀 더 일찍 일어났어야했는데 어제 너무 늦게 자는 바람에...
Sam에게 눈치가 보여 준비하는 내내 조심스러웠다. 아침으로 사과와 컵라면을 먹었다. 챙겨오길 잘한 것같다.
서둘러 준비한다고 했는데 1층에 내려와보니 이미 출근 준비를 끝내고 커피한잔하며 나를 기다리고있다. 뭔가 고맙다는 표현을 좀 더 하고싶었는데 날이 가면 갈 수록 줄어드는 내 영어실력 덕분에 어색한 인사를 하고서 집을 나올수밖에없었다ㅠ
계획했던 시간을 훌쩍 넘겨 10시에 나왔더니 이미 대낮이다. 어제밤 무단으로 아무 곳이나 세워둔 차가 걱정이 되어 얼른 주차해둔 곳으로 갔다. 헉...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져있었다ㅠ 날이 밝고 보니 내가 주차해둔 곳은 어떤 집의 Driveway 위였다. 떡하니 남의 집 출입구를 막고 있었던 것이다... 뒷마당 울타리라고만 생각했다...ㅠㅠ
출근을 해야했던 이 집 주인이 내 차를 손으로 밀고 본냇 위에 주황색 콘과 함께 분노의 큰 돌맹이가 올려놓았다. 거기엔 메모도 함께 있었는데 아주..아주.. 많이 화가난 듯했다...ㅠㅠ
견인차가 곧 온다는 말에 얼른 차를 뺐다.. 진짜 견인까지 됬으면 큰일 날뻔 했다. 정말 큰 교훈을 얻었다ㅠ
로토루아를 떠나기 전에 아쉬운 마음에, 지난번 친구와의 여행 때 가보려고했던 머드풀 공원에 들렀다. 지난번엔 대충봐서인지 내가 예상했던 곳이 아니길래 그냥 바로 돌아갔었는데 그때 그곳에서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머드풀이 나타났다. 빠른걸음으로 후다닥 구경을 끝내고 서둘러 다음 목적지인 네이피어로 향했다.
밤에 운전 할때와는 느낌이 완전 달랐다. 3시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운전을 하는 내내 멋진 경치가 끝없이 펼쳐져서 전혀 외롭거나 우울하지가 않았다.
그래도 혼자서 운전하고 가려니 3시간은 좀 지루하긴 했다. 혼자서는 1시간 30분정도면 적당할 것 같다.
네이피어에 도착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구경을 시작했다. 아르데코 축제가 끝난 초겨울의 네이피어는 황량 그자체였다.... 시내가 너무나도 조용하고 휑했다. 평일 낮이어서 더 그런지 기대했던 것보다 조금 실망스러웠다. 혹시 밋업이 있을까싶어 찾아봤지만 오클랜드보다도 더 작은 동네라 밋업 자체가 몇개 없었다. 오늘은 당연히 없었고.
늦은 점심을 먹기위해 맛집을 검색하니 왠걸, 몇개가 나왔다. 그 중 중국집으로 갔다. 탕수육과 볶음밥을 시켜먹었는데 꽤 맛있었다. 천천히 먹으면서 근처 구경할 곳을 찾고있는데 종업원이와서는 곧 3시에 문을 닫는단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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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숙소도 카우치서핑으로 찾았다. 사진과 소개글을 읽어보니 왠지 평범한 집이 아닌 마당 잔디밭에 세워진 카라반에서 자야할 듯한 느낌이었지만 그거라도 어떤가. 다 경험이겠거니 나쁘지않았다.
시내에 밋업이있으면 들렀다 갈 생각으로 7시쯤 약속을 잡았는데 이렇게 휑할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내일 오전에 가려고 계획했던 키드네퍼스 곶을 가보기로했다.
키드네퍼스 곶은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멋있었다. 여유가 좀더 있어서 이곳에 며칠 더 머무를 수 있었다면 햇볕 좋은 날 자리 깔고 누워서 책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곳이었다.
키드네퍼스 곶 가는 길에 정말 멋있는 강 하나를 지나쳤는데 기억해뒀다가 돌아가는 길에 들렀다. 자유여행은 이런 점이 참 좋다.
Clive River.
강가까지 차를 몰고 내려가서 물가에 세웠다. 나 말고도 한두대의 차가 더 있었는데 보니까 조정 경기 연습하러 온 듯한 사람들이었다. 이 추운 날씨에 쫄쫄이 반팔, 반바지를 입고 배를 띄웠다. 한동안 앉아서 구경을 하다 너무 추워져서 일어났다.
