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근처 센트럴 역 바로 앞에서 투어버스를 탔다. 버스 안이 정말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있었고 각 자리마다 창문과 의자 사이에 쿠션이 끼어져있어 이동하는 시간동안 편안하게 자라고 세심한 배려까지 보였다.
처음 내린 곳은 아침 먹을 겸 카페와 레스토랑이 모여있는 작은 타운이었다. 아침을 챙겨먹고 나왔기에 커피만 한잔 사서 걸어다니다 기념품 샵을 들러서 예쁜 안경집을 하나 구입했다 ㅎㅎ
블루마운틴은 예상대로 구글 사진에서 봤던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뷰포인트를 보고나서 폭포 아래까지 아무 생각없이 내려갔는데 엄청 가팔라서 다시 올라올때 정말 말 그대로 숨 넘어가는 줄 알았다. 체력이 약해져서일까 이정도로 힘든 기분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통이었다.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동안 팀을 나눠 호주 슬랭 맞추기 게임을 했다. 누가 구글링해도 되냐는 질문에 뭐 그런 말도 안되는 질문을 하냐며 혼잣말하는 가이드모습에 성격 보통아니구나 싶었다.
나는 20개 문제중에 단 하나도 뭔지 알수가 없었지만 보상으로 야거밤 미니어처를 받아서 좋았다 ㅎㅎㅎ 술도 안좋아하면서 공짜니까 ㅋㅋㅋ
오늘 함께한 투어 사람들은 대체로 나이대가 어려서 그런지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내 옆에 앉은 애는 시애틀 사는데 대학교 마지막 학기 졸업하고 한달동안 여행중이라고. 오늘 날이 엄청 추워서 어제밤 가이드에게 문자까지 왔었는데도 옷을 엄청 얇게 입고 왔길래 물었더니 2주동안 호주 여행 후 태국 갈 생각이라 겨울옷을 하나도 안챙겨왔단다.
맨 앞자리 뚱뚱한 미국 여자애 둘이는 차에 있는 내내 가이드와 이야기를 하며 갔다. 무슨 얘길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끼고싶은 마음이 간절했다ㅠ 나도 영어 더 잘해서 더욱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싶다.
12시쯤 점심을 먹었는데 어찌나 배가고프던지 뭘 먹어도 많이만 줬으면하고 빌었다. 난 전혀 몰랐는데 캥거루 고기를 제공한단다. 치즈 섞은 올리브 샐러드와 소시지, 빵도 함께 나왔다. 캥거루 고기는 따뜻할땐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다가 좀 식으니까 상어고기 맛이 났다. 뉴질랜드, 호주, 영국 사람들이 즐겨먹는 스프레드 중 하나인 베지 메이트(?)도 맛볼 수 있었다. 토스트한 식빵위에 살짝 발라서 아보카도를 얹어 먹었는데 호불호가 강한 음식인거에 비해 나는 나름 매력있었다. 다른 애들은 손사래치고 뱉고 난리도 아니었다 ㅋㅋ 같이 다니던 한국 여자애 한명은 똥맛난다며 ㅋㅋㅋ
세자매봉 보러 갔을땐 갑자기 우박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호주도 뉴질랜드 못지않게 기후변화가 엄청 난가보다.
투어는 프로그램 구성도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그때그때 함께 가는 사람들도 중요한 것같다. 일주일 세번씩 같은 루트로 투어를 한다는 가이드가 정말 대단해보이면서도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할 수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침에 눈떴을때 어제밤 Renan에게 답장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고 기분이 엄청 다운 됬었다. 어떻게든 이성적으로 나와는 맞지않는 남자라는걸 되새기며 기분을 끌어올리려 애썼지만 이번에도 또 누군가 좋아해주던 사람이랑 남도 아닌 적이 될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다행인지 투어버스타고 졸면서 가는 길에 갑자기 문자가왔다. 어제밤 바로 잠들었다면서 어제는 자기가 미안했단다. 앞으로는 좀더 나를 신경쓰도록 노력하겠다는 진심어린 문자였다. 사실 모르겠다. 말만 이렇게 하는 걸 수도 있겠지. 어쨌든 문자를 보자마자 내 얼굴엔 미소가 퍼졌다ㅠ 어차피 계속 함께 할 사람도 아니니까 시드니 있는 동안만 기분좋게 즐기면서 지내야겠다.
투어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은 참 쓸쓸했지만 집에 혼자가 아닐거란 생각에 좀 괜찮았다.
토히바가 요즘들어 엄청 날 챙긴다. 먹을 것도 만들어주고 자기 개인적인 과거 여친 얘기도 해주고 나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존이 헬스장에서 돌아와 셋이서 또 한참을 수다 떨었다.
하... 이친구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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