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말. 실비아파크 스시집 알바가는 날.
오늘 손님 중에 귀여운 손님이 있었다. 키위였는데 스시를 하나 사가면서 나를 보며 인사한다고 하는 말이 “이따다끼마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예전에 몇년 일하다가 그만두고 최근에 다시 일하게 되었다는, 악명높은 걸로 유명하다던 새 알바생을 드디어 만나는 날이다. 나보다 먼저 겪은 평일 주방 애들이랑 ㅇㅎ는 벌써부터 같이 일하기 힘들다고 난리다. 도대체 어떤 애길래 그러는 건지 궁금했다.
출근하자마자 지은이라는 이름의 그 애는 나를 보더니 통성명도 하기전에 마치 아랫사람 대하듯이, 자기가 나머지 정리할테니 앞에서 캐셔보라며 지시한다. ㅋ 누가 정한건진 모르겠는데 나랑 ㅇㅎ는 캐셔를 보고 자기는 뒤에서 스시정리, 음료정리 (+ 주방 이모들이랑 수다)를 하는게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손님들은 몰아닥치고 나와 ㅇㅎ는 우리식대로 빠르게 일을 하려는데, 뭐 필요한지 그냥 자기한테 말로 하라며 그걸 마치 이곳의 법인냥 정색하면서 띠껍게 말하길래 거기서 그냥 폭발해버렸다. 하.. 분명 기차에서 내릴때까지만해도 마인드 컨트롤 잘 하고 참 기분좋았었는데...
ㅇㅎ가 나보고 넘 그리웠단다. 딱 반나절 같이 일해보니까 알 것 같다. 오픈 같이 하는 내내 이것저것 지적을 엄청 많이했단다. 예전에 여기서 일을 했었는지 뒤에 직원들이랑도 다 알고 야,너 반말까지하는 사이였다. ㅇㅎ말로는 아예 그냥 기본이 안되있는 애인것같단다.
나보고는 오늘 처음 봐놓고서 워홀이냐 묻더니 완전 막차타고 오셨네요란다. 순간 뭔말인가했다. 내 나이를 들어서 안다면서 그런소리를하는데 너무 기분이 나빴다.
중간중간 지적질을 해대는데 애가 참 27살 나이먹고 아직까지도 싸가지가 없구나싶었다. 이런 애랑 다음주 주말까지 어떻게 일하나...
얘땜에 이매니저랑도 엄청 큰소리치며 싸웠다. 지난주 파티플래터 스시 주문한거에 계산완료라고 안적혀있었다며 어떻게 주문받는지 지은이란애 시켜서 나에게 가르치게했다. 분명 계산 완료라고 적은 기억이 있어 매니저한테 큰소리로 말했더니 종이를 다시 가져온다. 종이를 보니 내가 적었던게 아닌 매니저가 다시 옮겨 적은거였고 거기엔 그런게 없었다. 내가 쓴거아니라며 매니저님이 옮겨쓰면서 안쓰신거네라며 말했더니 매니저는 그 종이 자기가 쓴거 아니라며 또 초점에서 벗어나 말꼬리 물면서 따져댔다. 참나 기가차서. 자기보다 한참 어리고 알바한테 자기가 쓴거아니라고, 자기잘못아니라고 왜 자기한테 잘못 뒤집어 씌우냐 항의하는데 참 우스웠다. 나도 순간의 내 감정 못이기고 터트려버린 잘못도 있긴하지만 안그러고 내가 그냥 참고 안된사람이거니했더라면 자기 잘못은 전혀 모르고 오히려 더 큰소리쳤을 사람이라 후회는 없다.
ㅇㅎ랑 지은이란애도 좀 놀란 것 같다. 나도 생각해보면 손님들앞에서 그런건 좀 아니었던것같다.
