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엔 오늘 약속이 너무나도 귀찮게 느껴졌었는데 그래도 기운내서 머리감고 마음 정리하고 잤더니 그나마 괜찮았다.
언니랑 만나서 얘기나눈건 두번이 전부인데 집까지 가서 고기를 얻어먹는 다는게 한국에있을땐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다.
삼겹살을 같이 준비해서 먹고 거의 6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이렇게 생각이 비슷하고 추구하는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니 어색할 틈없이 6시간도 모자랄만큼 시간이 잘갔다.
언니와 나눈 이야기중 기억에 남는 몇가지를 떠올려보자면 우선 첫째 108배에 관한 거였다. 언니는 매일 새벽 5시 일어나 108배를 하고 명상을 한다. 명상의 필요성과 효과는 어느정도 이제 알것같은데 108배는 도대체 왜 하는 건지, 하면서 어떤 깨달음이 있는건지 항상 궁금했었다. 유치원다닐때 아무생각없이 딱한번 했던 108배의 기억이 그다지 좋지않아서도 더 그랬을 것같다.
언니가 직접 내 앞에서 시범을 보이면서 알려준 절의 의미에 소름이 돋을만큼 깜짝 놀랐다. 무릎을 꿇고 몸을 숙이는 건 나 자신을 내려놓고 낮춘다는 의미이고 그 상태에서 손 바닥을 하늘로 보이고 머리 위로 올리는 것은 상대를 높인다는 것이다.
그러한 마음으로 108번 절을 하게된다면 큰 깨달음이 없을 수가없을 것 같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사람을 세가지로 나눈다면 짐승과 같은 삶, 짐승보다 못한 삶, 짐승보다 나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밀림의 사자가 사슴을 잡아서 배불리 먹고 난 후 여전히 뼈와 살점이 붙은 죽은 사슴 곁에서 쉬고있을때 그제서야 독수리나 하이에나와 같은 다른 동물들이 와서 남은 것을 먹어치운다. 절대 욕심을 부려 그들을 물리치지 않는다.
짐승보다 나은 삶을 살고싶다면 도움을 필요로하는 이들에게 먼저 나서서 베풀수있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마지막 한가지는, 홀아버지 밑에서 자란 외동아들이 해외에서 일을 하며 하고 혼자 살아가고있었단다. 여행 가이드 일을 하면서 사진찍는 것을 좋아해 호주 전역을 돌았고 이제는 유럽을 돌아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에 계시던 아버지가 아프시다는 연락을 받게되었고 고민에 빠졌다. 그런 아버지를 뒤로하고 계획대로 자신의 길을 살아가다가 아버지에게 안좋은 소식을 듣게된다면 자신을 용서못하고 평생 후회할 것 같았고 반대로 자신의 꿈을 접고 아버지 곁에서 마지막까지 함께하더라도 평생 자신의 꿈에 있어서 미련이 남고 괴로울 것 같았단다. 어떻게해야할지 스님에게 여쭤보았더니 스님 대답.
어느 쪽이든 결정하게되면 마음만 조금 달리 먹으면 된다. 아버지를 보러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한다면 마음을 조금 달리 먹어서 내가 진정으로 아버지와 함께하고싶어서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고통스러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꿈을 선택한다면 그것에 맞춰 마음을 먹고 그대로 살아가면 된다는 것.
마음만 아주 조금 달리 먹으면 지금 내가 보고 느끼는 현실이 전혀 다르게 다가올거라고.
얼마전 무료 영어 수업에서 내가 했던 것과 같은 상황인 것 같다. 말 많던 이란 여자때문에 ‘정말 운도 없다, 오늘 영어 수업은 망했네’라고 거의 생각할 뻔하다가 ‘살다보면 이런 사람도 만날 수 있는 것이고,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었던 부분이니까 그냥 받아드리자, 무료 영어 수업이라는 것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고 이상한 사람 1명을 만난 것이 아니라, 나머지 좋은 사람 4명을 만난 것이니까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상한 사람 1명을 만난 것 조차 나에게 이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해준 소중한 사람인것이다!’라고 급히 생각을 고쳐 먹었더니 똥이 될 수도 있었던 그날 수업은 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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