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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이별 그리고 새로운 만남

by noopy00 2021.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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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비아파크에서의 마지막 날. 그간 여기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욕도 많이 했었는데 막상 이제 앞으로 두번다시 볼일 없겠다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하다. 그래도 막 엄청 나쁜 기억 없이, 엄청 나쁜 인연 안만들고 잘 끝맺은 것 같다. 나도 참 많이 발전한 것같다. 예전에는 이별할 때마다 꼭 한명씩은 악연으로 남기고 헤어졌었는데.
 진심으로 다들 행복하길 바라며 인사하고 나왔다.

 


 오늘은 사야카네 홈파티가 있는 날이다. 얼마 전 우연히 버스정류장에서 만나 듣게된 사실이 사야카와 남자친구 얀이 함께사는 Flat이 우리집에서 겨우 버스 두 정거장 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스시 잔뜩 사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찾아 들어갔다. 과연 어떤 사람들을 또 새롭게 만나게 될지 설렘반, 긴장반이었다.
 집에 들어섰는데 이미 거의 대부분 도착해있다던 말이랑은 달리 엄청 조용했다. 사야카를 따라서 조심스럽게 부엌으로 가보니 10명정도의 사람들이 정말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음식을 먹고있었다. 반가운 얼굴, 파오와 파울라도 보였다. 다행히 아는 사람이 반이라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내가 가져온 스시도 펼쳐놓고 사야카와 얀이 준비한 음식도 맛있게 먹었다. 서로 자기소개도 하고 한참동안 재밌게 이야기를 나눴다. 늦게 한명이 더 올거라고 하는데 7시쯤 되니 문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얀의 직장동료라는 크리스찬. 그의 첫 인상은 “잘생겼다”였다. 땡볕에서 러닝을 했더니 온몸이 빨갛게 탔다면서 급 어색해진 분위기속에서 독일사람이라며 본인을 소개한다. 그치만 바로옆에 여우 파울라가 눈웃음을 날리며 앉아있어서 나에게 관심을 보여줄거라는건 뭐 기대도 안했다. 서로 소개를 하고 이런 저런 얘길 나누다가 본격적으로 보드게임을 하기로했다. 레지스탕스라는 마피아와 비슷한 게임. 울 카페에 밋업으로 매주 오는 그 모임 멤버였다.
그즈음.. 크리스찬이 자꾸만 나랑 눈이 계속 마주치는 그런 기분이들었다. 처음엔 우연이겠지했는데 나에게 계속 말을 걸고.. 나도 일부러 슬쩍 그의 옆에 계속 서 있었더니 다른데 가지않고 나랑 계속 붙어있다.
게임 시작하고 처음인 사람들이 많아 연습게임을 하는 내내 나랑 눈이 슬쩍슬쩍 마주쳤다.
게임이 끝나고 나랑 마이곁으로 와서는 이해했냐며 친절하게 게임을 설명해주고는 다음판 할때 자기 옆에와서 앉으란다. 근데 눈치없는 일본남자애가 갑자기 그자리에 앉아버렸다. ㅋㅋ 어쩔수없이 나는 그 옆자리에 앉았다.

게임은 너무 재밌었다 ㅋㅋ 영어를 좀더 잘 했더라면 더 재밌게 즐길수있을것같은 ㅎㅎ

영어 수준에 따라 함께하는 사람들, 하는 일 등의 수준도 나뉘는 것 같다. 그래도 어느정도 영어를 알아들으니까 이렇게 정상적으로 대화하는 친구들과 어울릴수있는 것. 일 또한 캐셔나 키위잡 카페에서 할 수 있는 것도 내 영어실력 덕분. 그치만 파울라와 파오에 비교한다면 나보다 훨씬 잘하는 걔네는 대학교에서 오피스잡을 하고있다. 나도 서서히 삶이 질이 좋아지겠지?

게임이 끝나고 다들 집에가는데 크리스찬이 데려다주겠단다. 흔쾌히 오케이했다 ㅎㅎ 느낌상 이상한 사람같지는 않았다.
함께 차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귀여운 차가 주차되어있었다. 타고있는데 우리 뒤편으로 함께 놀았던 일본 남자애가 혼자서 집엘가는데 그렇게 안되보일 수가 없었다ㅠ 오늘 와서는 말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게임에도 한번 참여 못한 애였다.

집이 워낙 가까워서 그 짧은 시간동안 서로에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너무 아쉬웠다. 차를 세우고도 한참 더 얘기하다가 갑자기 크리스찬이 괜찮으면 데본포트 가지않겠냔다. 자기가 나고자란 곳이란다. 난 또 무조건 콜 했다 ㅋㅋㅋㅋ너무도 쉽게 ㅋㅋㅋㅋ
데본포트가서 한시간넘게 이야기를 나눈것같다. 크리스찬의 옛날 집도 보고. 하.. 근데 참 내가 연애를 안하긴했나보다ㅠ 이게 그린나이트가 맞는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고 어떻게 행동해야 여자로서의 이미지가 깨지지 않을지 감이 안잡혔다ㅠㅠ
한참 얘기하다 나도 모르게 28살때 이야기를 해버렸다. 순간 아차 싶었다ㅠ 분명히 나보다 어릴텐데....
근데 이걸 바로 덥석 물고는 몇살이냐고 묻는다....ㅠ
그래서 너부터 말하라고 했더니 자기 생각보다 많단다.
많아봤자겠지... 근데 왠걸......34살!!!! 와 ㅎㅎㅎㅎㅎ
완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좋은 유전자라며 칭찬해줬다. 진짜 외국인치고 어려보인다. 잘생겨서그런가.

난간에 걸쳐서 얘기를 나누는데 뭔가 내쪽으로 조금씩 가까워진 느낌이들었다. 급 내쪽에서 혼자 어색해져서 나도모르고 몸을 휙 돌리고 대화를 끊어버렸다ㅠㅠ 의도적으로 그런게 아닐 수도있는건데 ㅠㅠ

부모님 두분다 독일 분이시고 3살때 뉴질랜드에와서 쭈욱 어린시절을 보냈단다. 현재 부모님은 이혼하셔서 엄마랑 형이랑만 여기서 살고있고 아버지는 독일로 돌아가셔서 재혼하셨단다. 어머니도 재혼하셨고. 참 이런얘기하는거 여기 사람들은 처음만난 사람이랑도 아무렇지 않은건가? 전에 마커스도 그랬고.

뭘 보여주겠다며 어두운 계단으로 내려갔다. 이때 서로 나이얘기한다고 정신팔려서 아무 생각없이 따라 내려갔는데 짧은 터널같은 곳을 지나자마자 내가 비추고 있는 불빛을 통해서 거대한 대포가 나타났다. 전에 왔을때도 위에서 봤던거라 뭔지는 알고있는건데 순간적으로 심장이 얼어붙는것같고 나도모르게 몸이 구석으로 숨었다. 커다란 대포를 마주보고있자니 늘 악몽으로 꿔오던 커다란 기차가 나에게 돌진해오는 듯한 느낌을 직접 받았다. 이런 내 예상치못한 반응에 크리스찬도 당황한 듯 했다. 다행히 곧 진정이 되긴했지만 난 왜 이런 커다란것에 공포를 느끼는 것일까?

다시 집으로 오는 길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에 다 왔을땐 나도 모르게 후다닥 인사를 하고 내려버렸다. 너무나도 어색하다 이런상황이ㅠㅠ

제발 먼저 연락이와서 데이트하자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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