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롭게 공부좀 해볼까하고 아침에 화장실갔다 나오는데 끝방 언니가 씻다말고 나와서는 지금 일본 사재기하고 난리났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올림픽 연기되자마자 코로나 확진자 검사가 드디어 제대로 이루어지기 시작해서 유럽에 이어 일본도 사회적 격리와 외출 통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래도 일본 사람들은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서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고있다.
나도 결국 아침 공부는 포기하고 얼른 출근 준비를 하고 마트에 장을 보러갔다. 설마설마하면서 갔는데 기분탓인지 아님 정말인지 물건들이 반정도 비어있었다. 아침이라 아직 물건이 안들어온건가. 다행히 계란과 양파, 채소는 잔뜩 있어서 두부도 함께 양손 가득 챙겨왔다.
요즘 일은 새로운 프로젝트 시작단계라 이것저것 정해야할 것도 많고 파악해야할것도 많아서 회의만 계속 되고 정작 일은 별로 없어서 좋다ㅎ
그래서 더 집중 안되는 것도 있긴하지만..
아침에 출근해서 과장과 어제 잘 들어갔냐는 안부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물어보지도, 궁금하지도 않았는데 과장은 그 시간에 집에가서 새벽 2시까지 일하고 잤다는 말을 기어코 덧붙인다. 어제도 술자리 내내 집에가서 일해야한다는 말을 자랑처럼 계속 말했고 거기에 사장님, 이사님, 부장님들까지 집에 일을 가지고가는건 아니라며 말렸는데도 결국에는 가서 했나보다. 사실 그럴줄 알아서 일부러 묻지않은 것도 있는데 굳이 뭐 엄청 대단한 일이라도 한것처럼, 엄청 잘한 일인냥 말을 한다. 사람이 나쁘지않은 것도 알고 아마 단순히 칭찬을 듣고싶은 마음에 계속 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집에가서도 일하는걸 권장하는 것 마냥 말하고다니는건 정말 아닌 것 같다. 계속 이런식이면 이과장때문에 사무실 분위기가 다 흐려질 것 같다.
안부장과 세명이서 점심 먹고 돌아오는길에 과장은 치킨 주문 전단지를 보더니 이번에도 마치 칭찬 받고싶어하는 것처럼 "조만간 야근할 때 치킨 시켜먹어야겠다"면서 설레하며 말했다. 야근과 주말근무로 일잘하는 직원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니.. 아직 30대에 관리자도 아닌데 이해할 수가 없다. 이때 한마디 했어야하는데...
오늘도 일본어로하는 회의에 안부장님이 날 데리고 가셨다. 처음엔 솔직히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하는거 시간만 낭비하고 의미 없이 앉아있는거 그냥 나중에 부장님이 끝나고 설명해주시는게 제일 깔끔할 것 같다는 생각이 아주 조금 들었었다. 그런데 오늘 들어간 회의에서는 알아들었다기보단 뭔가 대화의 흐름이 이해가기 시작하는걸 느끼고는 확실히 처음이랑은 달라졌다는걸 알았다. 안부장님께 여러모로 정말 감사하다.
퇴근 후 회사근처 한인마트도 들러서 장을 잔뜩 봤다. 이미 라면은 거의 다 나가고 없었다. 참치캔을 보러간거였는데 찾을 수가없었고 김치라도 1kg 챙겼다.
전철에서 내려 또 마트에 들렀다. 여기도 이미 많은 진열대가 비어있었다. 냉동식품은 텅텅비었고 두부도 다 없어졌다. 휴지는 원래부터 없었고 라면이며 햇반도 다 사라져있었다. 사실 별로 큰 위기감이 들진 않는다. 길면 2주정도 사재기하다가 다시 원상복귀 될것같다.
한국 마트에서보다 두배로 장을 보고 낑낑대며 집으로 돌아왔다. 이대로면 한 보름(?)은 살수있을 것같다. 냉장고가 가득찬걸 보니 뿌듯하다 ㅎㅎ
(+) 2021.09.22
안부장의 이 모든 호의가 단순한 호의가 아니었음을 아는 지금, 이 일기를 다시 보는데 소름이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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