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떠서 한시간을 뒹굴거렸다. 뒹굴거릴수록 다시 잠이 쏟아지는 것같았다. 그래도 예전처럼 하루종일 누워만있는 어리석은 짓은 더이상 하지않는다. 오늘도 내 소중한 하루를 시작하기위해 침대를 빠져나와서 쨍쨍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보고 또 후회를 한다. 더 일찍 일어나서 빨래 널어둘걸하고..ㅋㅋ
오늘도 부지런히 움직였다. 빨래 돌리고 청소하고 아침밥까지. 이제 습관이 된것같다. 안하면 오히려 찝찝하다.
오늘은 오후 늦게 줌바수업을 예약해놨다. 어제 밋업 마치고와서 뭔가 더 활동적인 것을 하고싶어 급하게 찾아서 예약했다. 미리 너무 기대했다가 실망할까봐 그냥 담담하게 가볼생각이다.
오늘 구몬 수업은 짧았다. 선생님들과 아이들 보는건 좋지만 거기서 문제를 푸는건 혼자하는것보다 딱히 좋을게 없는 것같다. 집중도 안되고 아이들이랑 이야기하고싶어도 방해하는것같아 눈치보인다 ㅋㅋ
구몬교실을 나와 점심을 뭘 먹을까 고민하던중 전부터 봐왔던 일본 풍의 카페로 들어갔다. 흰머리와 턱수염을 멋스럽게 기른 일본할아버지가 반겼다. 그러고보니 일본어 1도 못알아들으면서 내가 생각해도 참 겁도없이 잘돌아다니는것같다 ㅋㅋ
큰 기대없이 들어온 카페 내부는 정말 독특하고 아늑했다. 한쪽 공간은 인도풍의 좌식 테이블들로 층층이 꾸며져있었고 다른 한쪽은 도자기 공방같은 느낌의 공간이었다. 이른 시간이라 손님도 나뿐이고 공기도 차가웠지만 그 고요함과 사람의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차가움이 왠지 평온함을 가져다줬다. 어제밤 정신없이 북적대는 사람들 속에서 일이 아닌 오로지 내 관심사에대해(여행) 이야기를 나누고와서그런지 최근 있던 우울감이 금새 사라진 기분이든다.
커피와 샌드위치를 시켜 먹으면서 친구들에게 카톡을 했다. 오늘 아침에 침대에 누워 봤던 신종코로나 소식에 걱정이 됬다. 일본에서도 한국 사람들사이에서만 있어서 그런지 일본은 그다지 국민들이 신경쓰는 것같지가 않아서 나도 별로 못느끼고있었는데 한국은 정말 난리다.
특히 정부욕부터 시작해서 물건 사재기까지... 친구들이랑 연락하는데 친구 중 한명은 우리나라 현 대통령에 대한 욕을 노골적으로 대놓고해서 놀랐다. 나와 정치적 성향이 달랐다는 사실에도 놀랐지만 그걸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한다는 것에 더 놀라웠던 것 같다. 당연히 나도 같은 의견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카페에서 오늘 분량의 일본어공부를 마치고 우체국에 들렀다가 줌바 갈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왔다. 입고있던 옷 그대로 가방도 안매고 연습실로 향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활동을 시도하는 건데 같은 아시아라서 그런지 뉴질랜드나 호주때보다도 두려움이 덜했다. 언어는 영어보다도 못하면서 ㅋㅋ 무슨 생각이었던걸까 ㅋㅋㅋ
리셉셔니스트가 수업 교실을 알려주었다. 수업을 기다리는 듯한 무리가 잔뜩 교실앞에 앉아있었다. 젊은 친구들부터 아줌마 아저씨들까지 다양했다. 아저씨가 뭐라고 말을 하시는데 못알아듣고 멀뚱멀뚱 쳐다만봤다 ㅋㅋ
일어도 못하는데다 긴바지에 후드티까지 입고 춤을 추겠다고 앉아있는 내가 다들 신기한 눈치였지만 다행히 한국 사람들처럼 막 쳐다보거나 하진 않아서 좋았다.
말도 못알아듣고 내가 가진 최악의 분야에 와있는데 걱정이나 떨림이 하나도 없다는게 나도 정말 많이 변한 것 같다. 예전같았으면 엄청 눈치보면서 주눅들고 그랬을텐데.
수업이 시작하고 어쩌다보니 맨앞줄 정중앙에 떠밀려서게됬다. 살쪄서 움직일때마다 출렁이는 내 살들과 초등학생들보다도 못한 몸짓에 처음엔 조금 부끄러웠지만 어느새 완벽하게 춤추는 사람들 사이에서 제일 못하는 내 모습을 즐기고있었다 ㅋㅋㅋ Nobody can be good at everything, right?
첨 시작할때 말을 걸어온 일본 여자애랑 같이 집에가면서 인스타도 교환하게됫다. 아무렇지않게 영어로 대화를 나눴는데 생각해보니 일본에선 흔치않은 일이라 신기했다. 호주에서 만났던 일본 친구와 이름이 같았다. 치히로는 최근 신주쿠로 이직하게되서 근처로 이사할 예정이란다. 도쿄생활은 처음이라 이것저것 해보고싶은게 많다며 괜찮다면 함께하잖다 ㅎㅎ 뭔가 일본 생활의 변화에 조짐이 보이는 것 같다 ㅎㅎ
집에와서 샐러드와 두부로 너무도 맛있는 저녁을 해결하고 샤워하고나왔다.
어떤 일이든 인생의 전부를 걸어서는 안되는 것같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람들은 사랑이든 일이든 뭔가에 인생 전부를 걸만큼 최선을 다해보는 삶을 살아라고들 하는데 너무 위험한 행동인 것같다.
어제 참석했던 밋업 주최자도 그렇고, 이제껏봐왔던 사람들 중에 정말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의 사람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지금 하고있는 것만이 자기 인생의 전부가 아니기때문에 아쉬울 것 없이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회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회사는 내 인생에서 자기개발과 경제활동의 목적일 뿐이기때문에 내 자신을 잃어가면서까지 상사에게 잘보이려고 애쓸 필요도, 친한 사람이 한명도 없다고해서 내 인생에서 친구가 한명도 없다거나 세상을 잃은 기분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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