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필리페와 마지막 일한 날

by noopy00 2021. 5. 13.
반응형

요며칠 잠을 계속 4시간씩밖에 못잤더니 죽을 것같다 버스안에서도 그 잠깐 졸면서 오고 카페 도착해서도 15분정도 일 시작 전에 2층 쇼파에서 눈을 붙였다. 그래도 버틸만하고 기분 좋은 피곤함이다.

오늘도 Kayla랑 둘이서만 오전에 일하는 줄 알고 맘 편히 왔는데 갑자기 테브도 나타나서 깜짝 놀랬다. 어제 그러고나서는 테브랑 아직도 계속 서먹한 느낌이다. 나를 왜자꾸 무시하는건지 평소에 하던 행동들까지도 다 떠오르면서 너무 기분이 나쁘다. 퇴근하면서 나보고만 콕 집어서 지켜보고있다며 장난스럽게 얘기하던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은 장난이 아니었던것이다. 내 행동이 뭔가 잘못된걸까? 물론 내 뜻대로 안흘러간다고 정색하고 기분나쁜 티 다 내면서 주변사람들이 신경쓰게 만든건 내 잘못이 맞지만 그전에 내가 그렇게 기분나빠지도록 원인 제공을 한건 도대체 나의 뭐때문인지를 모르겠다.

Kayla는 오늘이 마지막이다. 참 괜찮은 사람같았는데.. 아쉽다. 친해지고싶었는데 ㅋ
Kayla 대신 5시까지 일하기로했다.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필리페에게 10부터 19까지 숫자를 한번에 다 배웠다. 평소엔 숫자 딱 하나만 알려달라고하고 그 이상은 절대 못알려주게했었는데 오늘은 계속해서 그 다음은 뭐냐고 숫자 20 전까지 계속 물었다. 그리고선 한번에 다시 기억해서 다 읊으니까 웃길래 왜 웃냐고물으니 놀랐단다. 자긴 기억력이 안좋아서 그렇게 한번에 못 외운다고.
오늘은 숫자 외우고 이런거 말고는 딱히 많은 대화를 나누지못했다. 솔직히 이제 더이상 필리페 기분을 띄어주기위한 대화를 내가 이끌어가고싶지가 않았다.
테브가 필리페 그만두니까 슬프냐고 물어보길래 필리페 들으라고 전혀 안슬프댔다. 그러니까 필리페가 슬픈거 안단다.

어제는 왜 늦었냐고 물었다. 앨리나만나고 왔을거라고 확신을 했는데 다행히 버스때문이란다. 뭐 거짓말했을 수도있는거지만 그런것같지는 않다.

마치기 한시간 전쯤 카미에게 연락이왔다. 몇시에 마치냐며 끝나고 같이 놀잖다 ㅎㅎ 퇴근하고 칼같이 필리페에게 인사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필리페도 별 다른 것 없이 칼같이 인사한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카미와 안드레스가 도착해있어서 필리페에게 인사하고는 다같이 당구를 치러갔다 ㅎㅎ

오늘따라 당구가 잘 되서도 그렇고 짱짱 재밌었다 ㅎㅎ 안드레스가 꽤 잘 쳐서 공 띄우는 방법도 첨으로 배웠다 ㅎㅎ 안드레스는 전형적인 공대 남자 느낌이다. 카미에게 알려주는데 엄청 엄격해서 놀랬다 ㅋㅋ
당구치고나서는 골프도 치고 저녁도 같이 먹었다. 실비아파크에서 늘 궁금해했던 공룡들 잔뜩있고 골프같은걸 칠수있게금 해놓은게 뭔지 오늘에서야 알게됬다 ㅋㅋ

저녁으로는 버거를 먹었다. 비건 애들이랑 다니다보니 식당마다 비건들을 위한 메뉴가 다 있다는것이 새삼신기하게 느껴졌다.
애들이랑 특별히 하는 것 없이 소소하게 서로의 생각이나 인생을 공유하며 웃고 떠드는 것이 얼마나 재밌고 행복한 것인가를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게 과연 뉴질랜드, 외국이어서가능한건지 20대 초중반애들이어서 가능한건지 모르겠다. 과연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친구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

다시 카페로 돌아가 또 계속 수다를 떨었다. 칠레에 커플들 이야기, 동물 울음소리, 스페인어 등등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필리페는 일하느라 바빠서인지 스페인어로조차 말을 안걸긴 했지만 그래도 다 듣고있는 눈치였다. 내가 개 울음 소리를 내며 멍멍 짖으니까 빵 터지는 칠레애들 뒤편으로 미소짓고있는 필리페의 모습을 분명 봤기때문에..ㅋ

오늘이 필리페랑 같이 일한 마지막 날이었다. 사실 계속 이런거 하나하나 생각하면 나만 우울해지고 힘들어져서 신경쓰지않으려고노력하고있었더니 오늘도 별 대수롭지않게 보낼뻔했다. 그랬으면 좀 후회할뻔했다. 필리페처럼 일하면서 다른 사람들까지도 즐겁게 해주는 친구는 앞으로도 만나기 힘들것같다 ㅎ

반응형

'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D-11  (0) 2021.05.17
사과 씨앗  (0) 2021.05.14
한명씩 인사  (0) 2021.05.12
차별  (0) 2021.05.11
해외생활으로부터 성장한 것  (0) 2021.05.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