여전히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근처 또 다른 도시인 헤이스팅스로 차를 몰았다. 헤이스팅스는 네이피어보다 조금 더 큰 타운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조용하고 유령도시같은 느낌은 같았다.
왠지 오늘 밤을 보내게 될 곳에서는 씻는 것이 여의치 않을 것같다는 생각에 미리 화장이라도 지우고 가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더 깨끗한 화장실을 찾아서 헤매다가 영화관이 보여 들어가게됬다. 영화를 볼건 아니었기에 1층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잠시 멍때리며 시간을 보냈다. 약속 시간이 다가와서 화장실에가서 대충 씻고 다시 네이피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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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카우치서핑 장소는 이번에도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다. 알려준 주소로 가서 근처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 잠시 뒤 골목에서 여자한명이 나왔다. 차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는지 조금 당황하더니 뒷마당에 세우라며 안내해 준다. 동네는 이미 칠흙같이 어두워진 상태라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기가 쉽지않았다. 여자가 앞에서 안내를 해줘서 조심조심 뒤뜰로 들어갔다.
잔디가 쫙 깔린 뒤뜰은 꽤 넓었다. 카라반 한대와 승합차 한대가 이미 세워져 있었고 나는 승합차 옆에 내 차를 세웠다.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려 오늘밤 내가 잘 곳을 안내받으러 여자를 따라갔다. 바로 카라반이었다. 카라반은 그곳에 세워진지 5년은 넘은 것처럼 보였다. 카라반 바로 옆에는 가라지가 있었고 이곳이 주방겸 화장실이었다. 전기 사용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카라반을 비추는 전등에 불을 키려면 가라지의 불은 포기해야했다. 그렇게 전기 사용법과 잠자리를 소개받고나서 여자는 오늘밤 동생집에 초대를 받아 그곳에서 자게되었다며 떠났다. 이 여자 역시 이곳에서 생활하는 듯 했다.
여자가 떠나고 나는 내가 머물러야하는 이곳을 좀더 자세히 살펴봤다. 카라반 내부에는 몇년된건지 모를 침구로 덮혀있는 침대 하나와 인테리어로 걸어둔 듯한 낡은 옷가지 몇장이 전부였다. 내가 과연 이곳에서 잠을 잘 수 있을까 스스로 질문해보았지만 하... 생각만으로도 온 몸이 근질거렸다.
실제로 이곳 카우치서핑을 제공하는 남자는 현재 유럽 여행 중이라고 했다. 분명 카우치서핑 앱에서 찾은 사진에선 이정도는 아니었다. 플랫을 구하러 온 상황이었더라면 쌍욕을 했을 것이다. 그치만 이곳 글을 올린 사람도 같은 여행자로서 좋은 마음에 무료로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것이기때문에 이마저도 감사했다. 아니었으면 비싼 돈 주고 호텔을 가거나 공원에서 위험하게 차박을 해야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오늘 밤은 결국 차박을 해야할 것 같다. 카라반에서 베개만 챙겨와 나의 렌트카 뒷자석에 잠자리를 준비했다. 살짝 생각은 했었지만 진짜로 차박을 하게될 줄이야... 챙겨온 옷가지들과 담요로 밤사이 떨어질 기온에 대비했다. 감사하게도 이곳을 안내해준 여자가 떠나기전에 본인이 먹으려고 뒀던 키쉬를 주고가서 저녁으로 너무 맛있게 먹었다.
9시도 안된 시간에 잠은 오지않고.. 뒷자석에 누워서 엄마랑 통화를 했다. 혼자서 여행 중에 차박까지 하고 있다며 자랑도 하고, 괜히 감성에 젖어 인생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내 이야기를 한참 듣던 엄마는 나보고 철학가 할꺼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인생에 뚜렷한 목표없이 이렇게 해외에서 방황하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던건지, 외삼촌이 일본에 IT 관련 회사에 자리가 있다며 추천을 해준단다. 외삼촌의 소개를 받아 취업을하고 안정적인 월급을 받으며 산다면 정말 편한 삶을 살 수 있겠지. 쉬운길...
첫 회사때와 마찬가지로 이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5년 전과 지금의 다른 점이 무엇일까. 그렇게 사는게 편하고 안정적일진 몰라도 내가 진짜로 원하는 삶은 살 수 없을 것같다. 과정이 좀 힘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해서 내 노력으로 그것을 성취해나가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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