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회를 통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는 음식도 배불리먹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듣고왔다.
오랜만에 반야심경도 읇고 절도했더니 기분이 참 묘했는데 거부감은 여전해서 중도에 멈춰서 혼자 가만히 서있었다. 뜻도 모른체 읇조리는 불경과 공경하는 마음 없이하는 절이 오히려 더 잘못된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입정이라고 예전에 불교 유치원 다녔을 때 했던 참선같은 시간이 잠깐씩 주어졌는데 1분남짓한 그 짧은 시간동안에도 내 생각이 이리저리 옆길로 세는 것을 느끼고 깜짝 놀라서 다시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만큼 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에 충격이었다.
스님의 말씀 영상을 봤다. 서너명의 사람들이 미리 적어온 질문지를 읽으면 스님이 그에 대한 지혜를 말씀하셨다. 대부분의 질문들이 나에겐 뻔하게 들렸고 스님의 답변또한 예상가능한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뻔한 사람들의 하소연을 듣는 것 또한 내가 좀더 나은 사람이 되는데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편히 먹으려 다스렸다.
알콜중독에 욕을 입에 달고사는 남편과 이혼하고싶은 여자에게 스님은, 현재 자식이 있으니 자식들도 부모의 이혼을 원하지않는 이상 함께 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생각의 관점을 바꾸어서 남편의 그런 모습속에서도 자신과 계속 살고싶어하고 직접 손지검을 하지않는 것에 조그마한 사랑의 불씨가 남아있는거라고 생각하고 남편의 행동으로부터 북받쳐오르는 자신의 감정을 먼저 다스리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하셨다. 그러한 노력도 없이는 자식들에게 이혼이란 말을 꺼낼 자격도 안되는 거라고. 이말을 듣는데 나에겐 그게 ‘부모의 책임’이라는 말로 들려서 오히려 내가 위로받았다.
자식이 13년 다니던 회사를 갑자기 그만두어서 걱정이 많다는 어머니의 하소연에 스님은 오히려 질문을 하셨다. 깨달음을 얻고 출가하시던 부처님의 부모님 마음은 어떠셨을 것 같냐고. 자식이 20살이 넘으면 그때부턴 자식은 자식인생, 부모는 부모인생을 살아가야하는 거지 모든 자식이 부모 말씀대로만 살았더라면 이 세상에 안중근의사도, 유관순도 없었을 거라고.
좀 놀랐던 사연은 한달전만해도 안정적인 직장에 결혼까지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남자가 전날 말다툼을 한 부인이 다음날 목을 메고 자살한 모습을 발견하고 천국같던 삶이 일순간에 지옥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였다. 삶에 의미를 잃고 고통속에 살아가고있지만 어떻게든 이겨내고싶은 마음에 정신과도 다니고 법정스님까지 찾아오게되었단다. 그 모습을 보는데 저 남자에게서 뉴질랜드에서 마지막 2달 간의 내 모습이 보였다. 죽을 것같이 고통스러운 와중에서도 저런걸 보면 오히려 삶에 의지가 정말 강한 분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정토회가 끝나고 다같이 점심을 먹으며 대화도 나누고 산책도 했다. 이후에 ㅇㅈ언니, 또 다른 엠마라는 분과 함께 저녁까지 함께먹었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는다는게 참 힘든일인 것 같다. 언니 두분과 헤어진 후 마음이 계속 찝찝한게, 꾹 참고있던 입을 막판가서 털어버려서인 것 같다. 조금만 더 참을 껄...
내가 깨달은 것들을 또 겸손하지 못하게 나 잘난듯이 나불거리고온것같다.
호주 생활 2019/...일기
정토회
반응형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