ㅇㅎ까지 퇴근하고 혼자 마감하고있는데 중국인 가족이 핫푸드를 시켰다. 분명 “테리 치킨 돈”이라고 듣고서 돈부리를 오더 넣었는데 음식 나오고서는 우동을 시켰단다. 길게 말하기도 싫어서 알겠다고 바꿔주겠다고 하고선 주방에 뚱뚱한 오빠에게 손님이 주문을 잘못해서 우동좀 해달라고 했다. 그랫더니 엄청 띠꺼운 표정과 말투로 손님이 잘못주문한걸 자기가 왜 해줘야하냔다. 물론 이번엔 제대로 확인못한 내 잘못도 있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끼리 서로 실수할 수도있는거고 서로 이해해줄수도 있어야되는건데 여기 사람들은 정말 하나같이 서로 잘잘못 따지기에 바쁘고 남 잘못은 그사람이 어떻게 되든 신경도 안쓰는거에 정말 한계가 온것같다.
결국에 다시 해달라는 우동은 일부러 내가 다시가서 물어보기전까지 만들지않았고 손님들이 30분 지났다며 항의하러 왔을때서야 나왔다. 이매니저가 나에게 양해구하며 손님한테 서비스라도 주란다.
순간적으로 너~~~~무 열받고 화가 치밀어올랐다. 홧김에 뭐든 할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동안 쌓인게 많았었나ㅠㅠ 이정도로 순간 화가난적은 정말 처음인가 싶을 정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뭔일이라도 저지를것같아 스스로 마음을 가라앉히려 심호흡을 했다. 정말 여기선 더이상 일했다간 병이라도 생길것같아 당장 그만둔다고 말해야겠다 싶었다.
뚱뚱한 오빠랑 얘기하는걸 ㅅㅊ오빠도 듣고는 내 기분 신경쓴다고 말을 걸어댔다. 정말 신기한것은 뉴질랜드에서 일한 뒤로 기분나쁜 일을 순식간에 머리속에서 지워버린다는 것이다. 진짜 그때뿐인것같다. 한시간 이후엔 정말 당장 그만두겠다고 말하겠다던 다짐이 온데간데 사라질 정도로 마음이 평온해졌다. 이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마침내 나도 또라이가 되어가는건지...
요즘 드는 의문은 이게 한국인들과 일할때만 있는 일들인건지 서양애들도 이런식의 문화가있는건지 궁금하다.
ㅇㅎ랑 윈야드 이야기를 했다. 요즘 이상하게 매니저가 완전 바쁜데도 애들을 1시에 퇴근시킨단다. 나야 캐셔만 보고 있으니까 몰랐는데 ㅇㅎ가 요즘들어 유독 힘들어하는 이유가 다들 일찍 퇴근시켜버리니 남은 일을 ㅇㅎ 혼자 다 뒤처리하고 항상 5분, 10분 늦게 퇴근해서 그랫나보다. 그래서 요즘은 ㅇㅎ도 너무 열받아서 2시 딱 되면 퇴근해도 되냐 물어보고 하던거 손에서 그자리에서 다 놓고 퇴근한단다. ㅅㄹ도 이제 윈야드에 정이 떨어져 어제처럼 퇴근시간되면 칼같이 가는걸로 변했단다. 예전엔 정말 진심으로 좋아서 조금씩 일 더 해주고 했다는데..
그래서인지 매니저가 갑자기 회식 얘길 꺼낸 것 같다. 다들 분위기가 안좋은것같으니 힘내자는 뜻으로 사장님께 말을 한것같은데 그 회식에 갈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두고봐야알것같다. 일단 당연하지만 사장님도 온다는 소리에 가고싶은 마음이 90에서 10으로 떨어져버렸다 ㅋㅋ 거기에다 위치도 시티가 아닌 타카푸나. 아무리 맛있는거 사준다고 한들.. 한국도 아니고 먹을거 먹자고 그 불편한 회식 자리를 갈 이유가없다. 여기 완전 뉴질랜드 속 한국 사회다 정말. ㄹㄴ언니 망년회 파티도 안갈 생각하고있는데 회식자리는 정말 오바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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