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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블라도와의 마지막

by noopy00 2021.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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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간의 여행이 고되었는지 생각보다 푹 자고 일어났는데 블라도는 제대로 못잤단다. 얼마나 길어질지 모를 여행을 앞두고있고 다시 자기 나라에 갔다가 캐나다로 긴 취업을 위한 여정을 떠나야하기에 생각할게 많았다고 한다. 이제 블라도도 떠난다. 블라도마저 떠나면 어떤 기분일지, 얼마나 더 허전할지 상상하기도 싫다.

 아침에 좀 일찍 눈이 뜨여서 자고 있는 블라도 옆에 가만히 누워있는데 문득 블라도가 날 안아줬으면 좋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 내가 정말 외롭구나. 블라도가 이성으로 좋아서도, 성적으로 끌려서도 아닌, 단순히 사람의 온기가 그리웠다. 전적으로 나의 편인 누군가가, 내 존재 그대로 좋아해주는 누군가가 따뜻하게 안아주는 그런 기분을 느껴본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연고 하나 없는 이 낯선 나라에서 최근같은 힘든 시기를 혼자서 모두 감당한다는 것이 많이 버거웠던 것 같다.

 


 블라도가 준비해준 시리얼을 아침으로 먹고 바로 집에서 나왔다. 밝을 때 블라도가 지내온 동네 구경을 하고싶었는데 우리에겐 그럴 시간이 없었다. 나를 집에 데려다주고 블라도는 곧바로 공항으로 가야했다.
노쇼어로 가는 길 차안에서 블라도가 즐겨듣는 음악을 들으며 가벼운 얘기를 나누다보니 금방 도착했다. 시간도 여유로웠고 무엇보다 빨리 헤어지기 싫어서 천천히 가달라고 여러번 말을 했지만 블라도와의 뉴질랜드에서 마지막 드라이브는 너무나도 짧았다.

 도착 후 차안에서 15분정도 시간이 남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아직도 많이 힘들어한다는걸 느꼈는지 위로와 해결책을 동시에 주려고 애썼다.

 여자친구와 함께 지내는 동안 외롭지않다는 좋은 점이 있었지만 삶의 방향성이 다른 사람과 함께 하다보니 개인적인 성장이 없었단다. 결국 여자친구는 오랜 해외생활끝에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고 블라도는 힘들었지만 서로를 위해서 헤어지는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단다. 여자친구는 오랜 해외생활로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헤어지는 일에 많이 지쳐있었단다. 다들 잠깐 머물고 돌아가는 사람들이다보니 몇달 혹은 1년가량 쌓아올린 우정과 신뢰를 가진 친구와 헤어지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가끔은 그게 너무나도 힘들었다고. 나와 정말 비슷한 심정을 느끼고 있었고 나만이 이런 감정을 느끼는게 아니구나라는걸 알았다.
 블라도는 최근 고민거리가 많았었나보다. 당연한 거겠지만 1년동안 머문 나라를 떠나, 또다시 캐나다에서 새로운 생활을 준비하는데 고민거리가 많았겠지. 역시 이번에도 나 혼자 세상에서 제일 힘든 줄 알고 친구의 힘듦은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미안해졌다. 어쨌든 지금은 자전거문제, 캐나다 비자문제, 가족문제, 뉴질랜드의 친구들 문제 등등 하나씩 해결하다보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게 되었단다.

 그 순간 슬픈건 좋지만 잠깐 그러고나서 다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한발짝 떨어진 시점에서 상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단다. 너무 그 문제에 빠져서 힘들어만 하고있으면 해결책을 찾을 수가없다고. 그래서 조금은 냉정하게 보일지몰라도 나한테 그렇게 차갑게 말했던 거라고. 친구로서 자신이라도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도움을 주려한거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하는데 정말 블라도는 모든 마음의 문제들을 털어버리고 컨디션이 매우 좋아보였다. 너무 잘됬다. 그치만 앞으로 외로움이 다시 찾아오지말라는 법은 없다. 블라도가 캐나다에서 좋은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다.

 

 

 

 

팅팅 부은 얼굴로 우리집 앞에서 블라도와 마지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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