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프다는 핑계대고 출근 안했던게 이렇게 커질줄이야...
아침에 회사갔더니 부장님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괜찮냐며 물어오셨다. 그리고는 혹시 모르니 이번주 재택근무하겠냐고 물어보신다. 순간 속으로 ‘오..! 왠꿀이야!’를 외쳤지만 애써 말을 아꼈다. 우선 근처 한국인 내과에 가서 진료를 받고 오라고하셨다. 건강보험까지 가입이 안되있어서 사이상 의료보험 카드를 빌려서 다녀왔다.
어제까진 분명 멀쩡했는데 이상하게도 기분탓인지 아침부터 갑자기 편도가 붓고 콧물이 나긴했던 터라 검사받아보면 좋을 것 같긴했다. 근데 내차례를 기다리며 앉아있자니 내 주위에 ‘진짜’ 감기걸린 사람들이 둘러앉아있어서 오히려 더큰병이 걸릴 것 같은 맘에 걱정이됬다ㅠㅠ
검사결과는 물론 정상이었다. 편도만 살짝부어있고 열은 없단다. 약까지 지어서 병원을 나왔다. 하.. 내돈.
사무실로 돌아가 한시간정도 일을하고 점심을 먹었다. 오후에 사무실로 돌아갔는데 부장님이 그냥 이번주는 휴가 쓰고 쉬란다. 괜히 죄송했다ㅠ 사장님 얼굴은 또 어떻게 본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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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 나는 불행한줄도, 불행이 뭔줄도 모른채로 행복을 갈구했다. 다른 지역, 다른 나라에 가서 살면 무조건 지금보다 행복해지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서울로 가서 내 직업을 가지고 사무실에 앉아서 일을 하고 나만의 집으로 돌아와 주말에는 해보고싶었던 것들 전부 다 해보고 돈 벌어서 갖고싶은건 다 사보고 내차는 아니더라도 렌트카로 가보고싶은 곳은 다 가봤다.
가족들에게 한끼 거하게 대접도 해봤고 꼭 하고싶었던 할머니와 함께 할머니의 고향 청도와 제주도 여행까지 다녀왔다.
철저히 계획된 것도 아니었는데 평생 꿈이었던 해외에서 살아보기까지 했다. 정확하게 내가 꿈꾸었던 넓은 들판과 파란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하얀 구름들. 그리고 그 아래 초록색 잔디밭에 누워있는 나. 감사하게도 친구까지 그 멀리 날 보러 놀러와서 일주일동안 너무 행복한 추억도 만들 수 있었다.
버킷리스트에 적힌 큼지막한 것들을 하나씩 이뤄나갔다.
그리고 지금. 어린시절 시련을 극복하고 마음의 병까지 치료하고 목표했던 꿈들을 다 이루고나니까 이제는 왜 살아야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오히려 힘들었던 시절의 내가 더 살고싶어서 발버둥쳤던 것 같다.
호주에서 돌아온 이후 최근까지는 삶의 이유를 찾으려고 애썼던 것같다. 어떤 누군가는 원래 삶을 사는 이유를 내 안에서 찾는게 아니라 자식, 부모, 애완동물 등등 나를 꼭 필요로하는 무언가가 있기덕분에 죽지않고 사는거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말을 듣고나서 오히려 반감이 갔다. 살겠다고 그런 무언가를 만드는건 상대를 위해서도, 나 자신을 위해서도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 아니라고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든 생각.
삶의 목표를 다 이루었으니 이제 다시 새로운 삶의 목표를 세울때가 온것같다. 이제까지 이룬것들은 내 가슴에 품은 채, 더 크고 새로운 무언가, 또다시 내 가슴을 뛰게해줄 무언가를 찾아야할때다.
오늘은 정말 날씨가 미쳤다. 이제 봄이 온건지 걸어다니는 내내 코트를 입고 있을 수가 없었다. 회사를 나온 뒤 이 좋은 날씨에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가 돈키호테 잠시 들러 살것좀 사고 그냥 바로 집으로 왔다. 나에겐 아직 이틀의 휴가가 남아있으니 오늘은 가볍게 산책이나 다녀오기로했다.
혹시 좋은 카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노트북도 함께 챙겨 나카노로 향했다. 걸어서 30분정도길래 일부러 전철 안타고 주변 주택가를 구경하며 나카노까지 걸어갔다. 일본의 골목골목은 도쿄라고 할지라도 높거나 깔끔한 신식건물이 아니라 어쩌면 일제시대때부터 있었을 법한 건물들이 줄맞춰서 쭉 늘어져있다. 아기자기하고 속을 알수없는 듯한 일본인들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다. 여기저기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풍경들이 보여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나카노는 일본식 이자카야들로 가득찬 술집으로 유명한 동네같아보였다. 인터넷에 따로 검색해보지는 않아서 실제로 뭐가 유명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음번에 친구들 놀러오면 맛집 검색해서 여기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진짜 그냥 발 닫는 곳으로 돌아다녔다. 그러다 저 높이 광장같은게 보이길래 잠시 앉아서 쉬어야겠다싶어 올라갔더니 광장은 아니고 육교같은 느낌이었다. 일본이 그럼 그렇지.. 광장이나 잠시 쉴수있는 잔디밭같은게 널려있었던 호주가 생각나려던 찰나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육교 한쪽편에서 버스킹이 한창이었다. 어려보이는 남자 둘이 일본 노래를 부르고있었는데 그 앞엔 여자들만 대여섯명이 서서 듣고있었다. 대부분이 폰으로 동영상을 찍고 있었는데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둘중 좀 더 잘생긴 남자만 클로즈업해서 찍고있었다 ㅋㅋㅋ 속으로 어찌나 웃었는지.
나는 멀찍이 떨어져서 섰다. 가까이 다가가기엔 부담스럽고 노래도 엄청 잘하진 않았는데 이대로 집에 가긴 아쉬워서 좀 더 서있었다. 실력도 별로고 가사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왠지모르게 조급했던 마음이 평온해지는게 느껴졌다. 음악이라는 힘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그렇게 육교 계단에 퍼질러 앉아서 30분정도 더 들었던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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