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우려했던 대로 침대가 점점 편해지고있어서 걱정이다. 오늘도 겨우 일어나서 빨래도 하고 아침도 먹고 할거하긴했지만 언제까지 갈런지...
원래 아사쿠사 신사 가려고 생각했었는데 귀찮기도하고 사야할 것도 있고해서 다음에 월차내고 평일에 가기로했다.
일찍 준비해서 점심 전에 신주쿠에 도착해 지난번 폰 배터리때문에 급하게 나왔던 니토리 매장을 가장 먼저 갔다.
두세층에서 끝인줄알았는데 꽤 규모가 컸다. 쭉 다 도는데 돈키호테에서 샀던 것들보다 질 좋고 저렴한 주방용품들을 발견해서 가슴이 아팠다. 결국 몇가지는 중복해서 사버렸다. 집에 도마만 3개째다 젠장.
그래도 이것저것 사면서 몇번이고 생각했다. 진짜 필요한 물건인지, 단순히 구매욕구때문이 아닌지, 1년뒤 이사갈때 짐되는건 아닌지, 부산에서 가져오면 될 물건은 아닌지 등등..
진짜 나이들었다고 느낀게 9천엔 짜리 원피스나 만천엔짜리 구두보고는 비싸다고 결국 포기했으면서 주방용품은 이렇게 마구 구매를 하다니...ㅋㅋㅋ 물론 훨씬 저렴한 가격이긴 하지만.
거울 보면서 유니클로 후리스에 경량패딩조끼에 청바지에 운동화 신은 내 모습을 보면서 원피스에 구두신고 꾸민 모습보다는 이렇게 쿨하고 보이쉬한 느낌이 나한테 더 잘 맞는다고 자기세뇌시켰다 ㅋㅋ
다음 쇼핑 목적지를 가기전 카페인이 너~무 땡겨서 근처 카페를 들렀다.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이집 커피는 맛있을지 떨리는 마음으로 빵과 함께 비엔나커피를 주문했다.
다행히 창가 명당자리가 나서 앉았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먹었던 커피중에 제일 맛있었다. 거기다 빵도 정말 괜찮았다.
책이라도 들고올껄 후회하며 잠시 앉아서 쉬는데 급 마사한테 연락하고싶어졌다. 그래서 급하게 유튜브로 일본어 채팅용어를 찾아보고 라인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마사한테서는 한참동안 답이없었고 이제 자리를 일어나려는데 아까부터 내 옆자리에 어떤 남자가 학습지같은걸 풀고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슬쩍보니 일본어 공부중이었다. 일본에도 저런게 있구나싶어서 말을 걸었다.
놀랍게도 구몬학습지였다! 신나서 나 한국인인데 저거 원래 한국꺼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ㅋㅋ
한달에 만엔 정도 한다면서 비싸긴하지만 나름 괜찮단다. 싱가폴사람이었는데 아까보니 와이프랑 애기도 같이 온듯했다.
상세히 설명 해주는 것 같더니 갑자기 Let me finish this. 라고 너무 칼같이 말해서 순간 민망해져서 고맙다고하고 자리를 일어섰다. 상처받았다 ㅋㅋ
돈키호테에서 셀카봉을 사려고했는데 너~~무 비싸서 그냥 아마존으로 사기로하고 나오는데 전에 받았던 300엔 쿠폰이 생각났다. 쓰려고보니 딱 오늘까진데 3천엔을 사용해야지만 그때 할인 받을 수 있단다. 구겨버리고 나오는데 이왕 버릴꺼 계산대에 줄서있는 사람들한테 주자는 생각에 장바구니가 가장 무거운 사람 아무나 붙잡고 ‘이거 할래?’ 물으며 손에 쥐어주고는 쿨하게 돌아서 나왔다. 아마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ㅋㅋㅋ
100엔 샵을 마지막으로 들르고 집으로 돌아왔다. 신나게 쇼핑한 것들을 풀고 이른 저녁을 먹은뒤 카페로 갔다. Vue.js 공부를 하기위해서. 사실 개발은 일하는 시간에만 하려고 맘먹었었는데 내일의 내가 좀더 편하기위해서 결국 황금같은 주말을 개발공부에 할애하고말았다. 사실 두시간밖에 못하긴 했지만..ㅋ
카페 도착하자마자 ㅈㅇ이한테 전화가왔다. 뭔가 일이있었다면서 한다는 말이 회사에서 친하게 지내던 여직원이 자길 좋아한다는 거였다. 문제는, 안그래도 힘든 시기인데 여자까지 생겨버리니 자기도 흔들린다는 것이다. 진짜 큰일날 일이다. 나도 모르게 미친거 아니냐고 해버렸다 ㅋ
남자친구 없은지도 오래된 나는 어떤 심정일지 추측도 못할 일이다. ㅈㅇ이도 답은 다 알고있는 상황에서 하소연 하려고 전화한거라 일단 들어줬다. 알아서 잘 하리라고 기도하는 수 밖에없다.
아까 신주쿠에서 집에오는 길에 마사에게 답이 와서 다시 답장을 했는데 그뒤로는 연락이없다. 그것때문인지 공부하는 내내 집중도 잘 안되고 이러다 또 무너질까 뭔가 동기부여같은게 절실했다. 막연히 매일매일 즐기면서 산다는 것 외에 뚜렷한 목표가 필요했다.
처음 계획했던 대로 호주 영주권 딸 생각을 하자니 내 옆에 아무도 없이 또다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게 의미가 있을까싶었다. 그냥 나도 내 인생에 결혼 자체에 대한 기대를 버려버릴까?
그래도 아침에 잠깐 블라도랑 나눈 대화에서 좋은 남자 만날 수 있을거라는 블라도의 말에 참 힘이 났다 ㅎㅎ
일본 생활 2020 ~ Current/...일기
매일 즐기며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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