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일어나서 운동도 가고 활동 시작하는 거 오늘도 실패...
어제 문자하다 일찍 잠들었다는 마커스에게 오전에 연락이왔다. 친구 잘 만났냐는 물음에 전망 좋은 카페가서 좋은 시간 보냈단다. 회사가냐니까 곧바로 그렇다는 답장이 온다. 마치 내가 보자고 할까봐 겁이라도 났는지. 좋은 하루 보내라고하고 대화를 끝냈다.
분명 여자였을 것 같다. 기분이 나쁘고 자존심도 상했다. 다른 남자를 찾아야할 것만 같다. 날 좋아해주는 남자. 나의 진가를 알아주는 남자 말이다. 나의 소중함을 모르는 남자는 필요없다.
그래도 우울한 마음이 쉽게 가시질 않았다. 항상 내가 좋아하는 남자와는 끝이 이렇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늘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오는게 문제인걸까? 실제 나는 절대 그렇지않은데. 오히려 논리적이고 냉정한 편인데. 남한테 관심도 없고 챙김이라고는 전혀 알지못하는..
가지지못한 것에 대한 욕심이 너무 큰 것 같다. 거기에 상대방이 날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해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사람 괜찮다는 느낌이 오는 즉시 내 남자로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커서 상대방의 마음은 전혀 생각지도 않은채 조금만 호의를 보여줘도 나와 같다고 생각하고 저자세로 밀어부치기 시작한다. 과연 다음 남자에겐 좀더 여유를 가지고 건강한 마음가짐으로 다가 갈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또 내 마음을 흔들만한 남자가 나타날까?
마음을 추스리고 씻고 시티나 가야겠다싶어 2층 내방으로 올라와 잠깐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들어 한시간이 흘러버렸다. 준비하는데 벨라가 일어난 소리가 들렸다. 점심먹고 출발하려고 주방에 가보니 벨라도 마침 점심준비 중이었다. 그렇게 우린 3시간 넘게 수다를 떨었다. 솔직히 첨엔 좀 귀찮았다. 드라마보면서 여유롭게 점심을 즐기고싶었고 그리곤 빨리 시티가서 조금이라고 공부하고 일하러 가야했기때문에.
그치만 얘길 나누면서 점점 생각이 달라졌다. 벨라와 웃고 떠드는 동안 우울했던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어제밤 마커스때문에 힘들고 지친 기분으로 억지로 공부하겠다고 거실에 앉아있는데 샤키가 말을 걸었을 땐 너무도 귀찮고 혼자 살고싶을 정도였다. 말 걸지말아줬으면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무례하진 않았나 생각도 든다.
벨라도 참 대단한 아이인 것 같다. 얘길 들어보면 자기네 나라에 살땐 보통이 아니었던 것 같다. 친구도 많고 할말은 다 하면서 살고 특히 클럽을 주름잡고 살았던듯 ㅋㅋ 마커스 얘길 해줬다. 얜 날 별로 안좋아하는것 같다고. 그랫더니 풕큐를 나 대신 날려준다 ㅋㅋ 꺼지라고 하란다 ㅋㅋ 이렇게 관심있어서 한참 연락할땐 자기한테 관심없다가 나중에 딴남자 생기면 연락오는 애들이 대부분이란다 ㅋㅋ
서울에 있을때 남자와 이런 비슷한 일 생기면 유독 견디기 힘들었던 이유가 이렇게 수다 떨 친구가 없어서 더 그랬던것 같다. 벨라는 오늘 자기의 대화상대가 되어줘서 고맙다는데 오히려 내가 더 고마웠다.
요즘 다시 점점 내 자신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특히 남자들이 나를 대할때 조심스럽게 대하려고 할때마다 굳이 그럴필요가있나싶으면서 그냥 나도 같은 사람인데 동성대하듯 막대하면 되지 싶어서 오히려 더 쿨하고 털털해보이려고 내가 먼저 그들을 편하게 막대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나 자신이 스스로를 막대해도 되는 존재로 여기고있었던 걸까. 내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니 남들도 당연히도 그렇게 대했고 결국 마지막에는 모든 관계들로부터 오늘 상처를 오롯이 내가 견뎌야했다.
예전에 회사 동기 오빠가 했던 말이 이제야 이해가간다. xx이는 더이상 궁금한 점이 없다고. 더 알고싶은 생각이 안든다고. 그땐 무슨말인지도 몰랐었고 이유를 알고싶지도 않았던 것 같다. 관심도 없는 오빠한테 궁금한 여자로 보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당연히 내가 그 오빠에게 잘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았기에 매력적으로 보이지않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인간으로서의 내 모든 것을 다 보여줬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자든 여자든 가족이든 친구든 간에 내 모든 것을 일부러 다~ 보여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걸 숨길 필요는 없지만 굳이 드러내려고 노력할 건 없는것 같다. 사실 그건 내가 내 자신을 아끼지 않았던 거다. 내가 내 자신을 막 굴렸던 것이다.
모든걸 내려놓고 내가 내 자신을 압박하지않고 마음을 비우려 노력하는 요즘 서서히 내가 좋아지기 시작하니 그 누구보다 내 감정과 마음이 중요해졌고 나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터득해가는 중인 것 같다.
다시는 나 스스로 나를 내팽겨치는 일은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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