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ly beach에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이 신기한 눈으로 날 쳐다본다. 외국 생활하면서 이런 시선을 느낀적이 별로 없었는데 호주가 좀 심한건지 아님 그냥 우연인건지 모르겠다.
해변가에 앉아있는데 여기도 갈매기가 참 많다. 기분탓인지 뉴질랜드 갈매기보다 훨씬 공격적인 느낌이다. 어떤 갈매기 한마리가 음식을 물었다하면 30여마리가 몰려들어 집단으로 싸우기 시작하고 곡예를 하듯 사람들 사이를 칠듯이 날아다닌다.
싸워 이기고나서도 자기분에 못이겨 한참을 혼자 꾸엑꾸엑 소리를 지른다. 저래서는 제명에 못살것같다 ㅋㅋ
루나파크도 오늘 구경할랬는데 Manly해변에서 가는게 너무 멀어서 다음주에 가기로하고 집으로 갔다.
존과 토히바와 수다를 떨다 존은 헬스장에가고 토히바와 둘이 남아있는데 같이 영화를 보고싶어했다. 함께보면 좋겠지만 Renan과 약속이 있기에 다음에 보자고했더니 많이 아쉬운 눈치다. 대신 30분정도 시간이 남아서 팝콘을 같이 만들어먹었다.
여기까진 참 좋았는데 팝콘먹으며 이야기 나누던 중 토히바의 생각하는 방식이 점점 나와는 맞지않다는게 느껴졌다. 사람들에대한 불만과 피해의식이 좀 있는듯해보였다. 오늘은 갑자기 사람들의 영어를 말하는 수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제대로된 교육을 받은 사람의 영어와 그냥 친구들을 통해 배운 길거리영어를 구별하겠냐는거다. 내가 생각하는 언어는 어차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일뿐이고 그 나라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기에 어느쪽이든 커뮤니케이션과 문화공유 목적만 달성한다면 다 괜찮다고생각했다. 수준 높은 교육을 통해 배운영어는 결국 책을 통해서 배우는 경우가 많을테고 그런 사람들이 쓰는 영어는 분명 좀더 문학적(?)이기에 평소엔 잘 쓰지않는 딱딱한 표현들이 많을 것이다. 길거리영어는 원어민과 가장 비슷한 대신 비속어와 수준낮은 표현들이 많을 것이고. 둘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토히바는 그런 의미에서 이야기를 꺼낸것같지않았다. 누구를 대상으로 그런 이야기를 꺼낸건지, 무슨 이야기가 하고싶었던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와는 생각이 좀 다른 느낌이다.
약속시간에 맞춰 1층 로비로 내려와 쇼파에 앉았는데 갑자기 리셉션 직원이 나를 부르더니 여기 쇼파는 게스트만을 위한거라면서 여기 사는 사람은 이용하면 안된다는 식으로 한국인인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해댔다. 그것도 완전 말 딱딱 느리게 끊어가면서 기분나쁘게. 마치 내가 못알아들을거라는 듯이. xxx.
문밖으로 나와 기다리는데 20분이 지나도록 Renan은 나타나질않았다. 짜증이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도저히 진정이 안됬다. 이렇게 짜증나는 이유가 뭔지 알아내려 애썼다. 토히바와의 대화때문인지 리셉션 년 때문인지 항상 약속시간을 지키지않는 Renan때문인지 아니면 배가 너무 고파서 일수도.
30분이 지나 Renan이 나타났다. 오토바이를 타고 Coogee까지 갔다. 날도 추운데 오토바이를 타니 무릎이며 손발 추워서 꽁꽁 얼었다. 허리를 앉으려는데 Renan 배때문에 손깍지를 낄 수가없어서 팔아파 죽는줄알았다. 다시는 타고싶지 않았다. 반면에 Renan은 왠지 모르게 엄청 행복해보였다.
Renan을 기다리는 동안 Renan과 내가 맞지 않는 이유를 계속해서 찾았다. 건강따윈 챙기지않고 술이랑 wid라는 단순 쾌락에만 빠져있고, 약속시간 따윈 중요하게생각하지 않고, 내 이야기나 내면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외면에만 관심가득하다.
Renan 집에 도착해 룸메들과 인사를 나누고 마트로 장을 보러갔다. 장을 보고나니 시간이 벌써 8시반이었다. 오늘은 절대 여기서 자고가지않을 생각이기에 마음이 급해졌다.
메뉴는 연어구이에 갖가지 채소를 곁들인 음식이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맛있을 수 밖에 없었다. 밥을 먹고나서 집에가기전 한시간정도 여유가있어서 Renan과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티비만 보면서 낄낄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사이 Renan은 이미 맥주 3병을 먹어치우고 Wid까지 해서 눈이 다 풀려있었다.
집에 가겠다고 분명 이야기 했음에도 몇번이고 되묻는 모습에 갑자기 이전 회사에서의 ㅊㅎ이 떠올랐다. 그 놈도 맨날 술처먹고 취해서는 했던말 계속 반복하게 만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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