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일찍 출발하려고했는데 피곤에 쩔어서 해뜰 때 쯤 겨우 눈을 떴다. 새벽되니 추워지고 자리도 불편해서 제대로 못자 몸이 찌뿌둥했지만 차에서 잔것치고는 나름 괜찮았다. 추워서 세수도 하지않고 화장실도 안가고 차를 끓고 나왔다. 완전 야생이다 ㅋㅋㅋ
날이 밝고 보니 어제밤 뒤뜰로 운전해서 들어온 골목길이 더욱더 좁아보였다. 그 칠흙 속에서 여길 지나왔다니 새삼 내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ㅋㅋㅋ
웰링턴까지는 꽤 긴 여정이다. 4시간을 달려가야했다. 중간중간 졸음도 몰려왔지만 쭉 뻗은 도로에서 틈틈이 180 km/h로 달려 30분 정도 일찍 웰링턴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정도 속도로 밟으면 한눈에 보일 정도로 기름이 닳는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보니 저 멀리 웰링턴 시티가 눈에 들어왔다. 보자마자 부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똑같은 항구도시인 오클랜드와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사진을 찍고싶었는데 혼자 운전 중이라 못찍는 것이 아쉬웠다)
여행의 마지막 날. 오클랜드로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까지 5시간 정도가 남았다. 그동안 여기서 뭘 해야하나 인터넷을 찾아봤지만 특별히 할게 없었다. 그래서 바다쪽을 끼고 무작정 쭈욱 걸었다. 그래도 로토루아나 네이피어, 헤이스팅스 보다는 대도시 느낌이라 덜 심심했다. 항구를 따라 30분정도 걸어서 도착한 광장같은 곳에서 점심으로 푸드트럭의 김치볶음밥을 사먹었다. 메뉴들이 전부 한국 요리라서 당연히 일하는 남자가 한국인일거라는 생각에 한국말로 주문했다가 중국인이어서 민망했다.
화장도 안한 얼굴로 시내를 마구 돌아다니는데 어느 누구도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이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가장 아쉬울 부분이다. 곧 떠나야한다는 생각을 하니, 아무 연고도 없고 이번 딱 한번 와본 웰링턴 조차 그리워질 것 같다. 지나다니는 외국인들, 흑인들이 그리워질 것 같다. 아직까지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많이 있지만 외로움 말고는 이 나라에서의 생활에 전혀 두려운 것이 없다.
보타닉 가든을 갔다가 생각보다 별게 없어서 실망을 하고, 빅토리아 마운틴으로 가서 웰링턴 전경을 내려봤다. 생각보다 5시간은 길었다. 웰링턴이 그만큼 할게 없는 걸수도 있고. 결국 차 안에서 30분정도 낮잠을 잤다.
드디어 웰링턴 공항에 도착해서 렌트카를 반납했다. 다시 뚜벅이로 돌아가 체크인을 하고 그 유명한 웰링턴 공항의 큰 독수리 모형도 구경했다.
내일은 블라도가 뉴질랜드를 떠나는 날이다. 그래서 오늘 저녁 오클랜드에 도착하는 대로 블라도와 만나기로 했다. 하루종일 쌩얼로 돌아다닌터라 화장실에가서 얼른 화장을 했다.
3일에 걸쳐 내려 온 웰링턴을 비행기로 단 1시간 만에 오클랜드로 돌아가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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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내려 블라도에게 연락했다. 이번엔 블라도가 렌트한 차를 가지고 나를 데리러 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항 앞 도로와 주차장이 엄청 복잡해서 헤맬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금방 만났다. 바로 얼마 전에 봤던 얼굴인데도 곧 헤어질거라는 생각때문인지 너무 반가웠다.
딱 4일 전 자기랑 술마시면서 3일 휴가동안 뭘할지 물어봐놓고 바로 다음날 진짜로 여행을 떠나서 좀 놀란눈치다.ㅋ
어디로 갈지 얘기를 나누는데, 이미 해가 다 져서 뭘 구경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곤 서로 말을 맞춘것도 아니었는데 자연스럽게 블라도의 집으로 향했다. 사실 좀 망설여졌지만 마지막 날이라는 아쉬움과 단둘이 밤을 보내도 별일 없을거라는 믿음에 가기로했다.
마트에 들러 와인 한병과 아이스크림, 감자칩을 사들고 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엄청 큰 검정개가 다가와서 깜짝 놀랬다. 뉴질랜드와서 멍멍이 트라우마 생길 지경이다. ㅠ
개이름은 베키. 리트리버다. 나이들어보인다 싶었는데 11살이란다. 참 착하고 예뻤다.
블라도네 플랫은 필리페 집을 연상시켰다. 방을 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작아서 깜짝 놀랬다. 내 방보다도 작고 거의 딱 필리페 방만 했다. 여기서 같이 자야한다니 ㅋㅋㅋㅋ 그래도 침대는 컸다. 집 주인 아줌마도 잠깐 만났는데 내가 여기 있다는걸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블라도와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지금을 좀 더 재밌게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추억을 만들고 싶었는데 블라도는 다음날 이 나라를 떠날 준비에 정신이없고 나도 3일간의 여행에 지쳐 도저히 차분하게 뭔가 얘기나눌 분위기가 되지않았다. 짐정리하느라 바쁜 블라도는 나보고 영화라도 보고있으라며 노트북을 켜주는데 도무지 그럴 기운이 나지않았다. 와인까지 마시고 나니 더욱더 정신이 없었다. 와인을 다 비우고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 10시가 다되어서 잘준비를 했다.
나는 남에 집에서 씻기도 뭐해서 대충 발만 닦고 자리에 누웠다. 샤워를 마치고 온 블라도가 짧은 팬티만 입고 오는바람에 아주잠깐 어색했지만 둘다 곧바로 골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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