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 거주지 등록과 핸드폰 개통을 완료했다. 구약소에서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 계좌개설은 결국 내일 하기로했다.
구약소에서 두시간가량 기다리면서 ㄷㅇ씨와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다. ㄷㅇ씨는 예상했던 대로 꽤 풍족한 어린 시절을 보내왔다. 자기가 생각하는 옳고 그름이 확실했고 고집도 있어보였다. 요 며칠 하는 것 없이 사무실에 앉아있는게 많이 힘들었는지 오늘 이렇게 회사밖으로 나와있는 걸 너무 좋아했다 ㅋㅋ 그러면서 자긴 인복이 좋은 것 같다며 나보고 누나같단다 ㅋㅋ 평생 누나로 살아오면서도 단한번도 누나인 인생을 살아본적 없는 나로서는 참 부담되는 말이다.
일을 다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오니 시간이 벌써 6시반이었다. 퇴근해야하는데 예상 밖으로 사장님과 이사님, 안부장님 모두 퇴근 안하고 있었다. 일단 나는 내일 주간 회의 준비땜에 집중해서 좀 하다 갈 생각이었다. ㄷㅇ씨도 눈치보이는지 좀 더 앉아있었는데 사장님이 갑자기 회식을 제안하셨다. 파견 근무 나가있던 여직원이 회의차 본사 들어온 김에 다같이 술한잔 하자는 것이다.
술자리는 오늘 점심때 사장님 따라 갔던 그 한국 식당이었다.
회식자리는 마치 8년전 첫 입사 후 다음날 있었던 회식자리를 연상시켰다. 인원은 다섯명 뿐이었지만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않았다.
저녁밥이나 실컷 먹고 가자는 생각으로 앉아있는데 ㄷㅇ씨는 옆에서 누가 신입사원 아니랄까봐 군기가 바짝 들어서 이사님과 사장님 듣기 좋은 소리만 열심히 내뱉는다. 그모습을 보고있자니 ㅎㅅ씨 생각이 났다.
파견 근무중이라는 여직원 ㅅㅎ씨는 표정이 너무 안좋았다. 나이가 24살이라는데 표정이 어쩜 저렇게 어두운지... 일이 많이 힘든건가 싶었다. 그러고보니 오늘 점심때도 퇴사하러 들어온 남자 직원이랑 같이 밥 먹었었는데 이건 마치... 빨리 이 회사를 그만두라는 신호인가...ㅋ
술먹는 내내 사장님과 이사님은 가족같이 편안한 분위기와 수평적인 관계를 추구한다며 본인들 입으로 자신들은 깨어있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하는 전형적인 꼰대들이었다. 내 양옆에 앉은 사회 초년생들이 제발 이 사탕발린 거짓말에 속아넘어가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10시넘어서까지 술을 마시고 겨우 자리를 일어나는데 다른 테이블에서 한창 술자리를 이어가던 사장이 우리를 보더니 내일 아홉시까지 꼭 출근 하라며 한마디 붙이신다. 어느 나라를 가던 한국 꼰대들은 변하질 않는 구나.
얼른 자야지 너무 힘들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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