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이랑 만나기로한 날인데 몇시에 만날지도 안정해놓은 상태다. 너무 답답하다ㅠ 연락도 없길래 결국 내가 먼저 연락해서 어제 잘 놀았냐 안부묻고 오늘 몇시에 볼거냐고 물었다. 역시나 점심먹고 2시에나 보잖다. 나한테 관심있는게 맞긴한가? 왜케 늦게만나; 너무 답답하지만 내 나라에서 하는 데이트도 아니고 무엇보다 내가 먼저 관심있어 하는 데이트가 아니니 걍 시키는대로 잠자코 따라야겠지.
오전에 ㅎㅇ이랑 얘기하고나서 너무 답답한 마음에 숙취에 쩔어있는 다른 친구한테 전화까지해서 상담했다. 도대체 어떻게 말해줘야겠냐고. 결론은 어쨌든 그 친구 인생이고 그 친구도 생각이 있을테니 나는 그냥 위로만 해주란다. 역시 현명하다. 그게 가장 맞는 답인것같다. ㅎㅇ이도 이번 기회에 뭔가 배우겠지.
친구랑 통화하느라 크리스찬에게 연락온줄도 모르고 있었다. 귀에 대고있던 폰이 반짝이길래 보니까 크리스찬에게서 부재중 통화. 후다닥 내려갔다. 민트색 차가 보인다. 급하게 만나게되버려서 어색할 틈도 없었다. 오늘 정말 너~~~무 더운데다 크리스찬 차는 에어컨도 안되서 들고나온 휴대용 선풍기를 꺼냈다. 이걸 보더니 신기해한다 ㅋ 처음 봤단다.
오클랜드 도메인으로 갈지 노스쇼어에있는 해변가를 갈지 물어본다. 난 멀리갈수록 놀러가는 기분이라 더 좋긴했는데 왠지 느낌이 오클랜드 도메인을 미리 생각해뒀던 것 같아서 거길가자고했다.
가는길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신나게 떠들었다. 오늘 아침 ㅎㅇ이 일부터 시작해서 남섬 여행가서 있었던 일들.. 안되는 영어로 버벅대며 나도 모르게 너무 흥분해서 떠든 것 같다.
도메인에 도착해 작은 수목원같은 곳을 돌고 나왔다. 별로 식물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최대한 관심있는 척을 했다. 그런 나랑 달리 크리스찬은 이런걸 정말 좋아하나보다. 자연홀릭이다.
수목원을 나와 천천히 걸어 큰 나무 아래 그늘을 찾아갔다. 이미 잘 알고있는 듯했다. 그 당시엔 뭐 당연히 여기서 나고 자랐으니 잘 알겠지하고 전혀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전여친들 다 데리고 왔던게 아닐까싶다ㅋ
자연스럽게 담요를 깔고 챙겨온 Cider와 맥주를 꺼냈다.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나는 대체로 크리스찬을 웃게하는 이야기를 많이했고 크리스찬에게 여러 질문들을 했다. 부모님은 언제 이혼했는지 독일사람 특징이나 뭐 그런거. 크리스찬에 대해 자연스럽게 더 잘 알수있게되는 그런 질문들.
그러다 크리스찬이 누웠고 나도 같이 눕길 바라는 것 같았지만 끝끝내 나는 눕지않았다. 아니 못했다ㅠ
자연스럽게(?) 내 팔을 쓰다듬고 손을 잡고 자기 배 위에 내 손을 올리고 내 머리카락을 만지고 내 엉덩이, 등, 어깨 옷 안쪽까지 쓰다듬었다. 그게 내가 한창 뭔가 이야기하느라 흥분해있는 도중에 그러는 바람에 이야기에 집중할 수가없었다.
크리스찬이 싫은건 아닌데 왠지모르게 불편하고 이런 스킨쉽이 익숙하지 않았따. 어색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
크리스찬은 나무가 너무 좋단다. 가지각색 종류가 다 다른 나무들이 좋다는데 순간 그 얘길 듣는데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ㅋㅋㅋㅋ 살면서 이런 얘기하는 남자는 처음이다 ㅋㅋ 그래서 막 웃었더니 크리스찬이 당황해하며 도대체 뭐땜에 웃는거냐고 묻는다 ㅋ
크리스찬은 늘 항상 침착한 사람이라서 왠지모르게 그 침착함을 깨트려주고싶다 ㅋ 그게 깨졌을때 왠지모를 쾌감과 오히려 그게 더 인간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인달까?
이야기 중에 오늘도 전여친 얘기가 나왔다. 도대체 나는 알고싶지도 않은 전 여친 얘기는 왜 하는건지... 모기 이야기하다가 집에서 전여친 혼자만 물렸다는데 그때 자기도, 엄마도, 엄마 파트너도 아무도 안물렸다면서 아시안 여자 피가 뭔가 좀 다른가보단다. 이 말을 듣고 갑자기 기분이 넘 싸해졌다. 지금 자기 집에서 전여친이 하루밤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하는건가? 엄마랑도 다 알았던 사이고? 질투도 아닌 것이...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ㅠ
5시 반쯤 됬을까? 이제 곧 가야한단다. 엄마가 7시에 집에 오는데 일요일은 12시간 근무라 피곤해하셔서 자기가 저녁을 준비한단다. 하... 겨우 3시간반 있었다. 지난번에 이어 아쉬움이 밀려왔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크리스찬이 이유를 차근차근 잘 설명해줘서 좀 그래도 나았다.
근데 여기서 아주 큰 문제가 발생했다ㅠ 말하기 정말 민망한 그런 상황... 어쨌든 잘 수습을 하고 차를 타러갔다. 아마도 크리스찬이 눈치를 챘을것만 같다ㅠㅠ
차에 앉아서 이제 출발을 하려는데 그 순간! 갑자기 딱! 하는 큰 소리가 들리더니 클러치가 고장이나버렸다. 아니 오늘 무슨 날인가ㅠ 좀전까지 너무 좋았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건지;;;; 한참을 들여다보던 크리스찬은 결국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옆에 있는 내가 괜히 불편하고 민망해졌다. 뭔가 우리 관계의 끝을 예견하는 것 같은 불길한 느낌. 남자들 특히 차에 이상생기면 여자고뭐고 눈에 안들어온다는데.... 이대로 끝나는 것인가.
차는 밤에 찾으러 오기로하고 우리는 대중교통으로 돌아가기로했다. 나는 한방에 가는 버스가 있지만 크리스찬이 문제였다. 주말이라 페리는 이미 끊겼고 버스로 가려면 여러번 갈아타야하는 상황... 노스쇼어 쪽으로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 엄마와 마주하는 상황이 발생했을수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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