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런 떠날때처럼 대리나가 롤링페이퍼를 준비했다. 케일라, 필리페 그리고 나. 늘 그렇듯 진심을 다 해 썼다. 필리페에게는 사실 할 말은 많았지만 그냥 짧게 썼다. “나에게 상처를 많이 줬지만 너는 좋은 사람이라는건 알아. 니가 어디에 있든 꼭 행복하길 바라고 그럴거라고 믿어. Goodbye. Shival”
정말 친구로라도 남지 못할거라는걸 확신할 수 있었다. 뭐... 정말 오랜 시간이 흐른다면 또 모를까.
이번에도 다같이 모여 피자와 맥주를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세명을 위한 송별회라는게 무색할만큼 다들 필리페 떠나는거에 열광했다. 거의 오늘 모임의 영웅이었다. 예전같았으면 시샘에 난 왜 저런 사람이질 못할까 또 자괴감에 빠지고 어떻게든 주목받고싶어서 애썼을텐데 이젠 그런건 다 의미 없다는걸 알았다. 그리고 애쓴다고 내 뜻대로 될수도없고 오히려 더 애처로워진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내 마음자체가 이제는 별로 그런걸 원하지도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즐거우면 된거고 사실은 그렇게 주목받는걸 즐기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그냥 같이 필리페 응원해주고 손님오면 내가 먼저 나서서 커피를 만들었다. 그게 더 마음이 편하다는걸 이젠 안다.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롤링페이퍼를 읽었다. 로리, 테브의 글이 가장 먼저 있었다. 나를 응원해주는 좋은 내용이었지만 너무나도 형식적인 글에 기분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슬퍼졌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실망스러움이랄까. 설마했는데 진짜로 이들은 6개월정도 함께 일한 나에 대해서 이정도로밖에 생각하고있지않았구나...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외국인 알바생들 중 하나일 뿐이었구나... 케일라의 글도 마찬가지였다. 폴은 심지어 적지도않았다.
진심이 느껴지는 글은 카미, 안드레스, 새로온 카밀라 그리고 필리페 뿐이었다. 더 많은 친구들에게서 진심이 담긴 편지를 받았음에도 그러지않은 소수의 나머지 사람들때문에 마음이 너무나도 아프고 슬펐다. 어리석은 거란 걸 알지만 내가 그들에 대해 가지는 마음과 그들이 나에대해 갖는 마음의 차이가 주는 이 서운함과 실망감은 나를 너무나도 슬프게만들었다.
버스 타고 오는 내내 눈물이 났고 내려서는 바로 집에 들어가고싶지않았다. 무작정 집 바로 앞 공터로 걸어내려갔다. 30분 넘게 앉아서 생각을 했다. 무엇이 이토록 슬픈것일까.
결론은... 누군가 나를 사랑해주길 원했다. 너무나도 간절히.
이렇게 실망감을 느끼면서도 사람들에게 정을 주고, 마음을 준것 자체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지만 앞으로 사람들에게 정을 주기가 망설여질 것만 같아서 걱정이다.
그래도 오늘 파티에서 폴로 인해 한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 본인은 별 생각없이 내 뱉은 말인 것 같지만.
폴이 물었다. 내 이름의 뜻이 뭐냐고. 한자 뜻 풀이 그대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나눠준다는 뜻이라고했다. 정말 좋은 뜻이라고 하기에, 정작 제일 희망이 필요한 사람은 나인데 남들에게 나눠주기만하면 뭐하냐고 푸념을했다. 그랬더니 폴이하는말,
You will get what you give.
더 많은 사과를 얻고싶으면 사과 씨앗을 심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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