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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카페 직원들과의 첫 대화

by noopy00 2021.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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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 목

 

오늘도 출근전에 어제 먹었던 푸드트럭으로 갔다. 너무 일찍 도착했는지 말레이시아 음식 트럭이 아직 오픈을 안했다. 여기는 내일로 미루고 원래 먹으려고했던 햄버거 트럭으로 갔는데 하필 오늘 장사를 안하는지 닫혀있었다. 결국 다시 돌아와 기다렸다 말레이시아 음식을 시켰다. 꽤 기대를 했는데 생각보단 별루였다..
일찍 시티에 도착해 밥도 먹고 햇빛아래 앉아서 책도 읽으니 힐링이 따로 없다. 

오늘은 스시집도 많이 안바빠서 실수도 한번밖에 안했다. 갑자기 요즘 너무 긴장하면서 일하고있는 것 같다. 조금 즐기면서 해야겠다...
여기서 또 부경대 후배를 만났다. 10학번 병식이. 아쉽게도 곧 그만둔단다. 뉴질랜드와서 대학 동문 만난게 벌써 세번째다. 진짜 ㄹㄴ언니말처럼 부경대생들이 뉴질랜드를 많이 오나보다 ㅋㅋㅋ

마치고 ㄹㄴ언니랑 같이 밥먹으며 이야길 나눴다. 언니도 여유로운 이 나라가 너무 좋단다. 혼자사나했는데 남편이랑 애기없이 둘이 살고있단다. 집 렌트해서 플렛메이트 두명을 두고있다는데 한국인 플렛이라서 그런지 다들 각자 방에서 나오지 않는단다. 얼마냐 물었더니 180불 한다며 내가 가고싶어하는걸로 들렸는지 방 빠지면 연락주겠단다. 이 언니도 한국인 커뮤니티 속에서만 생활하는 스타일인가보다.

카페가는게 요즘들어 좀 스트레스? 두려움?이 생겼다ㅠ 잘해야한다는 압박감과 짤릴 것 같은 두려움... 아무리 노력해도 언어의 한계는 극복하기 어려워서 자꾸만 의욕상실 되는 기분...ㅠ
그래도 기운 차리고 최대한 밝게 인사하며 카페로 들어갔다. 한참 잘 일을 하다가 결국..... 큰 실수를 저지르고야 말았다ㅠ 러쉬가 몰아치자 점점 정신이 없어져가다 결국 방금 내린 커피를 바이런한테 쏟고 말았다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놀라서 순간 호들갑을 떨었지만 한참 바쁜 중이라 바로 정신을 차려야했다. 알바경험, 사회생활 10년차인게 이럴땐 도움이 좀 됬다. 금방 멘탈 잡고 다시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치만 러쉬가 끝난 하...... 바이런에게 미안함과 자괴감때문에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ㅠㅠㅠ
이후로도 계속 새롭게 일을 가르쳐 줬다. 바닥에 밀대질을 하는데 바이런이 날 보더니 말했다. 왜케 다죽은 것 처럼 하고있냐고. 너의 에너지를 좀 보여달라고. 그걸 듣고서야 알았다.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져있었다는 것을 ㅠㅠㅠㅠ 뭔가 즐기기보단 시간이 어서 빨리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있었던 것같다. 아마도 내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가장 컸던 것 같다. 바이런에게 그 말을 듣고서 정신차리고 기운을 냈다.
5시반쯤 테브가 잠깐 쉬러갔고 그사이 바이런과 둘이서 카페를 봐야했다. 테브없이 카페를 보는게 처음이라고했다. 바이런도 조금 긴장한게 보였다. 뭔가 폐끼치고 싶지가 않았다. 힘이 되어주고싶었다. 그때부터 뭔가 힘이 되살아났던 것 같다. 테브가 없어지고 나니까 부담이 줄어들었는지 이제 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것 같았다. 뭘 하든 왜 그렇게 서둘러야하는지, 중간중간 왜자꾸 물건들을 채워놔야하는지. 인원이 적은 상태에서 일을 하니까 한번 러쉬가 왔을 땐 커피 빼는 것에 최대한 집중을 해야했고 만약 그때 뭔가 부족하거나하면 큰일 나는거였다. 둘이 일하는 동안 러쉬가 몰아칠까 겁이 나서 정말 쉬지않고 바쁘게 움직였다. 틈틈히 부족한 것들을 채우고 2층가서 테이블 정리하고.. 다행히 크게 러쉬는 없었고 마감 담당인 마사가 출근을 했다.


이제 좀 한시름 놓아서 바이런과 처음으로 사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바이런도 여기 일한지는 3개월 밖에 되지않았고 뉴질랜드 온지는 6개월됬단다. 2주전에 어학원을 마쳤고 지금은 여기서 취업비자를 내줘서 아마 1년정도 더 뉴질랜드에 머무를 거란다. 외국에서 생활하는게 이번이 처음이라 이렇게 취업비자를 받아 오랫동안 일할 생각이 전혀 없었단다. 어쩌다보니 이렇게됬고 지금은 그냥 흘러가는데로 두고보는 중이란다.
바이런을 통해 알게된 칠레라는 나라는 사람들이 꽤 차갑고 한국보다도 더 여유가 없는 나라였다. 칠레에서는 여기와 같은 카페는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단다. 다들 웃지를 않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그냥 동료1, 동료2...일 뿐이란다. 다들 뭐가 급한지 걸음도 빠르고 식사도 빨리, 잠자는 것 조차 빨리빨리 해야한단다. 학교에서는 '쓰레기'같은 것들만 가르치고 한 반에는 평균 40명 이상씩 학생들이 바글바글하단다. 삶에서 진짜로 중요한 인성 등과 같은건 전혀 알려주질 않는단다.
꽤 흥미로웠다. 뉴질랜드 온 이후로 내 인생에서 처음 칠레사람들을 몇 명 만났었는데 바이런이 말해주는 칠레의 이미지를 느낀 적은 없었다. 뭐 대화를 나눠본적이 없으니 당연히 그렇겠지 ㅋㅋ


아무튼 이렇게 대화를 하고나니 훨~~~~씬 편해졌다. 퇴근하고나서도 한참을 더 이야기 나눴다. 다시 한번 더 커피 쏟은걸 사과했더니 자기도 여기 처음 왔을 때 테브 팔에다 쏟았었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더 이야기 나누고싶었지만 왠지 일 방해하는 기분이 들어 인사하고 나왔다. 마사랑 바이런은 원하면 더 있으면서 같이 수다 떨며 일하자고 했다 ㅋㅋ 물론 공짜로 ㅋㅋㅋ

 

일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고새 초심을 잃고있었다는걸 오늘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여기서 일하고 싶어했는지, 이렇게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외국인들과의 일할수있는게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 다시한번 되새겨야겠다.
오늘도 계속해서 잔소리해대던 테브가 말했다. 자기 말이 기분나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여기 스타일이라 어쩔수없다고. 그게 안맞다면 여기를 떠나는게 맞다고. 하.... 진짜 최선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제발 날 짜르지만 말길 ㅠㅠ

 


우체국에 택배온거 찾으러 갔는데 시간을 잘못알아서 닫힌 문만 보고왔다 ㅋ 젠장 ㅋ
오늘따라 한국 음식이 먹고싶은 날이다... 매콤한 음식들... 불닭까르보... 치킨... 짜장면... 곱창...ㅠㅠ
여기 계속 살게되면 먹고싶은 한국음식은 어떻게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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