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화가나고 눈물이 나려한다. 지금 공항엔 나혼자다. 같이 도착한 사람들 모두 투어를 떠나고 나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2시에 오기로해놓고 연락하니 그제서야 출발하겠다는 것.
이렇게 일정이 꼬여버린건 어쨌든 전적으로 어제 비행기를 놓친 내 잘못이긴하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 너무 화가난다.
갑자기 굿타임즈 카페 인간들 생각까지 떠오르면서 더욱더 울분이 치밀어 오른다. 분명 거의 비슷한 시기에 필리페와 함께 나도 그만두기로 되어있다는 걸 알면서 보란듯이 필리페의 송별회에만 난리를 쳤다.
모르겠다. 다 그냥 서럽다. 영어 못해서 제대로 따지지도 못할 생각하니 더 서럽다.
한참을 기다려 겨우 투어 밴에 올라탔다.
뭔가 다 꼬여버린듯한 기분에 너무 짜증나고 어디다 탓할 곳도 없고.. 화풀이 상대가 필요했던 것 같다. 모두가 다 원망스러웠고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하는건지 이해할 수가없었다. 그치만 이런기분으로 계속 있다가는 그렇게 기대했던 이 여행을 전부 망쳐버릴 것 같았다. 차창밖으로 지나가는 태어나 처음보는 신기한 풍경들마저 그저그렇게 보였다.
그래서 다르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어제 아침만해도 투어 전부 날려버릴뻔한 상황에서 제발 돈을 더 들여서라도 중간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간절했는데.. 오전 내내 나때문에 신경써준 여행사 직원에게 화풀이로 짜증을 냈다는게 갑자기 너무 미안해졌다. 아예 못 올뻔한 투어에 어쨌든 결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괜찮아졌다.
비행기 내릴때 봤던 울룰루에 도착했다. 여전히 막 엄청난 큰 감동은 느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여행이 시작된 기분에 좀 설렜다.
브리즈번에 있는 겨우 2주동안 한국인들이랑만 지냈다고 온통 외국인들 뿐인 우리 투어 사람들과 어울리는게 너무 힘들었다. 막 엄청 아시아인 된 것 같고 이상해보일것같고 나랑 같이 안놀아줄것같고......
사실은 남들이 뭐라 생각하든 그냥 나혼자서 잘 놀고 내가 즐거우면 되는 건데...
울룰루 선셋을 보며 저녁을 먹었다. 해가지니 울룰루는 잿빛으로 변했다. 해가 저물어가는 지평선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나중에 꼭한번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때는 굳이 투어를 참여하지않고 캠핑카를 렌트해서 2박 3일 정도 직접 운전해서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밤을 보낼 캠핑 장소로 와서 짐을 풀고 잘 준비를 했다. 그러고보니 내 인생 첫 침낭취침이다. 슬리핑팩도 엄청 찝찝할 줄 알았는데 완전 포근하고 좋았다.
이상하게도 오늘처럼 야외에서 추운데 얼굴 내놓고 캠핑하거나 몸 고생하는 일이 생길때마다 할머니 생각이난다. 이런때 할머니가 알게되시면 분명히 춥다고 감기걸린다고 걱정 정말 많이 하셨을텐데...
아마 옛날 할머니집에서 잘때면 늘 엄청 추워서 할머니가 이불 덮어주고 나오지말라고 부엌에서 혼자 아침 준비하셨던 기억이나서 그런다보다...
여기와서 할머니가 보고싶을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호주 생활 2019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룰루 투어 3일째 (0) | 2021.07.20 |
---|---|
울룰루 투어 2 (0) | 2021.07.20 |
캥거루 고기 (0) | 2021.07.15 |
잇 스트릿 마켓 (0) | 2021.07.14 |
변하지 않는 것 (0) | 2021.07.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