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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속얘기

by noopy00 2021.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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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뒤뜰 건조대에 맺힌 물방울들

 

아직 캄캄한 새벽에 눈을 떴더니 왠지모르게 외로운 감정이 밀려왔다. 외로움을 느끼는 것도 잠깐, 윗배가 다시 살살 아아오기 시작했다. 오늘도 하루종일 먹는건 피해야할 것 같다. 다행히 배가 고프진 않는데 라면이 땡기는건 왜일까.

어제는 일찍 잠들었지만 꿈 속에서 내내 카페 일을 했더니 너무 피곤하다... 스시집보다는 몇배로 일하는게 즐거운데 은근히 스트레스였던걸까?

7시 30분 스시집 출근. 몽롱한 상태로 팔 드는 것 조차 힘에겨워 겨우 오전시간을 보냈다. 만 하루 꼬박 굶고서 치킨냄새를 맡고있으려니 미칠 것 같았다ㅠ 아직 불안해서 점심도 거를려고했는데 결국 못참고 먹고말았다 ㅋㅋ 그것도 엄청 많이.... 된장국이 너무 맛있었다ㅠ 맘같아선 한그릇 더 먹을 수도있을 것 같았지만 이미 먹은 양만해도 다시 탈 안나면 다행..
그래도 밥을 먹고나니 힘이 좀 나는 것 같았다. 오후 캐셔일은 정신차리고 잘 해낸 것 같다.
퇴근 후 플랫화이트 내리는 연습을 하려고 커피빈 채우려는데 또 사고를 쳤다ㅋ 뚜껑이 안열려서 그만 통을 아예 뽑아버리는 바람에 빈들이 다 쏟아져버린것... 심지어 밥먹고 있던 손님 테이블까지ㅠㅠ 얼마전엔 그릇도 깨고 카페에서는 얼음을 몇번이고 바닥에 쏟질않나.. 주눅안들려고 스스로 '첨이니까 실수할 수 있어'라고 마인드컨트롤 하고있지만 윗사람들이 볼땐 그냥 일못하는 애로 보이겠지..

 

 


2시가 한참넘어 스시집을 나와 오랜만의 여유를 만끽했다. 날씨도 너무 좋았고 어딜갈까하다가 이제 배도 괜찮아진 것같아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갔다 ㅋㅋㅋ(정신못차림)
저번에 갔던 젤라띠아모.
카푸치노맛 아이스크림을 사들고서 잠시 가방정리를 하려고 테이블에 앉았는데 옆 테이블에서 한국말이 들려왔다. 무심코 쳐다봤더니 지난번 스시집 면접보러왔다던 애였다 ㅋㅋㅋ 아니 오클랜드가 이렇게 좁았나 ㅋㅋㅋㅋㅋㅋ
일자리 구했냐니까 계속해서 자긴 뉴질랜드에 미련없다며 언제든 한국 돌아갈 생각 중 이란다. 온지도 얼마 안된걸로 아는데 그렇다면 왜 온걸까?

아이스크림 집을 나와 바다 가까이 둑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햇빛이 뜨거워서 금방이고 탈 것 같았다. 요즘 유난히 내 손등과 팔이 검게보인다.
아이스크림을 칠칠 맞게 옷에 다 흘렸지만 손으로 대충 털어 닦았다. 한국이었다면 기겁하며 물티슈로 100번, 화장실가서 100번 닦았겠지..

 

 

 


집에와보니 아마존에서 주문한 염색약이 벌써 도착해있었다. 한달정도 걸릴거란 생각에 그사이 탈색한번 하고있으려고했는데 너무 일찍와버렸다. 거실에 내려왔는데 벨라가 나와있었다. 벨라가 사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얼마전 벨라의 알바 인터뷰 때 입을 옷에 대해 거실에서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나를 제외하고 세명 모두 거실에 모여있었는데 갑자기 사키가 자기도 내일 면접이 있다며 쉐인에게 자랑처럼 얘길했다는 것이다. 나와 벨라처럼 단순 알바 면접이 아닌 매니저 진급 인터뷰라며 마치 벨라 들으란 듯이 떠들더라는 것이다. 사키는 내가 이사오기 전부터도 남자여자 나누어 자신이 더 우월함을 과시했던 것 같다.
벨라의 마음이 어떤 건지 충분히 이해가 되고 나또한 사키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입밖으로 싫은 마음을 표현해버리고나면 그 싫은 감정이 더욱 증폭될 걸 알기에.. 걱정된다.

 


세탁기돌려놓고 방으로 올라와 폰을 확인했더니 xx이한테서 연락이 와있었다.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5시간을 통화했다.....
정말 별의 별 이야기를 다했다. 어쩌다 xx이네 가정사가 나오게되었는데 아빠가 어릴 때부터 폭력적이었단다. 그래서 결국 중학생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시고 xx이는 아빠와, 여동생은 엄마와 같이 살았단다. 그러다 결국 여동생도 함께 살게되었단다. 여동생 이야기를 하는데 눈물까지 흘렸다. 여동생이 초등학생 시절 첫 생리를 맞았는데 곁에 엄마도 없어 혼자서 그걸 감당해야했을 모습이 너무도 가슴이 아프단다.

나와 정말 비슷한 점이 많았다. 비슷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더 그런걸 지도. 나의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러면서 나이를 먹을 수록 고민되는 것을 말해줬다. 언젠가는 나도 아빠에게 연락을 해야하는 것은 아닐까하고. 그래도 나를 낳아준 부모인데 이대로 평생 얼굴한번 안보고 언젠가 돌아가시게되면 후회할 것만 같다고.

그랬더니 xx가 계속해서 자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대학생이 되어 바로 독립을 했단다. 아빠와 연락을 끊고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간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단다. 자기도 나중에 후회하게 될까봐 장례식장에 가서 발인까지 하고 왔단다. 지금 생각하면 안갔어도 후회없었을 것같단다.

만약 백투더퓨쳐처럼 과거로 돌아가 그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나는 어린 나에게 “지금 힘든거 사실은 별거아니야. 다 지나갈거고 분명히 너에게 행복은 찾아오게될거야.”라고 말해주고싶다. xx이에게도 물었다. xx이는 자신도 시간여행 관련 영화를 보고 그런생각 많이 해봤었다며 자기는 돌아가게된다면 이말을 꼭 해주고 싶었단다. “곧 죽을거야 걱정마. 몇년만 더 버텨”. 이걸 듣고 웃기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찡했다. 나보다도 더 힘든 어린시절을 보냈을 것 같은 기분에.. 그 당시 xx이가 느꼈을 감정들이 나에게도 전해져서 마음이 아팠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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