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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D+130] 평생친구

by noopy00 2021.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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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6 수

 

왠지모르게 어제보단 기분이 별로였지만 최대한 어제의 기분을 느끼려고 노력했다.

벨라는 아직도 병원이다. 신장쪽에 문제가 생겼다는데 매운걸 너무 먹어서 그런건가? 집은 점점 엉망이 되어가는중이다. 사키와 나의 설거지거리들과 미키의 똥냄새로.....

백스터 가는길에 ㅇㅎ에게 카톡이왔다. 드디어 아이를 출산했단다!! 참 신기하게도 20년을 친구로 지내왔지만 성격도, 이상형도, 가치관도, 인생도 닮은거라곤 하나도없다. 고등학교 석식시간에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꿈꾸며 매일같이 수다를 떨 때만해도 절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명은 고향땅에서 첫직장 성실히 다니다 선으로 만난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고 평화롭게 살고있고, 또 다른 한명은 타지생활을 자처하며 오래다닌 회사도 때려치우고 해외에 나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스시집과 청소 알바를 하고있다. 그 시절이 아니었다면, 사회에서 만났더라면 우리는 결코 친구가 될 수 없었을까?
이런 얘길 ㅇㅎ에게 했다. 반응이 썩 좋지않다. 아차싶었다. ㅇㅎ는 이런 철학적이거나 깊히 들어가는 얘길 싫어한다. 앞으론 조심해야겠다. 꼭 나와 가치관이나 인생관이 맞아야만 평생 친구로 남는 것은 아니니까.

백스터에 20분쯤 도착해서 바로 일을 시작했다. 저녁도 오는길에 간단히 먹었겠다 얼른 일을 끝내겠다고 마음먹었다. 다 끝내니 8시 40분. 예상했던 것 보단 오래걸렸지만 그래도 조만간 8시에 끝내는 날이 올것도같다.
바로 집에 가기 아쉬워서 ㄹㄷ언니한테 인사나할까했는데 일하는데 집중한다고 눈을 안마주쳐서 패스. 멀리서 마커스 실루엣이나마 볼수있었다. 아 연락하고싶다... 만나고싶다...

집에오는 길에 결국 못참고 연락을 했다. 아직 일하는 중이냐는 메시지... 보내고 나니 너무 스토커같고 집착녀같아서 후회가 밀려왔다ㅠㅠ 왠지 백스터에서 짬내서 얼굴 보자는 것같고.... 일하면서는 절대 보고싶지가않다. 청소하는 모습은...
퇴근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연락이오지않았다. 또 모든 의욕이 사라지고있었다. 씻지도않고 1시간 가량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며 병신같이 굴었다. 안되겠다싶어 일단 씻고 잠오면 자버려야겠다 생각했다. 씻고와서 정리하고 누웠더니 마커스에게 연락이왔다. 일마치고 친구만나고왔다는. 집착녀처럼 굴지않으려고 애썼다. 내가 귀찮지는 않은지 마커스 반응을 계속 살펴야하는게 힘들었다. 썸탈때도 을이 되어선 안되는데 자꾸만 작아지는건 어쩔수가 없었다ㅠ(썸도 아닌데!)
한참 얘기중에 어쩌다보니 내일은 뭐하냐고 묻게되었다. 집 수리하는사람이 오전에 온다며 이르면 11시쯤앤 끝날꺼라고 상세히 알려준다. 뭐라해야할지몰라 끝나면 바로 일가냐고했더니 “응? 일은 12시에 가지”이런다.
의도는 아니었지만 이미 말 다 꺼내놓은 마당에 갑자기 다른 주제로 돌리면 정말 매력없어보일 것 같고 씹고 자는 척해버리면 최악일 것같았다.
“내일 시간되면 점심같이 먹을래?”라고 보내버리고선 제발 안된다고 답이왔으면하고 빌었다ㅠㅠ 일부러 내일 빠듯한 시간인줄 알면서 보냈다.
다행인건지 뭔지 좋은 생각이라며 답이왔다. 이후 뭘 먹을지 한참 대화를 했다. 그치만 아무리생각해도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며 괜찮냐고 묻는다. 그래... 무리인줄 나도 알아....
결국 내입으로 다음에 보자고했다.
그랬더니 방법을 생각해보겠단다. 내가 안쓰러웠던 걸까 아님 후딱 밥 한끼 해버리고 치워버리려는 생각인걸까?
늦출근이 이렇게 불편하다며 일단 금요일 오전으로 약속을 바꾸기로했다. 식당은 내일 얘기해보자며.

차근차근히 마음을 키워나가야할 필요가있다. 생각해보면 나는 늘 먼저 좋아하기 시작해서 상상으로 이미 결혼까지 가버린 후에 정작 남자쪽에서 내가 좋다고 나오면 급 불편해하기 시작한다. 아마도 그와함께하는 순간순간은 즐기지 않은채 혼자 상상으로 진도 다 빼놓고 현실에선 그만큼 마음의 거리를 좁혀놓질 못했던 것이다.
일단 친구부터 시작하자. 매 순간을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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