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이틀만인가. 제대로된 활동을 한게. 이틀동안 또 시체처럼 침대에만 붙어있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걸까? 호스텔 예약을 너무 늦게 하는 바람에 어젠 거의 쫓겨나다시피 노마드호스텔 내 방에서 짐을 가방에 쑤셔넣고 나와 휴게실에서 겨우 근처 고만고만한 호스텔을 예약해서 옮겼다. 스스로 한심하기 짝이없는 하루였다. 내가 꿔온 악몽이 현실이 된 날 중 하나였다.
샤워를 마치고나니 그래도 조금은 기운이 생겨서 아침을 먹고 오늘 분량의 영어 공부를 끝냈다. 하림이 추천대로 한식당골목에 이력서를 뿌려볼려고 챙겨나왔다.
멜버른의 겨울 날씨는 정말 우울한 나날의 연속인것같다. 아니 내 기분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분명 며칠전만해도 사이트에 캐쉬잡 구한다고 글이 올라왔던 한국 식당 다인은 며칠째 문을 닫은 상태였다.
한식당 골목을 쭈욱 돌아봤다. 술을 팔지않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호주는 서버들도 술판매 자격증이 필요하다니 그런 곳은 일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더욱 더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큰 기대를 걸고 길을 나선것은 아니었다. 기대가 클 수록 실망도 클걸 알기에 마음을 비울수록 성공에 더 가까워지니까. (성공이 꼭 일자리를 구하는 건 아니다. 나에게 있어 성공은 주체적으로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골목골목을 걸어다니다 한인 분식점하나를 발견했다. 조그마한 공간에 손님들이 가득가득하고 직원도 세네명정도 보였다. 잠시 밖에 서서 망설였다. 술판매도 하지않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과연 정말 이걸 원하는 걸까. 첫째, 이력서를 들고 들어가서 말을 걸 자신이 없었다. 둘째, 과연 붙게된다하더라도 불법인데다 한달도 안되 그만둬야하는데 잘 할 수 있을까? 내 마음이 편할까?
결국 나는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마음을 먹었다. 그냥 여행만 알차게 즐기다 가기로.
시드니에서도 그랬고 멜번와서도 며칠동안 폐인 쳤던 이유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무기력해졌던 이유가 뭘까. 일자리 구하는걸 목표로 잡아두고있었는데 여행비자로와서 방법도 모르겠고 잘 되질 않으니 해야할 것을 계속 안하고 미루고 있어서 스스로 자괴감에 빠져있었던 것같다.
이걸 버리고 나니 아주 조금은 힘이 나는 것같다. 이제 좀 즐겨봐야겠다.
만약 또 무언가에 중독되어 빠져있다면 혹시 해야할 무언가나 하기싫은 무언가를 미루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자. 분명 어떤 것으로 인해 나도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고있을테니..
그렇다면 그것을 얼른 해치워버리거나 하지않는걸로 내 머리속에서 아예 삭제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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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영어수업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왠만한 언어교환 밋업보다 훨씬 유익한 시간이었다. 도서관이 자그만하니 아늑하고 건물이 지어진지 오래된건지 옛날 방식의 건물로 너무 예뻤다.
시간맞춰 수업에 들어갔을땐 여자만 6명 앉아있었는데 누가 선생님인지도 모르겠고 침묵만이 감돌아서 어색해 죽는 줄 알았다. 이렇게 외국인들이랑 같이 대화하는 것도 너무 오랜만이라 더더욱 긴장되었던 것같다.
긴장을 풀고자 즐기자며 속으로 마인드컨트롤을 하고서 옆에 앉은 일본 여자애에게 이거 해본적있냐고 말을 걸었다. 그랬더니 다행히도 앞에있던 백인 여자랑 내 오른쪽 브라질 아주머니도 함께 대답을 해주어서 ice break을 할 수 있었다. ㅎㅎㅎㅎ
잠시뒤 선생님이 들어왔고 대화가 진행되었는데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오늘의 주제인 siblings에 대해 선생님 주도하에 대화를 이어갔다.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하고 마음을 편안히 가지려했더니 왠일인지 영어가 술술 나왔다. 이번에도 영어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참 신기하다. 밖에서 원어민들이랑 대화하게되면 내 말을 못알아듣고 되묻기 일쑤인데 이런 자리에선 항상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수업이 끝나고 마지막에 쌤이 추천해주신 봉사활동에대해 좀더 자세히 듣기위해 기다렸다. 몇가지 추천해주신걸 기억해뒀다가 좀있다 집가서 신청해봐야겠다.
뭔가 이 수업이 끝나니 자신감이 붙고 기분이 좋아져서 누구든 친구할 수있을 것같았다. ㅎㅎㅎㅎㅎ
휘파람이 절로나고 기분좋은 혼잣말이 계속 나왔다 ㅎㅎ
도서관에 앉아서 한국행 비행기를 알아볼땐 꽤나 절망적이었다. 아직 돌아갈 준비가 되지않은 것 같기에.. 그치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목적없이 떠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이제는 마음을 굳게 먹을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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