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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D+135] 성장일기..

by noopy00 2021.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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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있으면서 마음이 많이 편안하고 여유로워졌나보다. 말 그대로 마음 치유가 되어가는 중인가보다.
강압적이고 억압적인 남녀관계, 정확히 그런 남녀 성관계에 희열을 느끼고 좋아했었는데 어제 밤 꿈에 그런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자 처음으로 흥분보다는 거부감이 들었다. 그게 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라는걸 이제서야 내 몸과 마음이 느끼는것같다.
두번째는, 예전엔 늘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렸음에도 그로인해 더욱더 아무것도 하기싫은 무력감에 빠져있었다. 눈과 귀, 정신을 항상 어딘가에 사로잡히게 해두지않으면 견디지를 못했다.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에만 집중하고 최선을 다 해도 충분히 괜찮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해보이고 있는 요즘. 아이러니하게도 이제서야 무엇인가 하고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생각만이 아닌 진짜로 하고싶은 욕구말이다.
물건이든 마음이든 비웠을 때 비로소 새로운게 들어올 수 있다는 말을 직접 실감하고 있다.

학생들 방학이라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엄청 바빴다. 바빠서 시간은 엄청 빨리 지나간것같은데도 하루종일 마커스 생각때문에 너무 괴로웠다. 주말내내 연락도, 와츠앱 접속조차 안한 마커스 때문에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다. 결국 못참고 마커스 일하고있을 시간인걸 알면서도 바쁘냐고 문자를 보내버렸다. 6시30분 마커스의 저녁시간이 지나고도 답장이 없길래 손님들 앞에서 한숨이 푹푹 나왔다. 7시가 되어서야 오늘 넘 바쁘다는 문자 하나 달랑 오고 끝. ㅠㅠ

스시집을 퇴근하고 밖을 나왔는데 확실히 썸머시즌 돌입이라그런지 날이 훤했다. 노래를 들으며 백스터로 갔고 카드가없어 문앞에서 홍이 열어줄때까지 10분 이상을 기다렸다. 열받아서 Urvish한테 연락했다. 일처리가 항상 느리다.
카페테리아가서 챙겨온 스시로 저녁을 먹고 ㄹㄷ언니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무조건 카드를 가져온다는 Urvish때문에 9시까지는 무조건 있어야했던 나는 ㄹㄷ언니를 도와 CDSC 청소를 해주기로했다. 2층 후딱하고 9시쯤 미리가서 탈의실에 앉아있었다. 마커스가 나오기를...
오늘 CDSC는 10시가 다되어서 마쳤다. 마커스를 보고 반가운 맘에 인사를 했는데 뭐가 그리 바쁜지 인사만 받고서 옆방으로 가버렸다. ㅠㅠ 다시 들어오길 기다렸는데 별 말없이 탈의 칸 안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뒤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러면 안되는걸 알면서도 떨렸다. 응? 하고 대답했다. 이제 다시 여기서 일하는 거냐며 묻는다. 아마 내가 보낸 문자를 보고 온 모양이다. 이번주만이라고했다. 그렇게 몇마디 형식적인 대화를 나누고는 다시 나머지 일하러 가야한다며 가버렸다.
말하려고했던 말들을 아무것도하지못했다. 마커스의 반응이 좋지가 않아서였던 것 같다. 마커스도 기분이 하루하루 다른것같다. 분명 한달전 처음 봤을때만해도 늘 일끝나면 휘파람 부르고다니고 엄청 자신감 넘쳐보이는 모습이었는데 최근엔 휘파람소리도 좀처럼 들을 수가없었고 일끝난 후 뭔가 자꾸만 피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부끄러워서인건지 일에 지쳐서 말하기 싫은건지 알수가없다.
예상과 너무도 다른 마커스의 반응과 내 대처에 너무도 큰 실망감이 몰려와 견디기힘들었다.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도대체 남자가 뭐길래 남자하나때문에 내 기분이 이렇게 롤러코스터를 타야만하고 이 순간 내 모든것이 흔들려야만 하는가...
내 마음은 이렇게 심란해죽겠는데 ㄹㄷ언니는 너무도 단순하게 일 마친거에 행복해보였다. 그런 언니가 신기하면서도 부러웠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폰을 보지않았다. 마커스에 대한 마음을 접을 준비를 하고있었다. 짝사랑은 늘 힘들다는거 또한번 느꼈다. 사과쨈 만들면 그것만 마지막으로 주고 포기해야지싶었다.
그렇게 집에와서 폰을 봤는데 왠걸, 연락이와있었다. 아까 일 시작하기전에 보내놓은 문자에대한 예의상인 답장이겠거니했다. 오늘은 자기 일찍 잘것같다며 집에 잘 도착했냐고 와있었다. 잘 자라고 답을 보냈는데 한참뒤 아직 안자고있었는지 또 답장이왔다.
그렇게 우리는 거의 한시간을 대화했다. 사소하지만 너무 좋았다. 정말 이런저런 얘기 많이 나눈 시간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에 내가 결국 또 못참고 만나자고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ㅠㅠ 페리근처 가고싶은 카페가 있다며 핑계를 댔는데 자기 혹시 안되면 반 친구들이랑 가라며 철벽을 치는 모습에 또 가슴이 무너져내린다ㅠ 내가 관심없었던 남자들에게 하던 행동들을 그대로 당하고 있자니 정말 가슴이 아프다ㅠ 결국 마지막 문자도 쌩까였다. 그냥... 할수있는 대까지만, 후회하지않을 정도만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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