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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활 2020 ~ Current/...일기

삶의 확신

by noopy00 2021.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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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후유증이 오늘까지 이어지고있다. 그래서인지 어제밤 일찍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피곤함이 가시질 않는다. 곧 괜찮아질 거라는 건 이제는 잘 안다. 하지만 이 괴로움의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번에 또 찾아올 괴로움이라는 것도 알고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있던 것들 중 하나였던 ‘친구’가 무의미해지고있다. 그냥 친구도 아닌 ‘오래된 친구’가 말이다. 연애컬럼리스트 곽정은의 말처럼, 이 세상 그 무엇도 노력한 만큼의 그 대가와 성취감 등등의 결과물이 확실한 건 없다는 걸 요즘 참 많이 느낀다. 
내 삶을 계획하고 하루하루 그 계획을 실천하며 나아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 근데 이렇게 또 나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다가 뉴질랜드에서의 대재앙을 또 겪을까봐 두렵다. 그래서 그 어느때보다도 열심히 사는 요즘, 그 어느때보다도 확신이 없다. 
어제밤 봤던 ‘책그림’ 유튜브에서 소개해준 ‘확신은 삶을 어떻게 움직이는가’가 내 생각을 한층더 깊이 빠지게 만들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삶에 확신은 어떻게 가지는 것이고 삶에 의미는 무엇으로부터 찾아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사랑하는 애인이 있는 것도, 책임지고 길러야할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닌 지금,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데 무엇으로부터 의미를 찾아야하는 걸까



오늘 회식은 정말 재미없었다. 고기라도 구워먹었으면 몰라.. 그냥 백반식 안주에 술도 계속 먹여서 억지로 몇잔 마셨더니 머리가 아프다. 전직원 다 오는 자리였는데 거의 대부분이 부장급이고 아니면 과장급 직원이었다. 사원급은 ㄷㅇ씨랑 나까지 합쳐서 고작 7명 정도.. 작아도 이렇게 작을 수가없다 회사가. 회사 규모로만 보면 8년전 첫 사회생활 시작했던 회사보다 훨씬 작으니 뭔가 퇴보한 느낌이든다.

사장님이 갑자기 자기테이블로 부르더니 부장급들에게 날 소개시켜주며 일본어 공부하라고 압박하신다. 그러면서 오늘 안부장님이랑 밥먹는데 내 얘기가 나와서 어떻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개발 기술력이 있다고하셔서 기분이 너무 좋으셨단다. 그런데 난 왜 그 말을 듣고 기분이 나쁜건지.. 의외라는 말에 순간 너무 기분이 나빴다. 내가 과연 남자였어도 의외라는 말을 붙였을까? 잘하면 잘하고, 못하면 못하는 거고, 그저그러면 그런거지 의외라는건 뭔지.

집에 도착할때까지도 기분이 나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회사에서 인정받는 것이 내 목표가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하마터면 괜한 자존심의 함정에 빠져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으로 내 삶의 가치를 판단하는 그런 예전 사고방식을 또다시 불러올 뻔했다. 
나는 여기 이 회사에서 돈을 벌고, 개발 감을 익히고, 일본어를 배우고, 외국에 취직 할 경력한줄 더 쌓는게 목적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본 생활도 즐기는 것.


사장은 뿐만아니라 나에게 여직원들과의 화합을 요구했다. 만엔을 쥐어주며 여직원들끼리 따로 2차를 가서 나보고 동생들 이야기좀 잘 들어주란다. 오늘 처음 본 사람도 있는데 다짜고짜 언니한테 힘든거 다 털어놓으라며 강요를 한다. 한참을 애들 앉혀놓고 잔소리를 늘어놓길래 이 친구들의 호감도 살겸, 사장님에게 '이 자리에서 좀 빠져주셔야 저희끼리 이야기가 될것같습니다'라고 다이렉트로 질러버렸다. 에효... 잘하는건지 모르겠다.

총 4명중에 두명이 술을 안마시기도하고 같은 여직원들이라 술을 싫어하는 나와 같은 마음일거라 생각해서 2차는 술집이 아닌 카페같은 데가서 가볍게 커피나 차로 마무리 하려고 했다. 그래서 슬며시 카페이야기를 꺼내는데...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무슨소리 하냐는냥 나를 쳐다본다.

결국 전골집을 가서 곱창전골과 감자전을 시켰다. 애들이 아직 어려서 그런지 자알 먹는다ㅠㅠ 
쯔치야 상도 늦게까지 함께 했는데 내가 일본어가 안되니까 다같이 얘기할 수도 없고 다른 여직원들은 어려서그런지 대화를 이어나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전혀 단합의 자리가 될 수 없었다. 
디자이너라는 지은씨는 아까 사장님에게 엄청 혼나던데 말수도 없고 어떻게 가까워져야할지 알수가 없었다. 이런걸로 에너지를 써야한다는 사실도 싫었지만 그래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노력이나 한번 해보자싶어서 이것저것 공통 관심사를 끌어내려고 애썼다. 그렇게해서 드디어 PC게임이라는 주제로 다같이 신나게 떠들었던 것같다. 어린나이에 일찍 일을 시작해서 한창 밖에서 신나게 뛰놀아야될 때인데 사무실에 박혀 하기싫은 일 하면서 주말에는 내내 게임만 한단다. 20대때 내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서 안타까웠다. 내가 아무리 말해준들 본인들은 아직 못느끼겠지만.
10시가 넘어가자 눈이 슬슬 감기기 시작했다. 겨우겨우 버텨서 11시반에 드디어 다같이 헤어졌다. 너무 힘든 하루였다. 다시는 이런 회식 참여하고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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