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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머피의 법칙

by noopy00 2021.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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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에 일어났더니 오늘도 자연스럽게 일찍 눈이 떠졌다. 준비를하고 버스를 겨우 붙잡아 탔다. 오늘도 역시 2층 창가자리. 날씨도 좋고 시간적으로도 여유롭게 출근 중인데다 오후에 카페 일도 없는 날인데 기분이 영 찝찝했다. 어제 5시간동안 긴 통화로 샤워를 못하고 자서 그런가보다.^^;;

오늘은 버스가 평소보다 더 오래걸려 도착했다. 그래도 시간이 여유로워서 천천히 스시집으로 갔다. 출근 30분 전쯤 도착했나, 넘 이른듯했지만 아직 많이 서투니까 일찍 시작하자싶어 바로 들어갔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그래도 최대한 기분좋게 큰소리로 인사하며 들어갔는데 다들 반겨주는 분위기는 커녕 인사조차 받아주는 사람이 ㅇㅎ뿐이었다. 뭐지 싶었는데 매니저가 하는 말... “너 왜 스케줄표 안보고 오늘 10시출근인데 이제오는거야”
헐................
시간이 달라져 있었을 줄이야.... 아니 스케줄표가 어디붙어있는지도 몰랐다.
옷갈아입으러 들어가서 알려준 곳을 보니 스케줄이 화이트로 수정되어있었다. 아마 오늘 새로오는 남자 트라이얼때문에 일찍와서 도우라는 거였나보다... 그래도 오늘 30분 일찍왔으니 망정이지..

시작부터 기분이 좋지않았지만 최대한 곧바로 일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치만 문제는 계속 터졌다. 어제 담아놓았던 와후소스의 뚜껑이 제대로 안닫혀있었는지, 몇개가 봉지안에서 터져있었나보다. 그 것때문에 핫푸드 오빠가 잔소리 해대지, 샐러드 담당 언니까지 같은걸로 또 한번 더 뭐라하지... 하 썅ㅋ 적당히좀 했으면 좋겠는데 일 시작한지 2주도 안된사람한테 너무한거 아닌가 ㅋㅋ 샐러드 그여자는 자기도 일 제대로 못하는게 뭘 계속 나보고 시간나면 소스좀 닦아달라질 않나 퇴근시간 2시인데 1시반넘어서 소스 담으라고 주면서 선심쓰는냥 퇴근전까지만 하면 된다지를 않나... 어이가 없어서.ㅋㅋ 소스 담는 것도 시간을 내서하는거야 xx아...라고 속으로는 수십번을 외쳤다 ㅋ


오늘은 손님이 많은 편이라 계산만 하기에도 정신없어죽겠는데 왜 다들 나한테 난린지... 아니 도대체 핫푸드 음식까지 나보고 나가라하면 어쩌라는거? 특별히 하.는.거. 없을땐 캐셔가 핫푸드 빼는거라고? 아니 내가 가만히 서서 놀고있는걸로 보이나? 졸라 정신없이 시간을 초단위로 쪼개서 움직이고있는데 하.는.거.없.을.때????????? 본인들도 절대 못해낼 일들을 힘없는 워홀러 알바랍시고 xx게 부려먹는다. 사회생활 한번 못해본 20대 초 어린 애들이었으면 이게 당연한거라 생각하고 자책하며 했을지 몰라도 이건 진짜 제대로된 갑질이다. 하 미친 진짜 욕나온다 정말... 

 

비아덕트 다리

그래도 어찌저찌 3시간이라 금방 끝나긴했다. 밥도 챙겨먹고 지친몸으로 퇴근 후 오늘 하려고 했던 계획들을 하나씩 할 생각이었다. 브리토마트 카운트다운에서 장을 좀 보고 civic근처 한인 약국에서 종합비타민이랑 이것저것 몸에 좋다는 것을 살 계획이었다. 그런데 벨라에게서 연락이왔다. 지금 시티인데 자기있는 곳으로 오겠냐고. 그래서 나 마트가려고했다고 같이 갈꺼냐 물으니 가기싫은 눈치다. 솔직히 그냥 혼자서 조용히 햇빛쬐며 여유를 만끽하며 계획한대로 움직이고 싶었다. 근데또 벨라 혼자 내버려둘수가 없었다. 결국 벨라 있는 곳으로 가겠다고하고 30분 기다려달랬다.

윈야드에서 퀸스트릿까지 20분을 걸어서 벨라를 만났다. 뭐하고있었냐고 물으니 그 말을 못알아들어서 몇번이고 다시 말해야했다. 둘다 서로 원어민이 아니다보니 내가 말하고도 확신이 없고 상대방도 조금만 이해안가면 알아듣질 못한다.
만나기로한 곳이 내가 가려던 약국과 가까워서 일단 거기부터 같이 가자고할 생각이었는데 무작정 날 끌고 반대방향으로 가자는 벨라. 일단 따라가며 이야길 들어 줬다. 좀전에 인도네시아 유명 배우를 만나고 온 길이라 엄청 들떠있었다. 그리고 함께 도착한 곳은 역시나 옷가게.


