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둥~빈둥~ 느즈막히 침대에서 일어나 아침을 먹으러 거실로 나왔다. 집엔 다들 외출하고 아무도 없는 듯 했다. 먹을거라곤 오트밀이랑 과일, 라면뿐. 그나마 배차는 느낌이있는 라면이 땡겨서 유튜브 보며 여유를 즐겼다. 그것도 잠시,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토히바가 학교수업을 마치고 왔다. 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어디 아픈건 아닌지 묻는다.
그제서야 내가 쌩얼에 안경까지 쓰고 머리도 질끈 묶고있었다는 걸 알았다. ㅠㅠ
편안한 내 오전시간을 방해받은 기분이 잠시 들었지만 토히바와의 대화가 즐거웠다. 토히바는 자신의 스케치노트를 갑자기 보여주겠다며 꺼내왔다. 별 기대없이 봤다가 깜짝 놀랬다. 아키텍쳐라는건 알았지만 그림 수준이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정말 엄청난 실력자였다. 건축물뿐만아니라 사람들 캐리커처도 있었는데 나는 그게 더 내맘에 들었다.
얼마전 떠난 두명의 이탈리안 여자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중 한명은 2달 이상을 살았는데 분명 그전엔 같이 잘 어울렸었단다. 그런데 어느순간 갑자기 자기들과 대화를 안섞기 시작하면서 방을 나갈때도 한마디 인사없이 가버렸다며 기분나빠했다. 아마 무언가 남자들에게서 안좋은 모습을 발견하고는 더이상 가까이지낼 필요성을 못느꼈거나 그러고싶지않았던 모양이다. 아니면 다른 개인적인 문제가 있었을 수도있고.
어쨌든 그것때문에 알프레도와 토히바는 무척이나 기분이 상했는지 나에게 그들 욕하기를 꺼리지않았다.
오후가 되어 존도 학교를 마치고왔다. 토히바는 낮잠을 잔다며 들어가고 존과의 대화가 시작됬다. 역시 오늘도 존은 영어에 대해 모르는 걸 물어보고싶어했고 거의 두시간넘게 영어공부가 이어졌다. 나도 한참 부족한 영어를 그것도 칠레 사람한테 영어로 가르쳐주고있다는게 좀 황당하긴 했지만 뭐 존이 대만족하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좋긴했다. 나와 토히바는 Good teacher란다. 그런거보면 알프레도는 아니었나보다 ㅋㅋ
오늘은 Renan의 생일 당일이라 일 마치고 만나고싶어하는 것 같길래 어제 데이트하면서 돈도 많이 썼고하니 오늘만큼은 원하는거 해줘야겠다고생각했다. 5시쯤 마친다기에 그때 만나서 뭐든 너 원하는거 하자고했다.
집에서 애들이랑 한참 이야기하고 떠드는데 5시되기 좀 전에 연락이왔다. 일때문에 Coogee로 넘어가야하는데 같이 가겠냐고. 솔직히 좀 짜증나고 불편했다. 너무 당연하게 자기네 동네로 불러들이고 자고가길원하는게 너무 보여서 그러고싶질않았다.
그사이 부재중 전화도 오고 했지만 존이랑 이야기하느라 일부러 피했고 어떻게하면 안만날수있을까만 생각했다. 그러다 결국 그냥 내가 느끼는 그대로를 설명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문자를 보냈다. 너네 집에서 자고싶지않고 나는 그냥 너랑 걸으면서 이야기 나누고싶었다고. 그랬더니 이쪽으로 오겠단다. 휴. 훨씬 나았다.
한시간쯤 후 Renan에게서 도착했다는 연락이왔고 급히 옷을 갈아입은 후 나갔다. 그래도 얼굴보니 반갑긴했다. 날이 갑자기 너~무 추워져서 어떻게 견딜수가없어 미친듯이 추워하니까 팔짱을끼라며 내민다. 그리곤 못이긴척 끼었다.
배가 고프다기에 뭘 먹을까 차이나타운을 돌아다니는데 고기고기 거리더니 결국 한국식 고기뷔페를 들어갔다. 4시전에는 시간당 35불이지만 지금은 45불. 후덜덜한 가격이었지만 더치페이할 생각에 걍 들어가기로했다. 사실 내가 다 내야하는건 아닌가 불안하기도했다. 근데 뭐 어제 얻어먹은것도 있고하니 그러면 그러지뭐란 생각도있었다.
오랜만에 고기뷔페라 넘 좋았다. Renan은 모든게 신기한듯했다. 나때문에 한국 문화를 배우고싶어하기도했다.
혹시 부모님이 자신을 보게된다면 어떻게 생각하실것같냐는 질문도 한다. 나와의 관계를 거기까지도 생각하고있나보다.
아기 이야기도 두번째로 했다.
Renan은 딱 따로 떨어뜨려놓고 보면 괜찮은 사람, 괜찮은 남자인것같은데 친구들과 함께 있을때의 모습은 왠지 멀게만 느껴진다.
근데 또 왠지 나를 조정하려는 느낌도 든다. 거짓말은 안하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잘 모르겠다. 처음 만난 날도 그렇고 일 핑계 대면서 자기네 동네로 오겠금, 자신이 편한 쪽으로 나를 유인한 느낌이 들고, 돈도 어제 자신이 많이 썼으니 오늘은 나에게 내겠금 만들겠다는 마음을 먹고온것인지 만나자마자 자신의 카드에 문제가 있다며 돈을 뽑거나 아님 내일 자기가 보내주겠단다.
뭐 좀 더 두고보면 알게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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