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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혼자하는 이별

by noopy00 2021.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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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9 화

 

일하기가 너무 싫었다. 내일까지 나와야 목금 이틀 쉴 수있다. 목금도 저녁엔 백스터를 가야하지만..
돈은 5천불 정도가 모였지만 아직도 차를 살지말지 결정하지못했다. 지슬랭과 유이에게 오늘 연락이왔다. 지슬랭은 호주 여행가는거에 대해 물었다. 아직 갈 생각이 있냐고. 솔직히 내가 막 엄청 끌려서 내가 주도해서 가는게 아니다보니 망설여지는건 사실이다. 거기다 요즘 또 갑자기 무기력증이 오려고해서 아무런 생각도, 행동도 하기 싫어졌다. 그렇지만 이번 기회로 한번 끊어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일에 지친 몸과 마음을 여행하면서 자연을 통해 힐링하고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좋겠지.
유이는 내가 너무 바빠서 쉽게 보질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하... 나도 같은 마음이다. 누구보다 놀고싶은 심정이다. 새로운 사람들좀 만나고 영어도 쓰면서 즐기고싶다.
일때문에 운동도 못하고 먹기만 엄청 먹는 것 같다. 지금 플랫으로 옮긴지 얼마 안됫을 때랑 비교하면 엄청난 식성이다. 그땐 뭘 해먹어야할지도 몰라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한끼를 먹어도 배가 터지도록 먹고있으니...

스시집 마치고 백스터가서 Urvish랑 잠깐 얘기하고 8시 조금 넘어 일을 시작했는데 9시가 되서야 끝났다. 카페테리아에 가보니 린다언니가 있어 잠시 앉아서 이야길 나눴다. 아직 CDSC가 끝나지 않아서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카페테리아에 있으면 직원들이 마치면 차타러 주차장으로 가는 길목이어서 언제 끝나는 지 바로 알 수 있단다. 잠시뒤 CDSC 안에서 일하던 직원 한둘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마커스도 곧 나오겠구나! 아차싶었다. 바로 린다언니에게 인사하고 일어났다. 로비로 걸어나가는데 저 멀리 안쪽 문이 열리고 마커스가 나오는게 보였다. 날 못본것같았다. 나는 얼른 퇴근 시간 기입하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왜 도망치듯 나왔을까. 정말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어떻게든 한번더 얼굴을 보려고, 한번이라도 더 마주치려고 노력했었는데... 그렇게 잘 되길 기도했던 사람과 이렇게 끝나버리다니...
한시간이 걸려 집앞 버스정류장에 내려 일부러 뒷문이 아닌 정문으로 빙 둘러 걸어들어왔다. 요즘 푹 빠진 노래 Famous를 들으며 타운하우스 입구부터 쭈욱 걸어들어오는데 처음이자 마지막 데이트를 한날 마커스가 집까지 데려다주던게 생각이 난다. 타운하우스에 신기해하는 마커스에게 수영장도 있다며 자랑했더니 여름에 좋겠다던 마커스.. 벽에 그려진 Fake 고양이를 보여주면서 진짜인척 놀렸던거, 차안에서의 분위기, 느낌 하나하나가 다 떠올랐다. 나 혼자서 연애를 했나보다. 정상인걸까? 모든 짝사랑은 이런걸까?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며 걸었다. 한동안은 이 길을 걸을때마다, 앨러슬리 카페를 지날때마다, 콘웰 공원에 갈때마다 마커스와 함께한 하루가 떠오르겠지. 그 짧은 시간동안 내 공간과 내 마음을 왜 이렇게나 침범시키게 내버려둔건지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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