중고 빈티지샵이었다. 이번달부터 쇼핑은 좀 자제할 생각이었는데 내 시간을 또 옷가게에서 보내야한다는게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거기다 옷들도 다 마음에 들지않았다. 세컨핸드샵이라서인지 가게를 들어서자마자 쾌쾌한 냄새부터가 내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여러번 입고 빨아서 보풀 일어난 낡은 트레이닝 반바지가 20불이었던가... 신발들은 전부 깨끗했지만 브랜드를 보니 novo... 중고인데도 꽤 비싸게 파는 걸 보고 엄청 이름있는 브랜드인가보다했는데 고작 novo라니 어이가없었다.
벨라는 그곳에서 치마하나를 구입했다. 그걸 비난할 맘은 전혀 없다. 벨라의 옷고르는 안목이 누구보다 뛰어나다는것도 알고있고 뭘 사든, 얼마나 사든 그건 벨라 마음이니까. 다만 내 시간을 이렇게 의미없게 쓰고있다는게 너무 싫었다. 그걸 거절하지 못하고 지금 여기 와있는게 다 내 탓이라서 더 싫었다.


샵을 나와서 약국가서 비타민을 사야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앞에보이는 아무 약국이나 가려는 벨라 ㅋㅋ 걷기 싫어하는거 알고있다.
미리 알아둔 곳이있어 거길 갈거라고하고 데려갔다. 가는 길 내내 주변 사람들이 입은 옷과 생김새에 대해 말을 한다. 나도 가끔 다른 사람들의 외관에 대해 혼자 생각할 때가 있지만 이렇게 계속 남들만 신경쓰는 얘길 듣고 있으려니 힘들었다. 오늘따라 벨라와 잘 맞지 않는 기분이다.


비타민을 사고나와 어디갈지를 정하는데 이왕 어딘가 들어가서 뭔가 먹을 거라면 오늘 오전에 봐뒀던 디저트 카페를 가보면 좋을 것같았다. 그치만 뉴마켓까지 가야해서 선뜻 가자고 강하게 말하기가 망설여졌다. 슬며시 말해봤지만 역시나 벨라는 별로인 듯했다. 일단 정신이 오늘 하루종일 딴데팔려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오클랜드 길거리를 방황하다 또 옷가게에 들어갔다. 옷구경하다가 거리에 나오면 오늘만난 연예인이야기와 길거리 사람들 외모평가하고 그러다 다시 옷가게 발견하면 들어가고.. 그냥 계속 같은 패턴의 반복이었다. 
그러다 진짜 더이상은 들어갈 옷가게가 없어졌을 때쯤 또 나에게 물었다. 어디갈거냐고. 그때 한계에 다달았던 것 같다. 언성을 높혀, 뉴마켓에있는 케이크집 가보자고 했더니 니가 싫다고 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그제서야 미안하다며 자기가 오늘 좀 정신이없단다. 결국 뉴마켓에 있는 모벤픽을 가기로했다.
뭘타고 갈건지에 대해서도 답답했다. 내가 구글로 검색했을 땐 기차타고 가는 방법 뿐이었는데 벨라는 뉴마켓까지 한방에가는 초록색 버스가 있다며 확신했다. 근데 중요한건 어디서 타는지를 몰라서 또 한참을 헤매야했다. 무작정 감으로 근처 정류장에서 마냥 버스를 기다리다 결국엔 기차를 탔다. 후...

그래도 어차피 벨라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한거 걍 기분좋게 보내고싶었다. 애써 밝은 얘길하며 모벤픽으로갔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사키 얘기...

내가 이사오기 전, 내 방은 원래 사키가 쓰고 있었고 지금의 사키 방은 지금은 이사간 프랑스 남자애가 쓰고 있었단다. 벨라와 쉐인이 인도네시아로 2주 동안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오랫동안 사키와 프랑스 애만 믿고 다녀오기가 불안해서 방안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갔단다. 그 사이 프랑스 남자애는 이사를 나갔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방을 살펴보니 여행가기전에 두었던 맥주 두캔이 없어졌다고. 사키에게 물었더니 당연하게도 프랑스 남자애가 가져갔다고 했단다. 녹화된걸 돌려보니 범인은 사키였다고. 없어진 물건이 맥주뿐이라 더이상 추궁하지는 않았단다. 내 라면... 사키새키가 가져간게 틀림없는 것 같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쉐인이 일마치고 픽업하러 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벨라가 폰을 보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오늘 낮에 본 배우가 오늘 저녁 자기가 묵고 있는 호텔에 초대를 했단다! 그래서... 파티에서 입을 옷을 사기위해 또다시ㅠㅠ 쇼핑을 하러 나갔다. 이번에는 뉴마켓에 있는 옷가게들을 전부 털 계획인가보다...
마칠시간 10분 남겨놓고 급하게 둘러보는데 결국에 나도 충동에 못이기고 두개나 질러버렸다ㅠ 이렇게 나는 오늘 또 내 자신에게 졌다ㅠ

집으로 오는 길 차안에서 벨라는 쉐인에게 오늘 있었던 이야기 보따리를 다 털어 놓았다. 옷 산것만 빼고 ㅋㅋㅋ 옷 산건 쉐인에게 비밀...

 

살까말까 망설였던 파란색 중동느낌의 원피스


집에 도착하자마자 빨래도 세번 돌리고 샤워도하고 미뤄뒀던 비자관련 서칭도했다. 이제 좀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시간이 늦었는데도 벨라와 쉐인이 안나가고 있길래 물어봤더니 벨라 반응이 좋지않다. 아까 연락한 이후로 더이상 답이 없다는데 이러다 없던일이 되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하고있는게 분명했다. 나도 더이상 묻지않았다.
결국엔 둘이 외출하긴 했지만 아마 연락이 와서라기보다 그냥 일단 나간 것 같다. 그리고 금방 들어온걸보면 결국 연락이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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