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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진저 귀걸이

by noopy00 2021.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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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스시집 출근전 10분가량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ASB 로비 구석탱이 쇼파에서 어제 도착한 해리포터를 폈다. 아직 한장도 못 읽은 상태다 ㅋㅋ ㅎㅇ이한테 연락와서 카톡 좀 하고 인스타에 사진하나 올리니까 출근시간이다.

남섬에서 구입한 비싼 나의 리얼 꽃잎 귀걸이를 보고 다들 한마디씩 한다. 화려한가보다. 그중 제일 어이없었던 말은 ㅇㅅ씨가 미소담으러 와서 한 딱 세마디. “누나 귀걸이 진저”
처음엔 무슨말인가모르고 응? 하고 되물었다. 알고보니 스시에 사이드로 들어가는 빨간 진저 같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듯이 웃었다 ㅋㅋㅋㅋㅋㅋ

오늘 저녁에 있는 블라도와의 술약속때문에 머리랑 화장이랑 빡세게하고왔더니 주방오빠가 또 한소리한다. 오늘 뭐 어디 데이트가냐고. 데이트 가고싶다고 말하려는 찰나 한다는 말, 옆집 그 요르단 남자랑 데이트 있냔다. 그러더니 그 남자랑 잘해보라며 돈 많을수도 있지않겠냔다. 하.... 이런 쓰레기같은 한국인 마인드... 백인들이 아니라 이런 새끼들이 우리나라 여자를 싸구려 창녀로 만드는거다. 딱 정이 떨어졌다 이 스시집. 더이상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싶지가 않다. 조만간 그만둔다고 노티 내야겠다.
살빼겠다고 다이어트 약먹고 극단적인 식단 조절만 하는 ㄹㄴ언니나, 그걸보고 다이어트 열심히 한다며 자기도 다음주부터 매니저님이랑 같이 구입해서 할거라며 응원해주는 주방오빠나.. 참 한심해보였다. 살을 뺄려면 적게먹고 운동을 해 이것들아!!!!

 아침부터 블라도와의 약속에 오랜만에 친구와 논다는 생각에 설렜다. 카페는 오늘 좀 바빠서 나름 시간이 잘 갔다. 요즘 닉도 그렇고 바이런과도 관계가 꽤 좋아서 카페 일하는데 힘들지가않다.

 카페 퇴근 후 블라도에게 연락을 했다. Nice한 한국인 친구들과 같이 있다길래 왜 또 한국인이야ㅠ하고 좀 실망한 마음으로 갔는데 왠걸.. 꽤 괜찮은 애들이었다. 누가봐도 한국인 세명에 유러피안 블라도 혼자 덜렁 앉아있는 모습이 낯설었다. 사실 처음에 좀 당황스럽고 어색하긴했지만 애들이 성격도 좋고해서 금방 친해졌다. 블라도와는 할얘기가 많았지만 일단은 한국애들이랑 먼저 친해져야했다.

여기 살면서 푸드코트를 처음 가봤다. 나는 그냥 안먹고지켜봤고 애들은 각자 저녁을 다 시켜서 먹었다. 이게 끝인줄알았는데 알고보니 함께 놀 애들이 더 있단다. 최종적으로 모인 인원은 16명... ㅋㅋㅋ 예상외로 너무 많은 인원에 어딜 가야할지 망설이길래 전에 마사랑 함께 갔던 한국인 술집으로 데리고 갔다. 학원 끝난 후 이렇게 많은 인원이랑 술을 마셔보긴 또 처음이다. 왠지 나도 예전처럼 학원 생활로 돌아간 기분이라 나쁘진않았다.
 의도한건 아닌데 블라도와는 여전히 옆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할 얘기가 많아서인지 자꾸만 우리둘이서 얘기를 나누게되었다. 정말 예전 생각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어학원 다니던 시절로 돌아간듯 했다. 그런데 다른애들이 좀 신경쓰였다. 새로운 애들이랑 친해지고싶은 마음이 있기도 했고 그래서 블라도에게 괜히 큰소리로 나랑만 얘기하지말고 다른 애들이랑 좀 얘기나누라고 했다. 블라도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잠시 다른 아이들에게 관심을 돌렸지만 결국 또다시 우리둘만 얘기하고 있었다.. ㅋ

5월에 둘다 비자가 만료되는데 그때 한국을 같이 들어갈지말지 결정해야한다. 하... 정말 어떻게해야할지모르겠다. 내 앞으로의 결정에 자꾸만 크리스찬이 끼어든다는게 짜증난다. 어떻게될지도 모르는 남자때문에 내 미래를 좌지우지당하고싶지는 않은데ㅠ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이 자꾸만 흔들린다ㅠ 이놈새끼는 지난 일요일 이후로 연락한번 없는데...ㅠ

블라도가 잠깐 일본 여자애랑 노는 동안 나는 한국 애들이랑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애들은 진짜 딱 봐도 나에게서 정보를 얻으려고하는게 눈에 보였다. 아무리 정보가 고프다고해도 인간 대 인간으로 먼저 친해지는게 우선 아닌가.. 


브라질 파티있다고 다들 가겠다길래 나는 집에 간다고했는데 블라도가 왠일로 잠깐 들렀다 가자며 붙잡았다. 술집도 시끄럽고 정신없는 곳은 안가는 애가 무슨 바람이 분거지? 왠지 어떤 곳인지 잘 모르고 가겠다고 한 것같다.
줄이 길어서 거의 20분을 기다리며 밖에서 이야기만 나눴다. 그것도 블라도랑 둘이서만. 우리 무리 중에 백인은 블라도뿐이어서 그런지 지금 생각해보니 다른 애들도 블라도와 이야기 나누고 싶어했던 것 같다. 기분이 좀 나빴던 건 생김새가 다르고 우리와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블라도를 마치 동물원 보듯이 대한다는 것이었다. 워홀러들 대다수는 이곳에서 만나는 외국인들을 친구가 아니라, 우리와 다른 신기한 존재로만 여기는 것같다. 

 


결국 술집에는 발한번 들여보지못하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한국인 애들 중에 좀 귀엽게 생긴 남자애가 자기도 집에갈거라며 블라도와 나를 따라왔다. 아까부터 나한테 관심이 있는 듯 보였다. 당연히 뭔가 정보를 얻어가려는 목적으로. 역시 내 번호를 묻는다. 예의상 내가 일하는 카페 놀러오라며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70번 버스를 같이 타고 집에가면서 블라도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니 주로 블라도 얘기를 들었다 늘 그렇듯ㅋ
블라도는 5월에 비자 만료되면 자기나라 잠시 돌아가기전에 다른 나라 들러서 잠깐 여행할 생각이란다. 그러면서 여자친구는 이미 자기네 나라 돌아가서 이제 쭈욱 자리잡고 살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3년 간 연애하면서 멀리 떨어져지내도 될만큼의 신뢰가 쌓였구나라고 생각하고있는데 갑자기 이제는 여자친구가 아니라 정말 좋은 “친구”사이로 느껴진다는 말을 하는 블라도. 이제 각자의 길을 걸어가기로 결정했단다. “ex”걸프렌드라고 칭한걸보면 헤어진게 확실한가보다. 좀 충격이었다. 슬프지않냐니까 서로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다른 방법은 없다고했다. 블라도도 그렇고 블라도의 Ex여자친구도 둘다 정말 이성적인 사람들인 것 같다. 이제까지 여자친구가 있어서 정말 마음 편하게 만날 수 있었는데.. 조금 조심해야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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