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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활 2018 ~ 2019/...일기

해외생활으로부터 성장한 것

by noopy00 2021.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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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도 정말 남자한테 관심이 많다.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ㅋㅋ 며칠 전부터 보이는 못보던 손님이 귀엽다며 자꾸만 나에게 말한다. 내가봐도 매력있게 생기고 스타일도 괜찮았다. 한국나이 24살정도면 충분히 관심이 넘칠 나이긴하다. 그러고보면 난 정말 관심이 많이 떨어진것같다. 나도 분명 카미처럼 모든 남자들을 이성으로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괜찮은 남자보이면 어떻게든 관심을 사려고 애쓰고... 근데 이제는 카미가 말하기전까지 그 손님을 보고서도 아무런 관심도, 매력있단 생각조차 못했다는게 신기하다.
카미는 바로 앞에 남자친구가 앉아있는데 그 손님 얼굴을 보며 얼굴빨개진것도 모르고 입이 찢어져라 웃어댄다.

안드레스가 이번 주말에 뭐하냐며 시간되면 서바이벌 게임이나 오토바이 타러가잖다. 물론 다같이. 오예.

필리페가 도착하고 잠깐동안 미친듯이 웃었다. 어제 일하면서 있었던 일도 얘기해주고 하는데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게 너무 웃겼다.

필리페와 한국씩 전통 인사 이야기를 하고있는데 카미와 안드레스가 간다고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왠일인지 나에게 포옹을 한다. 이건 칠레식 인사라면서 보통 포옹도 하고 양쪽 볼에 키스도 한단다. 심지어 남자끼리도. 그래서 장난으로 놀라면서 “만약 나한테 그랬으면 넌 나랑 결혼해야되!”라고했다. 필리페도 웃고 카미는 믿었는지 놀라고 ㅋㅋ 안드레스만 한술더 떠서 남자끼리는 양쪽 볼이랑 친하면 엉덩이에까지한다며 ㅋㅋㅋ 거기에 필리페는 또 지 꼬추를 가리키며 거기다가도 해야한다는 저질 개그를 한다...

오늘도 숫자공부는 계속됬다. 오늘은 8. Ocho. 그만둘때까지 10까지 배우는게 목표라고 했더니 작가 알아서 남은 날을 계산해서 알려준다. 같이 일할날 3일남았단다. 내가 물어보려다 말았는데 직접 계산해서 알려주다니. 씁쓸한 내 맘을 알까ㅠ
곧 ㅅㅎ 언니가 왔고 음료를 만들어 주고는 잠시 한가해져서 포스기 앞에 가만히 서있었다. 그리고 내 뒤에선 필리페가 접시를 닦고있었고. 필리페와 그런 일이 있은 뒤부터는 이렇게 가까이 있는게 혹시나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늘 불편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내 뒤에 있다는걸 인지하고서는 곧바로 자리를 이동하려는데 내 팔에 필리페의 팔이나 손이 닿는게 느껴졌다. 너무 찰나여서 아닌가했지만 분명히 일부러 부딫힌 느낌이어서 큰소리로 “what’s that! You are so rude!”라고 말해버렸다. 진짜 속을 모르겠다...

ㅅㅎ 언니네 남편이랑 셋이서 조마루감자탕을 가서 소주 두병도 마셨다. 생각했던 이미지랑 다르게 정~말 착하고 생각도 바로 박혀있는 듯했다. ㅅㅎ언니랑은 성격이 전혀 반대였다. 정말 둘이 어떻게 잘 지내나했는데 언니가 영어가 좀 부족하다보니 대화가 잘 안되서 싸울일도 그만큼 적고 언니 성격받아주는것도 가능한것같았다.
언니가 늘 하는 불평불만에 대해 샤닐은 그건 레벨1의 스트레스라며 자기나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걱정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며 타이른다. 아마 샤닐에겐 분명한 목표가 있고 언니에겐 목표가 없다는게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그렇기에 언니는 그런 사소한 문제들에도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고. 그래서 왠지 언니가 이해가됬다. 나도 요즘 들어 목표가 없어져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가볍게 샤닐에게 말을했더니 예상치 못하게도 샤닐의 답변에 위로? 해답?을 얻었다. 사람은 누구나 그럴때가 있단다. 자기도 25살에 목표를 잃고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럴땐 그냥 뭐든지 밀고나가란다. 너무 거기에 빠져서 허우적대고있지말고 뭐든 결정을 해서 일단 해보란다.
나와 같은 감정을 가졌었다는 것에 우선 가장 큰 위로를 받았고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하는게 베스트인지 삶의 지침서같은걸 받은것같아서 뭔가 안정감(?)이 느껴졌다. 마치 아빠같았다ㅋㅋㅋ 분명 본인도 공부하면서 많이 힘들텐데 강인한 마인드가 정말 존경스러웠다. 이런 사람이 내 주변에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한참 인생 상담(?)을 하며 떠들고 놀던 중, 갑자기 ㅅㅎ언니랑 샤닐이 뜬금없이 아까 카페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준다. 나랑 일하던 남자애(필리페인 듯하다)가 야외 테이블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여느때처럼 테이블 위를 걸어다니던 비둘기 뺨을 때렸단다.ㅋㅋㅋㅋㅋㅋㅋ 자기들이 분명 봤다며ㅋㅋㅋㅋㅋ 웃겨죽는줄 ㅋㅋㅋㅋㅋ 나중에 시간되면 물어봐야겠다 ㅋㅋㅋ 비둘기 뺨때렸냐고 ㅋㅋ

다시 카페로 가서 수다를 이어나갔다. 필리페와 인사를 하는데 뭔가 표정이 날 다시 봐서 불편해보였다. 혼자 허둥대며 일하고있는 모습을 보여서 자존심상해하는 건가? 참 알수가없다ㅋㅋ
두시간넘게 수다를 마치고 괜히 필리페가 신경쓰여서 마감을 도와줬다. 뭔가 어색해하는게 보이는데 이럴때 나까지 어색해하면 안될것같아서 마인드컨트롤을 했다. 남자가 아니라 나보다 10살어린 애기라고... 그렇게 마음먹으니 진짜 딱 일만 도와주고 나와야겠단 생각이 들면서 깔끔해졌다.

뉴질랜드에 1년 있으면서 내적으로 정말 많은 성장이 있었던 것 같다. 완벽하진 않지만 주변 시선에서 많이 벗어나 오로지 나만의 길에 집중하게되었고, 고통을 극복하고 그 고통으로부터 뭔가를 배우는 법, 다른 사람과의 유대감을 가지는 마음(이건 이제 막 깨달은 것이라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듯하다),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더이상 미워하지않는 것. 내가 하는것과 생각하는 모든 것들에 확신을 가지게된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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